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선선한 공기와 함께 전시장을 거닐기 좋은 계절이다. 도심 속 갤러리부터 지역의 박물관까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전시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마르크 샤갈의 색채 세계부터 초콜릿처럼 달콤한 참여형 전시, 종이로 되살린 멸종위기 새들, 조선의 멋을 담은 분청사기까지. 감상과 사유의 시간을 선물할 네 개의 전시를 소개한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 비욘드 타임’ 포스터. 샤갈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료=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마르크 샤갈 특별전: 비욘드 타임
5월 23일(금) ~ 9월 21일(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전시실, 제2전시실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빛과 색으로 기억을 감싸는 샤갈의 세계로"
마르크 샤갈(1887~1985)은 20세기 유럽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현실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색과 형태로 감정을 표현하고, 잊힌 기억을 깨우는 예술적 언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최초 공개되는 미공개 원화 7점을 포함해 회화, 드로잉, 석판화 등 다양한 기법과 매체로 펼쳐진 총 1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와 하다사 의료 센터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하여, 빛과 색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는 몰입형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모두에게 :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 포스터. 일상의 감각과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자료=수원시립미술관]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
4월 15일(화) ~ 8월 24일(일)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미술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다정한 선언"
‘초콜릿’은 과거 ‘신들의 열매’라고 불렸던 카카오로 만든 귀한 음료였지만, 오늘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미술관 역시 특정 계층만을 위한 배타적 기관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러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참여의 장으로 변모해 왔다. 제목에 사용된 초콜릿은 미술관이 누구에게나 개방된 장소로 나아가고자 함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초콜릿을 먹듯, 누구나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기획됐다.
‘이재혁의 멸종위기 새 프로젝트 : 페이퍼 아트로 만나는 멸종위기 새들의 초상’ 포스터. 종이의 결을 따라 정교하게 형상화된 새들의 모습은 관람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자료=사비나미술관]
이재혁의 멸종위기 새 프로젝트: 페이퍼 아트로 만나는 멸종위기 새들의 초상
5월 3일(토) ~ 8월 3일(일)
사비나미술관 4층 프로젝트 전시실 (서울 은평구 진관1로 93)
"사라지는 생명을 종이 위에 되살리는 섬세한 기록"
페이퍼 아티스트 이재혁 작가를 초청해, 멸종위기 새들을 주제로 한 페이퍼 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한 전시다. 본 프로젝트는 예술 감상을 넘어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유도하는 교육형 전시로 기획되었다. 종이라는 재료가 가진 ‘기록’이라는 본질에 주목한 작가의 작업은, 이제는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새들의 생명을 종이 조각으로 정교하게 복원함으로써, 예술을 통해 생명과 기억을 보존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보순회전, 모두가 함께하는 180일의 여정’ 포스터.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분청사기의 독창성과 품격을 조명한다. [자료=고흥분청문화박물관]
국보순회전, 모두가 함께하는 180일의 여정
5월 20일(화) ~ 8월 10일(일)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 분청문화박물관길 99)
"소박하지만 살아 있는 조선 도자의 아름다움"
이번 전시에서는 분청사기의 가락진 멋과 싱싱한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보물 제1067호로 지정된 분청사기 상감 인화 연꽃 넝쿨무늬 병을 비롯하여 이건희 기증품 중 분청사기 7점을 포함한 총 8점의 분청사기를 전시한다. 꾸밈이 없으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듯한 조선시대 도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담고 있는 분청사기를 이번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