유럽연합(EU)의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DPP) 규제가 2027년 본격 도입을 앞두고 있어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품에 디지털 제품 여권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제조 공장의 소프트웨어를 변경해야 하지만, 해외 여러 국가가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아직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2027년부터 DPP 적용이 의무화되면 규제를 준수하지 못한 기업은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내 제조사들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제품 여권 솔루션에 주력하는 기업이 있다. 케이포시큐리티의 박경철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는 케이포시큐리티 박경철 대표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자기소개 및 창업 배경
대학에서 전산학과 수학부를 전공하고 전산학 석사를 취득한 후, 20년간 정보 보안 관련 직종에 종사했다. 케이포시큐리티 창업 당시 블록체인이라는 데이터 저장 및 통용 방식에 기술적인 관점에서 매력을 느꼈고, 특히 블록체인 간의 상호호환성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사업 초기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의 신뢰성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점차 기술적 역할을 확대해 나갔다.
주요 비즈니스 영역
웹 3.0 전자지갑, 디지털 제품 여권, 신원 인증 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또한 NFT 등 디지털 자산 관리를 위한 전자지갑 기술과 솔루션 구축 및 제공 사업을 전개 중이다. 특히 당사의 ‘디지털 제품 여권’ 솔루션은 유럽의 그린딜 정책(European Green Deal)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7년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에 따라 유럽 수출품은 상품 정보와 상품 인증서를 ‘디지털 제품 여권’ 기술을 통해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당사는 이에 대응하는 국제 표준 솔루션을 이미 확보하여 향후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포시큐리티는 유럽의 ESPR 규제 적용을 앞두고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 디지털 제품 여권 솔루션을 개발해 무역 시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사진=케이포시큐리티]
‘디지털제품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이란
외국인이 다른 나라에 입국할 때 여권이 필요한 것처럼, 앞으로는 상품에도 여권이 필요해진다는 의미다. 이러한 제도는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2027년부터 유럽에 들어가는 모든 수출품에는 ‘디지털 제품 여권’이 의무화된다. 디지털 제품 여권은 QR 코드 형태로 제품에 부착하거나 제품 내부에 내장할 수 있다. 디지털 제품 여권에는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부터 부속품, 완제품까지 전 과정에 대한 기록과 제품 정보가 담기며, 관련 규제 준수 여부와 라이선스 추적 등에도 활용된다. 이를 위해 수출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제조 공장은 공정의 디지털화와 소프트웨어 전환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한 기업당 약 2년 반 정도가 소요되며, 2027년 이전까지 완료하지 못하면 유럽 수출에 큰 지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과 일본 등 여러 국가는 이미 관련 법인이나 전담 부처를 설립하여 대응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가 미흡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준비 중인 신사업
케이포시큐리티는 현재 디지털 제품 여권(DPP)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기술은 2020년 초부터 ‘CIRPASS’라는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해 왔으며, 올해 12월 유럽 표준위원회의 표준 승인을 앞두고 있다. 당사의 DPP 솔루션은 유럽 수출입 물품의 정보 공개 및 추적성을 확보하여 제품의 수리, 재활용, 재제조 등 순환 경제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JTC24(DPP 시스템 및 프레임워크)’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CIRPASS’와 ‘CIRPASS2’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적 증명(PoC)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또한 웹 3 기반의 분산 신원 확인(DID) 기술을 적용하여 유럽 ESPR 규제 요건에 부합하는 디지털 제품 여권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순환 경제에서 요구되는 추적성을 위한 투명성 프로토콜(Transparency Protocol) 기술 개발도 완료하였다. 앞으로 수출입 제조기업에 관련 기술 및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케이포시큐리티의 주요 고객층
ESPR 법이 적용되는 모든 산업 분야의 제조사가 주요 고객층이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섬유, 신발, 철, 알루미늄, 타이어 제조사 등이 있으며, 향후 ESPR 법의 적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EU 공급망 실사 규제(EU-DD, Due Diligence)와 EU 산림벌채 방지 규제(EU-DR, EU Deforestation Regulation)가 적용되는 산업군 제조사들도 고객층에 포함될 전망이다.
케이포시큐리티는 국내 제조사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및 남아메리카와 같은 해외 제조사에 솔루션 공급을 목표로 한다. [사진=케이포시큐리티]
향후 계획 및 목표
케이포시큐리티는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EU ECE 산하의 UNTP(UN Traceability Protocol)에 주력 솔루션이 등록된 기업이다. 또한 분산 신원 재산인 DIF(Decentralized Identity Foundation)의 일원이자, Korea SIG(Special Interest Group)의 의장을 맡아 디지털 제품 여권 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다. 디지털 제품 여권의 적용이 미국과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현시점에서, 국내 제조사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제조사에 기술 및 솔루션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디지털 제품 여권 솔루션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동종업계를 꿈꾸는 미래 창업자에게
소프트웨어 공급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화되어 후발 주자로서 경쟁이 불가피하다. 또한 오픈소스 사업과 맞물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제 기술 표준화에 더욱 주력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 철학
기업이란 영리적 목적 이전에 도전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에 케이포시큐리티는 한국의 젊은 층이 세계화에 대한 열망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성취감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공정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는 경영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