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묻은 기계를 닦는 산업용 원단 한 장에서 출발한 ‘백호산업보루’는 발로 뛰는 영업과 현장을 중시하는 굳센 태도로 10년을 이어왔다. ‘보루’는 헌옷을 재가공해 만든 소모성 자재로, 공장과 작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필수 물품이다. 이 산업은 경기 침체기에도 멈추지 않는 생산 현장과 맞닿아 있어 실질적인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백호산업보루 백종호 대표는 매일 새벽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하루를 시작하며, 함께 움직이는 리더로서의 자리를 지켜왔다. 폐자원을 재가공하는 제조 방식으로 자원 활용도를 높이고, 현장에 적합한 실용적인 제품을 생산해 전국 300여 거래처와 긴밀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백호’라는 이름처럼 단단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사업장의 안전과 산업 현장의 실용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이다. 대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 왔으며, 현재는 물류 시스템의 정비와 공장 확장을 통한 다음 단계를 계획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판단하는 힘, 그것이 백호산업보루의 가장 큰 자산이다.

백종호 대표는 현장 밀착형 경영으로 백호산업보루를 이끌며, 직접 부딪히는 리더십으로 경기 침체기에도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어떤 과정을 거쳐 ‘백호산업보루’를 시작하게 되었나.

대학에서 경호학을 전공한 뒤 천안에서 경호 전문 업체를 운영하며 경험을 쌓았다. 경호 분야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갔으나, 개인적인 변화가 계기가 되어 기존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다. 이후 새로운 방향을 찾고자 다시 경호업에 도전했지만, 법적 규제가 강화된 데다 업계와의 공백도 길어 재진입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전국 규모의 안전용품 납품 전문 업체에 입사해 약 1년간 근무하게 되었다. 퇴직 후에는 받은 퇴직금 300만 원을 바탕으로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납품업에 뛰어들었지만, 인맥 없이 유통 시장에 안착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곧바로 체감했다. 이후 제조로 방향을 전환해 특정 품목을 직접 생산하고 납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보루’라는 이름이 낯선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제품을 다루고 있는지, 어떤 산업과 맞닿아 있는지도 궁금하다.

우리는 리사이클링을 기반으로 산업용 걸레, 보루를 생산하고 있다. 보루는 정해진 규격 없이 용도에 따라 잘려 담긴 형태를 의미하며, 실용성과 단가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소모성 자재다.

일반 가정에서 배출되는 헌 옷 중 수출용 구제로 쓰이지 못하는 품목들을 매입해, 지퍼나 단추 같은 금속 부속을 제거한 뒤 걸레 형태로 가공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루는 기계 설비의 기름이나 먼지를 닦는 용도로 사용되며, 철물점은 물론 기계 공장, 자동차 제조공장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납품된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삼성 등 대기업의 생산설비에도 공급되고 있으며, 중간 유통업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백호산업보루가 생산하는 보루는 재가공된 산업용 원단으로 기계 기름 및 먼지를 닦는 데 사용되며, 전국 300여 개 거래처에 공급된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백호’라는 이름이 인상 깊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이름은 아니었다. 사업자 등록을 하러 갔을 때 상호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고,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지은 이름이다. 본명인 ‘백종호’에서 ‘백’과 ‘호’를 따 자연스럽게 ‘백호’라고 적었다. 이후 호랑이를 떠올리게 하는 인상 덕분에 주변에서는 회사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연히 지은 이름이지만 지금은 내 성향이나 회사 운영 방식과도 잘 맞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거래처는 어느 정도 규모이며, 어떤 방식으로 납품되고 있나.

현재 전국적으로 300여 개의 거래처와 연결되어 있다.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모든 지역에 납품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직접 운영하는 화물차만 해도 소형 차량이 5대, 대형 차량이 1대 있다. 천안 지역 인근의 소형 철물점까지 커버하게 되면 기존 유통구조와 상도가 충돌할 우려가 있어 조정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태도가 있다면.

무엇보다 해보지도 않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태도를 가장 경계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도 많은 사람이 말렸고, 실제로 납품 물량이나 영업 범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새벽 4시에 출근하여 밤 10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지속했으며, 지금도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는 현장에 도착하여 업무를 시작한다. 구성원들에게는 항상 해보기 전에는 불가능을 단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류 및 납품 시스템이 매우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들었다. 해당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하게 되었나.

