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한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일과 직결된다. 이웅길 나눔라이프 대표는 이 사명을 23년째 실천해 오고 있다. 장례가 단순한 의식이 아닌 추모와 치유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투명한 비용 시스템부터 디지털 추모 플랫폼, 무연고자 장례까지 다양한 서비스 속에 녹아 있다. 장례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모시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23년 경력의 장례 전문가 이웅길 대표. 유족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서비스를 실현한다. [사진=나눔라이프]

간단한 자기소개 및 창업 배경

2002년부터 장례 업계에 몸담으며 지금까지 2,000명 이상의 고인을 모셨다. 현재는 나눔라이프를 운영하면서 나눔장례지도사 교육원의 원장으로 장례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장례지도사협회 대상은 두 차례 수상했고, (사)한국민족정신문화진흥원의 현대인물사전에 장례분야 최초로 등재가 되었으며,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 유족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심리상담사, 명리심리상담사, 인성지도사, 진로적성상담사, 스피치강사 등 여러 자격을 취득했다.

장례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유족이 슬퍼할 틈도 없이 비용 걱정을 먼저 해야 하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2018년, 투명한 장례와 감정 중심의 의전을 핵심 가치로 삼은 나눔라이프를 설립했다. 사람을 중심에 둔 시스템으로 유족의 신뢰를 쌓는 데 힘써왔다.

이웅길 대표는 장례를 존엄한 여정으로 바라보며, 고인의 삶과 유족의 감정을 진심으로 돌보는 사람 중심의 장례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다. [사진=나눔라이프]

나눔라이프의 핵심 서비스

나눔라이프는 장례 의전 서비스, 추모 케어, 장례지도사 양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장례 의전 서비스는 임종부터 봉안까지 고인의 삶과 유가족의 신념을 존중한 맞춤 의전으로 구성한다. 종교별 특성을 반영한 의식, 생애 낭독 추모식, 생화 장식 등을 통해 고인을 존엄하게 모시는 데 집중한다. 불교식 장례의 경우 49재 안내와 함께 고인의 염원을 담은 의식을 준비하고, 기독교식 장례는 찬송과 기도로 고인의 신앙을 기린다.

장례가 끝난 이후에도 유족 곁을 지키고자 추모 케어 서비스를 마련했다. 장례 이후 1주기, 49재, 기일 등 중요한 시점에 맞춰 추모 안내를 제공하고, 1주기 추모식과 심리 상담, 추모 소책자 등을 통해 유족의 애도 과정을 돕는다. 무연고자 장례 역시 복지기관과 협력해 지원하고 있으며, 작년 한 해에만 60건 이상의 장례를 진행했다.

또한 국가자격 교육기관으로 지정된 나눔장례지도사 교육원을 통해 매년 100명 이상의 장례지도사를 배출하고 있다. 장례의 본질을 이해하고 유족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신사업

AI 기반 장례 전문가 매칭 플랫폼과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추모 플랫폼, 친환경 장례 솔루션, 장례 교육 콘텐츠 개발을 준비 중이다. AI 매칭 플랫폼은 유족이 지역·종교·예산에 맞는 장례 전문가를 실시간으로 연결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가령 서울에 거주하는 불교 신자가 500만 원 예산으로 장례를 원하면 플랫폼이 최적의 전문가를 추천하고 즉시 상담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추모 플랫폼은 온라인 헌화, 추모 메시지 작성, 고인의 생애 기록을 영상이나 텍스트로 보존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메타버스를 활용해 가상 공간에서 언제든 고인을 추모할 수 있다.

생분해 관, 저탄소 화장 시스템 등 친환경 장례도 적극적으로 도입 중이다. 나눔라이프는 국내 몇몇 화장시설과 협력해 탄소 배출을 기존 대비 30% 줄인 화장 기술을 테스트 중이며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장례 교육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고객관리 방법

유족을 고객이 아니라 가족처럼 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장례 전후로는 24시간 상담 대응을 기본으로,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며 실시간 소통을 이어간다. 추모 일정 리마인드, 장례 영상 제공 등 세심한 케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유족의 심리 상태를 살피는 애도 상담 프로그램은 소외된 인간의 상실 경험에 주목해 마련한 것이다. 한 유족은 장례를 마친 뒤 자필 편지를 보내와 장례 내내 가족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고 전해주었다. 이처럼 진심 어린 케어가 유족의 마음에 닿을 때, 이 일을 해온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웅길 나눔라이프 대표가 직접 지도하는 장례지도사를 교육하고 있다. [사진=나눔라이프]

경영철학

나눔라이프의 경영철학은 ‘장례는 이익을 남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는 장례를 경제 활동이 아닌 존엄한 여정으로 바라본다. 유족의 눈물을 이해하고, 고인의 삶을 기리며, 공동체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 내가 생각하는 장례의 본질이다. 무연고자 장례나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계획

현재 디지털 플랫폼 완성과 장례 교육의 표준화, 그리고 K-장례문화의 해외 진출을 중점 과제로 두고 있다. 우선 AI 기반 장례 전문가 매칭 시스템과 메타버스 추모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플랫폼은 유족이 5분 내 상황에 맞는 장례 전문가를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됐고, 메타버스 추모관은 고인의 생전 영상과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3D 아바타 재현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장례가 갖는 위엄과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한다.

장례 교육의 표준화와 대중화를 위해서는 현재 운영 중인 교육기관을 직업전문학교 체계로 전환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동시에 일반인을 위한 온라인 강의도 마련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유언장 작성법’ 같은 프로그램은 내년 1분기 내 공개할 계획이다. 누구나 죽음을 준비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의 장벽을 낮추려 한다.

K-장례문화의 해외 진출 역시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몽골과 베트남의 장례 관련 업체들이 한국식 추모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협력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역 사회와 함께 ‘죽음에 관한 대화 워크숍’을 운영하며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례지도사 자격은 2012년 국가자격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제도적 한계가 많다. 나는 현재의 자격 제도가 교육의 질과 전문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시험 없이 30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자격증이 발급되는 구조이다 보니, 교육 내용이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자부심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교육기관을 직업학교 체계로 전환하고, 국가의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국가 차원의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장례는 삶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전문 영역인 만큼, 그에 걸맞은 교육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