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남는 공간과 모자란 공간이 동시에 존재한다. 도시에선 비어 있는 상가가 늘고, 집 안은 물건을 둘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 남는 공간은 많아지는데 일상에서 쓸 공간은 오히려 빠듯해지는 상황이다. 거주자는 집세와 관리비를 감당하면서도 생활 여백을 가지기 어렵다. 자산은 멈춰 있고, 일상은 좁아지는 모순이 도시 곳곳에 있다.

셀프스토리지는 개인이 일정 규모의 보관 공간을 빌려 필요한 물건을 직접 보관하는 서비스다. 언제든 드나들 수 있고 관리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용한다. 이 서비스는 도시에서 생기는 두 가지 불균형을 이어준다.

아이엠박스는 셀프스토리지가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생활을 다시 정돈할 수 있는 여유를 얻고, 상가는 목적을 되찾는다. 남성훈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엠박스 남성훈 대표는 셀프스토리지(무인창고)를 통해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공실 문제에 앞장서고 있다. 셀프스토리지란 물품을 보관해 주는 공간 대여 서비스이자 생활 편의 시설이다. 아이엠박스는 현재 전국 170개 지점을 운영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 한주희 기자]


셀프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온라인으로 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출이 들쭉날쭉했고, 한계가 느껴졌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돌아가면서 수입이 일정하게 들어오는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무렵 셀프스토리지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큰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졸업하고, 짐을 친구 집에 맡겨둔 기억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집이 좁아 생기는 불편을 겪는 사람이 많아졌고, 공간 문제가 계속 쌓이면 결국 일상까지 불편해진다. 그때 공실이 길어진 상가 이야기도 자주 들렸다. 한쪽에서는 공간이 부족한데, 다른 쪽에서는 그대로 비워둔다는 게 대비됐다. 여러 고민이 겹치면서, 현실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주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지금 하는 일은 보관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간을 빌려주는 셀프스토리지 사업이다. 전대차로 운영한다. 오래 비어 있어 고민하는 임대인에게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고, 집이 좁아 물건 둘 곳이 없는 분들에게는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보관 공간이 된다. 이사 주기가 짧아지면서 짐을 임시로 보관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취미 활동이 늘면서 집에서 관리하기 버거운 물건이 생기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면 당장 쓰지 않을 물건을 빼둘 필요가 있고, 아이가 생기거나 가족 구성원이 바뀌면서 집 안 배치를 다시 하는 경우도 흔하다. 셀프스토리지는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된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임대인들이 믿고 문의할 창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실을 오랫동안 안고 있는 임대인은 조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새로운 사업 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분들에게 회사를 설명하고 신뢰를 전할 방법을 찾다 보니, 채널을 통해 얼굴을 드러내고, 설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유튜브에 출연한 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인지도 높은 채널에 출연한 뒤 연락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방송 검수가 엄격한 곳이라 영상을 본 임대인이나 고객이 더 믿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 고객층이 궁금하다.

1인 가구, 일반 가정, 사업자로 나뉜다. 지역별로 맡기는 물건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곳은 개인 짐이 주로 많고, 신도시는 가정집에서 옮겨 놓는 짐이 많다. 전체를 보면 월세에 사는 20~40대 1인 가구 고객이 가장 많은 편이다.

고객들은 주로 어떤 물건을 보관하나.

예전에는 계절에 따라 쓰는 물건이나 옷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이유가 조금 달라졌다. 특정 물건을 맡기려고 찾아오기보다 주거 환경으로 생기는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다.

집 안에 두기 불편한 물건이 많아지면서 보관 공간을 개인 공간의 연장으로 사용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옷이나 계절 물건, 취미 관련 물건처럼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이 다양하게 들어온다. 한 물건만을 위한 보관이라기보다 집 밖에 또 하나의 방을 두는 느낌에 가깝다.

셀프스토리지 이용의 장점은 무엇인가.

24시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기존 컨테이너 보관은 직원 도움을 받아야 하고 장비 사용에도 제한이 있었다. 셀프스토리지는 혼자 이용하기 쉽고, 작은 공간 하나만 마련해도 집 안이 훨씬 정리되고 생활이 편안해지는 장점이 있다.