주요 거래처가 당일 발주, 익일 납품을 요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에 맞춘 물류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취급하는 품목도 36가지에 달하며, 다양한 재고를 항시 확보하고 있다. 덕분에 다른 거래처의 납품 일정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현재는 쿠팡 등 주요 온라인 채널에도 제품이 등록되어 있으며, 오후 3시 이전 주문 건은 당일 출고가 가능하다.

빠른 납품 시스템이 거래처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나.

거래처 측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부분은 판매 증대이다. 기존에 한 달 평균 150만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던 거래처는 당사와의 거래 이후 월 3천만 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게 되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제때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 취급 품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래처가 판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고객사의 수익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백호산업보루는 자체 공장부지 확보와 온라인 유통 체계 강화 등 물류 설비 확장과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어떤 일이든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보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이 일은 특별한 기술보다 발품과 영업이 전부인 산업이다. 제품 단가는 한 봉지당 3천 원에서 4천 원 정도에 불과하며, 큰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수량이 유통돼야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시기에도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공장의 기계는 돌아가고, 기계가 돌아가면 기름을 닦을 걸레가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급 휴지 대신 저렴한 당사의 제품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시기일수록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구조다. 결국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움직이는 태도, 그게 이 일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업계 전반을 놓고 보았을 때,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경쟁사의 유형은 어떤 쪽인가.

의외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소규모 지역 밀착형 업체다. 이들은 해당 지역의 거래처 성향과 수요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생활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월 300만 원 수준의 수익만 확보해도 만족하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는 매우 공격적인 전략을 펼친다. 대형 업체 간의 경쟁은 물류나 운영 구조 측면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이들 소규모 업체는 낮은 단가와 지역 내에서 오랜 시간 쌓인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가장 까다로운 경쟁 상대라고 생각한다.

리더의 자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짧지만 직장생활을 해본 경험은 지금의 리더십에 분명한 영향을 주었다. 조직은 법 테두리 안에서 운영돼야 하며, 출퇴근 시간과 근로 조건 같은 기본을 지키는 일은 대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범위에서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신경 쓰고 있다. 직원 수가 늘어나도 대표는 현장을 떠나선 안 된다. 직원들과 아침에 함께 라면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함께 생활한다. 나는 함께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나누고 싶다. 지시만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신뢰받고자 한다.

구성원과의 관계를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있는지 듣고 싶다.

조직 안에서 위계만을 앞세우거나, 대표라는 이유로 거리감을 두는 방식은 지향하지 않는다.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고, 함께 식사하며, 같은 공간에서 쉬는 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구성원 중 지쳐 보이는 이가 있으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다. 회사가 커졌다고 해서 대표가 사람을 외면하는 순간, 조직은 안에서부터 무너진다고 믿는다.

운동을 오랫동안 해오셨다. 무도인으로 지낸 경험이 현재 사업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운동을 오래 하며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었다. 당시의 습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운동은 절제와 통제의 연속이다. 체중 조절, 체력 관리, 식단까지 모든 것이 일정한 패턴 안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단체 생활을 오래 하며, 조직 안에서 내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를 예측하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 경험은 조직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상대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고 배려하는 태도는 조직 운영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운동선수는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태도를 바탕에 둔다. 시도하지 않고 미리 계산만 하는 태도는 운동에서는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 내가 사업을 대하는 방식과도 통한다. 부딪혀본 뒤 판단하는 자세가 지금의 백호산업보루를 만들어냈다.

지금 막 사업을 시작했거나 예상치 못한 어려움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그런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

편한 길만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새벽에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하루를 정리하고, 생각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시간이 있어야 다음 걸음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걱정부터 앞세우는 사람이다. 자료 조사만 하며 망설이는 이보다, 아무것도 모른 채 현장에 들어가 몸으로 부딪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을 얻는다고 믿는다. 사업이든 일이든 결국은 움직이는 사람이 이긴다.

앞으로 백호산업보루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계획이 궁금하다.

단기 목표는 자체 공장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원자재 보관 공간과 재단 공간을 분리하고, 직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먼지 발생을 줄이고, 보다 쾌적하고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온라인 유통 체계도 정비 중이다. 현재 쿠팡 등 주요 플랫폼에서 3시 이전 주문 건은 당일 출고가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출고 속도와 정확도를 높여 더 많은 거래처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물류 설비와 인력도 순차적으로 확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