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츠타야(TSUTAYA)가 서울에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CCC ART LAB 서울 1st Pop-up’이라는 이름의 이번 팝업은 5월 30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나인원 한남에서 진행된다.
긴자 츠타야 전경. 츠타야는 책을 고르는 일에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나아가 서점이 자리한 지역의 풍경까지 바꾸어 놓는다. [사진=Culture Convenience Club]
츠타야를 운영하는 CCC(Culture Convenience Club)는 1983년 츠타야 1호점을 시작으로 서점, 렌털숍, 라이프스타일 매장 등 다양한 공간을 기획해 왔다. 취향과 일상이 만나는 장소를 만들며 서점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이번 팝업은 츠타야가 추구해 온 취향의 제안을 서울에 처음 구현해 보는 자리다. 세 가지 공간으로 구성된 팝업은 츠타야가 그동안 쌓아온 시도를 펼쳐낸다.
‘아트의 정원’은 긴자 츠타야 서점에서 출발한 기획을 바탕으로, 예술 감상이 삶의 일부가 되는 순간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현대 일본 작가 코헤이 나와, 타게루 아마노, 아라이 사코, 모리 히로시의 작품이 전시된다. CCC는 긴자와 다이칸야마 등지에서 예술 서점과 갤러리형 매장을 운영하며 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의 콜라보레이션을 지속해서 시도해 왔다. 이번 팝업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 역시 CCC가 공간을 통해 펼쳐온 취향 제안의 연장선이다.
‘취향의 조각’은 물건을 통해 취향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예술 작품부터 문구, 의류, 향 제품까지 일상 속에서 곁에 두고 싶은 것들이 모여 있다. ‘작은 책방’은 커피와 책이 함께 놓인 조용한 쉼터다. 잠시 앉아 쉬고, 책을 펼치고, 천천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츠타야는 서적과 음반을 빌려주던 작은 가게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생활용품, 전자제품, 여행, 숙박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일본 전역 1천 개가 넘는 매장에서 연간 약 2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츠타야의 중심에는 취향 큐레이션이 있다. 책은 분야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기준으로 분류되며, 직원은 고객이 찾는 책을 안내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는 방향을 함께 살핀다. 선택이라는 행위 자체를 삶의 일부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러한 철학은 츠타야의 공간 기획에서도 이어진다. 도쿄 다이카야마에 위치한 복합 문화공간 ‘T-SITE’는 츠타야 서점을 중심으로 조성된 곳으로, ‘숲속의 도서관’이라 불리며 지역 주민들에게는 산책로이자 만남의 장소, 쉼터가 되고 있다. 리뉴얼을 마친 시부야 츠타야는 책과 음반 판매를 줄이고 체험 중심 콘텐츠로 구성되며, 소비 중심 공간에서 머무는 장소로 방향을 전환했다.
츠타야가 서울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내는 도시다.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자기 취향에 솔직한 도시, 서울은 츠타야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시도를 실현하기에 알맞은 무대다. 팝업이 열리는 한남동 나인원 역시 주거와 문화, 상업이 조밀하게 얽힌 공간이다.
이번 팝업은 츠타야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이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지를 묻는 자리다. 츠타야가 어떤 장면을 만들고, 그 안에서 어떤 취향이 발견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