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플라스틱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숙이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 자동차의 한 조각부터 반도체 공정의 작은 부품까지, 그 많은 쓰임새로 인해 이제는 플라스틱 없는 산업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배경 속에, 산업용 플라스틱의 대표기업, BWP(BEST WORLD PLASTIC) 의 박영호 대표를 만났다. 그를 처음 마주했을 때, 멋드러진 은발과 뿔테안경을 쓴 모습이 마치 카리스마 넘치는 어느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를 연상케 했다. 거기에 힘이 넘치는 중저음 목소리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입담은 얼마나 감질나는지, 인터뷰 시간 내내 기자를 포함한 모든 배석자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기회가 된다면 인플루언서 활동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을 정도로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진정한 걸물(傑物)이었다.
이번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영호 대표는 BWP의 시작부터, 자신만의 철학으로 회사를 이끌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들려주었다.
정상에서 바닥까지 한순간에 추락... 가장으로서 가족 지키기 위해 BWP 설립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삶이 대부분 그렇듯, 나의 인생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라는 말로,
그는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의 첫걸음을 떼었다.
박 대표는 젊은 시절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40대 초반,
단 한 순간에 모든것을 잃고 그야말로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한다.
"그때는 하늘이 노랗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장으로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내는 게 유일한 목표였다."
그렇게 그는 생존에 내몰린 가장으로서 BWP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쪽 일이 낯설고 잘 맞지 않아 힘들었다. 중간에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너는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 덕에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도전을 거듭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큰 비전이나 목표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주위의 격려와 멈추지 않는 도전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역할은 산업의 윤활유... 고객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이익 생각하지 않고 생산
BWP는 주로 산업용 강화 플라스틱을 취급하는 회사다. "우리가 취급하는 강화 플라스틱은 내약성, 내식성이 뛰어나다. 그래서 반도체, 자동차, 화학 공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그는 이 분야가 점점 다양화되면서 바이오, 해양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얼마만큼 잘 대응 해주느냐에 따라 고객이 편하고 쉽게 일을 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역할을 산업의 윤활유에 비유했다.
이어 BWP 만이 가진 경쟁력에 대해 묻자, 그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BWP의 경쟁력이라면 한 가지를 딱 꼽기는 어렵다. 우리는 약점이 많다. 그래서 그만큼 더 고민하고 고객 한분 한분에게 노력하고 있다. 다만, 현장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서 고객들이 느끼는 애로사항들을 더 잘 이해하고, 그에 맞춰 대응한다. 사실 어떤 제품이든 수요가 많지 않으면 공급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작은 수요라도 고객이 꼭 필요로 하는 거라면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고객을 위해 공급한다.“
그는 이어 "또한 중요한 것은 변치않는 초지일관의 태도다. 처음에는 누구나 열심히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기 쉽다. 그래서 나는 항상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가졌던 절박함을 기억하며,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제일 중요한 건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고객을 대할 때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변호사 우영우` 등 히트 TV 드라마 다수 협찬...
사람들의 일상 지탱하는 플라스틱 알리고 파
BWP는 단순히 산업용 강화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기업을 넘어, 다양한 드라마 속에 제품 협찬을 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초 히트작인 `이상한 나라의 변호사 우영우`부터 최근 인기스타 김우빈이 주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까지, 수많은 히트 드라마에 등장한 이들의 제품은 다양한 산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영호 대표는 드라마 협찬에 대해 "우리의 제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제품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것도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언급했다. 그의 철학은 BWP의 협찬 전략에도 반영되어, 단순한 노출을 넘어서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결합 되도록 노력한다.