보안이나 온습도 관리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점도 만족도가 높다. 필요할 때 바로 물건을 찾을 수 있고,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이사 시기처럼 공간이 갑자기 부족해질 때도 안정적으로 옮겨 둘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의 셀프스토리지 시장을 직접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생각이 더 분명해졌다. 일본은 주거 환경이 한국과 비슷하고, 공실도 많다. 오래된 건물 상당수가 셀프스토리지로 바뀌어 있었다. 길을 걷다 보면 금방 하나씩 보일 정도로 많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국도 결국 이렇게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봤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이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가 크게 성장할 거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임대인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 매우 만족한다. 공실 문제로 고생하는 임대인이 많기 때문이다. 몇 년째 공실이 이어지는 곳도 많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렵다. 이런 자산을 셀프스토리지로 바꾸면 바로 수익이 발생하니 반응이 좋다. 지인을 소개해 주는 임대인도 많고, 한 명이 여러 지점을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고객들의 만족도는 어떤가.

재계약률이 아주 높다. 고객의 80% 정도가 재계약한다. 정기 결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거의 자동 연장 방식이고, 실제 평균 보관 기간도 1년에 가깝다.

현재 지점 규모와 앞으로의 확장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약 170개 지점이다. 올해 200개까지 늘릴 예정이고, 이후에는 400개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8년에는 1천 개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대 방식이 아닌 직접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셀프스토리지는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활용하는 데에 잘 맞는 업종이다.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건물이라도 보관 시설로 전환하면 활용 가능성이 넓어진다. 건물주도 선택지가 생긴다. 이런 점 때문에 직접 보유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높아서 적극적인 매입 시점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가격이 조정되면 자산 가치가 상승할 여지가 있는 건물을 매입해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이 분야에 관심이 높아 다양한 투자 제안을 받고 있다.

셀프스토리지 시장의 주요 경쟁사와 아이엠박스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이엠박스는 외부 투자 없이 시작했다. 임대인이 필요한 시설 비용을 맡는 형태라 초기 부담이 크지 않았고, 운영 결과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라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현장에서 반응이 좋아 지점이 빠르게 늘었고, 지금은 국내 업체 인수도 살펴볼 만큼 사업이 넓어졌다.

셀프스토리지 시장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업체들이 있다. 큰 자본을 투입해 넓은 공간을 직접 임차하고 시설을 갖추는 곳도 있고, 해외 자금을 활용해 건물을 매입한 뒤에 장기 운영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방식마다 장점이 있지만, 초기 비용 부담이 크거나 확장 속도가 더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사업을 하다 보면 부동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상업용 부동산 공실은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고, 주거비 상승으로 삶의 여유도 줄어든 상태다. 그래서 공실 문제를 해소하고, 주거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근린생활시설에 ‘셀프스토리지’가 추가된 법 개정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근린생활시설에 셀프스토리지가 들어간 건 큰 변화다. 상가 공실이 길어진 건물에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카페나 음식점, 학원을 다시 들이기 어려운 자리라도 보관 용도로는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다만 아직 대중 인식은 높지 않다. 공급이 더 많아지고 가격이 합리적이면 이용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본다.

책을 출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셀프스토리지 업계가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이 업의 성격과 성장 배경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느꼈다. 특히 기관 투자자나 업을 깊게 보는 분들도 국내 셀프스토리지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이미 검증된 모델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다른 나라는 어떤 경로로 시장이 성장했는지, 그리고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엠박스 남성훈 대표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셀프스토리지 산업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 새로운 공간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자 ‘셀프스토리지-상업용 부동산의 신대륙-’을 출간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셀프스토리지의 개념, 현황, 한국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분석한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 한주희 기자]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셀프스토리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업종이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 국내도 이제 시작 단계라 성장 여지가 많다. 공실 문제해결, 주거 환경 개선, 활용도가 떨어지는 자산의 재생 같은 목표를 이루고 싶다. 오래된 건물에 IoT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해 도시 기능을 살리고, 상업용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도시 안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취재 한주희 기자(epub@bizhuman.co.kr)

박희수 편집국장(editseoul@bizhum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