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에 자리한 내음공간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활기찬 인사 소리였다.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기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한편에서는 작업에 몰두한 근로자들의 집중한 눈빛이 공간을 채웠다.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지닌 중증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내음공간을 이끌어가는 문종선 시설장. 그는 다가오는 근로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들이 저를 부르며 다가올 때, 가장 행복합니다.”
중증발달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지역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목표로 운영되는 내음공간. 문종선 시설장을 만나 그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운영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태도와 장벽으로부터 보호막이 되어주고자 내음공간을 이끄는 문종선 시설장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자기소개 및 창업 배경
어린 시절부터 교사를 꿈꿨지만, 아버지의 오랜 병상 생활과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의 모습을 보며 사회복지학과 진학을 선택했다. 이후 다양한 장애인 관련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장애인복지 관련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 현재 사회복지사로서 23년째 활동 중이며, 2018년에 보건복지부 인가를 받아 내음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산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내음공간을 책임 운영하고 있다. 내음공간은 취업의 문턱이 낮지 않은 중증발달장애인을 위시한 취업취약계층을 고용하여 낮시간 돌봄과 일자리 제공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비장애인과의 사회적 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보호자 사후 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들의 삶에 가까이서 그리고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이유로 창업하게 되었다.
내음공간에서 활동하는 취업취약계층
내음공간에서는 사회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미혼모, 경력 단절 여성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증장애인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대부분 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특히 자폐성 장애가 있는 근로자들은 소통에 있어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내음공간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모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 내음공간은 이들이 근무하는 모습을 유튜브 등을 통해 대중에 알리고 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에 힘쓸 계획이다. [사진=내음공간]
경영에서 어려운 부분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사업체인 만큼, 매출 확보가 가장 큰 숙제다. 내음공간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매출 상승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중증장애인생산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보충 급여’ 지원과 같은 제도적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사회적 관심과 정책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주요 비즈니스 영역
직업훈련을 통해 장애인의 직업성숙도를 향상시키고, 급여 제공을 통해 사회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 적응훈련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급여 제공을 위한 주요 사업으로는 복사용지 생산, 시설물 소독방역 서비스, 전시회 및 행사에 필요한 용품 대여와 설치, 기념품 및 판촉물 생산, 꽃 배달과 플랜테리어를 포함한 원예 서비스, 곡물 소분 사업 등이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판매할 수 있는 품목에 관한 제안도 받고 있다.
내음공간의 상품 소개
‘내음크린방역단’, ‘기억해 행사토탈’ 등 ‘기억해’와 ‘내음’을 활용하여 소비자들이 내음공간의 수익사업을 기억하기 쉽도록 브랜드화하고 있다.
‘기억해 내음기프트’는 판촉물 인쇄 사업으로, 다양한 인쇄 장비를 도입하여 주문자가 원하는 로고나 문구 등을 디자인하고 편집한 후 인쇄한다. 인쇄 후에는 철저한 검수와 꼼꼼한 포장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기억해 꽃내음’은 꽃바구니, 화분 등을 전국 배달하고 있으며, 폐화분을 활용한 플랜테리어를 통해 공공기관과 복지시설에 설치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억해 건강잡곡’은 1인 가구 및 소가족의 수요에 맞춰 건강잡곡 등이 소포장으로 제공되며, 간편하게 건강식을 즐길 수 있어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량 주문도 가능해 답례품이나 명절 선물로도 제격이다. 또한, N스토어, 롯데홈쇼핑, SK스토어 등에서 판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내음크린방역단’은 공공청사 등의 시설물 방역소독과 어린이집 교육 소독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억해 행사포탈’은 지역 행사 전시회 기획 및 행사용품 렌탈과 설치를 겸하고 있는 사업이다.
내음공간은 상품에 '기억해'라는 문구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상품을 기억해 주기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사진=내음공간]
주요 고객층 및 고객관리 방법
주요 고객은 공공기관과 사회복지기관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자사 제품을 1품목만 구매해도 장애인생산품, 사회적기업 제품 등 6가지 실적을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또한, 사회복지기관 역시 사회적 가치 제품의 구매 비율을 높이고 있어, 이에 따라 최근 매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고객층 확보를 위해 정기적으로 홍보지를 발송하고 있으며, 광고 비중을 점차 늘려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우수한 상품력을 바탕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신뢰를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음공간의 향후 계획
최근 전국 사회적 가치지표(SVI) 측정에서 최고 등급인 ‘탁월’ 등급을 받았으며,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장애인일자리) 부문에서 우수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이를 발판 삼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기관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또한, ESG 경영 실천을 통해 시대 트렌드에 맞는 운영 방식을 도입하고, 각 사업 영역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부모 기업 설립, 지점 확장 등을 추진하며, 궁극적으로 더 많은 취업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최종 목표인 공동체마을 설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내음공간 유튜브 채널을 활성화해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는 장애인 근로자의 근무 모습을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실제로 근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큰 차이 없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을 공유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동종업계를 꿈꾸는 미래 창업자에게
모든 일의 출발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며, 고생과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성장을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과 선견지명이 필수적이다. 명확하고 흔들림 없는 운영 목표를 설정하고, 그 과정에 확신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창업에 도전하길 권한다.
경영 철학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태도와 장벽 속에서 보호막이 되어 주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약자로 구분되어 살아가는 다양한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안정적이고 건실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공의(公義)를 실천하는 목표지향적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은 단순히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회에 기여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성원이다. 실제로 사회봉사 활동을 위해 내음공간을 찾은 분들이 근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처럼 장애인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이며, 단지 다른 재능을 가졌을 뿐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사회 구성원임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또한, 내음공간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실천할 기업을 언제든지 환영한다. 다양한 협업 프로그램, 생산 외주, 물품 구매 등 여러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취업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자립을 지원하는 데 동참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기업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