BWP의 드라마 협찬은 이들의 제품이 단순한 산업용 자재가 아닌, 일상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한편,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더욱 강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와 같은 협찬을 통해 앞으로도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2019년 유튜브 채널 개설, 다양한 컨텐츠로 고객과 소통
화제 모은 BWP 공식 홈페이지 CEO 동영상 인사말, 평소 단단한 신념 밝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좋아해... 젊은 시절 정보가 권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 가져
박영호 대표와 BWP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유튜브 채널이다. 2019년, 이들은 업계에서 거의 최초로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직접 인플루언서로 나서 제품 사용법을 소개한다. 그 외 챗gpt와 대화를 하는 영상이나, 추억의 60,70,80년대 자료로 만든 영상 등,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또한, 이들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는 박 대표의 5분에 이르는 CEO 인사말 영상은, 아마도 대한민국 모든 기업 총수들의 인사말 중 단연 손에 꼽히는 시도라 생각된다. 박 대표는 이 영상을 간단한 메모만 준비하여 원테이크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특히, ‘거래와 인연을 중단하신 고객님께도, 부끄럽지만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질책과 충고는 더 노력하라는 고객님의 조언으로 알고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새기겠습니다.’라는 구절은, 평소 고객에 대한 단단한 신념이 없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말이다.
그는 이어 앨빈 토플러의 책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서는 정보야말로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밝혔다.
"젊은 시절부터 디지털이 세상을 바꿀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앨빈 토플러를 좋아하는데,
'제3의 물결'과 '권력이동' 같은 그의 책을 읽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정보가 권력이 될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처럼 유튜브는 박 대표에게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닌, 고객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창구로 자리한다.
"블로그를 20년 전부터 했지만, 유튜브는 더 생동감 있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우리 채널은 제품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특화된 제품들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이쪽 분야 특유의 폐쇄적인 면을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는 영상에 가격 정보나 판매처를 밝히지 않고 오로지 정보 전달에만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진정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유튜브를 통해 매출이 급증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서서히 브랜드 가치가 쌓이고 있다."
이처럼 박 대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고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튜브는 그에게 있어 BWP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자,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즐거운 계기가 되고 있다.
성공은 1%의 노력과 99%의 도움으로 이뤄져...
대한적십자사 등에 정기적으로 기부, 이제는 성공한 만큼 돌려줘야 할 때
인터뷰는 어느새 막바지로 흘러, 그의 사업 철학에 대해 물었다.
그는, "처음엔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공한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적십자사나 꽃동네 같은 기관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이라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이룬 성공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성공은 1%의 노력과 99%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덧붙였다.
이어 박 대표는 "청빈하고 투명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의 철학이 단순히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을 넘어, 인간적인 가치를 중시해야 함을 강조했다.
"성공이라는 것은 결국 많은 시련과 고난, 그리고 땀의 결과물이다. 그 과정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그는 자신이 이룬 성공을 사회에 기여하고, 사람들과 나누며, 그 가치를 높이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 BWP는 변화하는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패한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그들의 실수 반복하지 않는 것, 성공의 가장 빠른 지름길.
사업은 고객에게 임금님 수라상 차리는 것, ‘가족처럼 해준다’ 정도론 안 돼
마지막으로 아쉬운 마음에 박영호 대표에게 후배 기업인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 뒤 조심스럽게 조언을 시작했다.
"많은 창업자들이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너무 크게 가진다. 실상 성공은 1%고, 실패는 99%이다. 그러니 오히려 실패한 사람들의 경험에서 더 많은 걸 배워야 한다"라며,
"실패한 사람들의 문제를 분석하고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게 성공으로 가는 빠른 지름길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박 대표는 특히 후배 창업자들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가족에게 하듯이 해준다’는 얘기를 종종하는데, 이는 그저 안일한 발상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사업은 고객에게 임금님 수라상을 차려줘야 하는 일이다. 가족 정도로 대한다는 건 너무 아마추어적인 생각이다."
그는 모든 정성과 노력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사업에서 겨우 성공할 수 있음을 마지막으로 후배 창업자들에게 전했다.
박영호 대표와의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도 짧게 느껴졌을 만큼 흥미로웠다. 그의 재기 넘치는 이야기 속엔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선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공정성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스스로 가장 엄격한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이번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그의 일성이 담긴 한마디로 대신한다.
"사업이든 개인적인 일이든, 결국 중요한 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늘 자기 자신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기업경영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