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토트넘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유럽 메이저 대회에서 팀을 정상으로 이끈 최초의 한국인 주장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그의 이름은 다시 한번 유럽 축구사에 기록됐다.
그의 리더십은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도 빛났다. 손흥민은 전반부터 투지 넘치는 압박과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경기 전체를 이끌었다. 동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실수가 나와도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결승 무대라는 중압감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았다. 후반 막판 팀이 지친 순간에도 라인을 끌어올리고, 목소리를 높이며 끝까지 동료들을 독려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트로피를 들고 눈시울을 붉혔다. 승리의 순간보다 팀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먼저였다.
이 위대한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손흥민의 축구는 물론 리더십 역시 기본기에서 출발했다. 토트넘의 주장으로서 승리를 이끌기 위해 그에게 필요한 건 드리블, 패스, 슈팅 같은 기술뿐 아니라 리더로서의 자세였다. 손흥민은 오랜 시간 축구 기본기와 더불어 리더십의 기본도 함께 다져왔다.
그 출발점은 아버지 손웅정 씨의 철학에 있다. 2021년 출간된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손흥민은 철저한 기본기 훈련 속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리프팅 등 기본 훈련만 반복했다.
“4시간 동안 공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했다. 눈이 빨개지고 바닥이 노래졌다. 공이 세 개로 보일 정도로 피곤했지만, 아버지는 화를 냈다”고 손흥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난 유로파리그 결승전 직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손흥민. 토트넘 주장으로 첫 유럽 메이저 대회 우승을 완성한 순간이다. [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스스로 행동하며 신뢰를 쌓는 리더
손흥민은 말보다 행동으로 이끄는 리더다. 그는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난 말로 이끄는 사람이 아니다. 행동하는 편이다. 팀 모두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한다. 동료들이 내 일을 정말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말보다 실천이 먼저라는 그의 태도는 팀 분위기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손흥민이 앞장서 몸을 던지면, 자연스럽게 모두가 따라 움직인다. 그는 “우리는 드레싱룸에서 점점 더 끈끈해지고 있다. 각자가 아니라 동료를 위해 뛰고 싸운다. 한 팀으로서 더 강해진 느낌이다. 경기를 치를수록 서로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주는 그의 행동이 팀의 유대감을 키워주고 있다.
유머로 벽을 허무는 리더
유머는 리더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위계를 낮추고 심리적 거리를 좁혀 구성원들이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다. 웃음이 오가야 진심 어린 대화도 가능해진다.
손흥민은 그런 유머 감각을 갖춘 리더다.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전북 현대의 1999년생 미드필더 전진우는 최근 대구FC전에서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부딪히며 오른쪽 눈두덩이가 부어오르는 부상을 입었다.
대표팀 훈련 캠프에 합류한 뒤, 손흥민은 전진우의 멍든 눈을 보고 가볍게 장난을 건냈다. 전진우는 인터뷰에서 “눈을 뜨고 있는데도 흥민이 형이 ‘눈을 뜨라’고 하시더라. 장난을 먼저 쳐 주셔서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손흥민의 경기를 보며 자라온 그는 “존경스러운 선수였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동네 형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도 전했다. 존경의 대상이던 손흥민에 대한 인상은 대표팀 합류 이후 한층 부드러워진 셈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리더
손흥민은 팀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는 리더다. 개인의 이익보다 팀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언제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라면 기꺼이 책임을 떠안는다. 2022년 11월 2일,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마르세유전에서 그는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다 안면 골절상을 입었다. 왼쪽 눈 주위 네 군데 뼈가 부러지는 중상이었다. 수술 직후 의료진은 최소 6주간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손흥민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들에게 “사실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 수술한 지 한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뼈가 붙는 데는 석 달이 걸린다”고 전했다. 이어 “(부상이 심해질 위험이 있지만, 승리에 대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게 제 임무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손흥민의 리더십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난다. 눈앞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책임을 다하려는 그의 자세는 팀을 향한 헌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