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듀테크 시장에서 20년 가까이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은 어떻게 배우고, 그 배움은 어떻게 증명되는가. 포도소프트웨어는 이 질문에 답을 찾아 나선다. 국내 에듀테크 시장에서 포도소프트웨어는 학습 관리와 역량진단에 집중해 온 기업이다.
기업 교육과 대학의 학생 경력 개발에 필요한 기능을 직접 개발해 왔고, 학습 데이터 분석과 진단 기능을 솔루션 단위로 다듬은 점이 특징이다. 핵심 기술은 학습 전후 변화 기록이다.
최근에는 학습자의 정보와 학습 내용을 활용해 AI가 과정을 추천하는 기능을 개발했다. 현재는 AI가 역량을 진단하는 기능을 개발하는 중이고, 학습자가 어떤 능력을 갖추는지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교육 환경이 다양해졌지만, 포도소프트웨어의 목표는 사람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데이터로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정호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포도소프트웨어 이정호 대표. 포도소프트웨어는 학습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를 기술로 해석해 교육 효과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기업과 대학이 진행하는 교육과 역량진단 업무를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이 분야에서 20년 동안 인적 자원 개발과 학습 관리 시스템 개발에 집중해 왔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일은 IT 강의였다. 그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과 관련된 일을 이어가게 됐다. 강의를 하면서 다른 교육 업무도 계속했고, 스무 살 후반에 한 번 사업을 했다. 국내에서 IT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이나 수강생을 모집해 인도에서 배우게 하는 일이었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했고 기간은 열 달에서 열두 달 정도였다.
그렇게 IT 교육 관련 일을 계속하다가 개발자로도 일하게 됐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보니까 교육이라는 게 대상과 목적은 달라도 일정 패턴이 존재했다. 그래서 그 프로세스를 체계화해서 효율적이고 성과 중심으로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솔루션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 사업의 계기가 되었다.
회사 이름이 ‘포도소프트웨어’인 이유가 궁금하다.
한 번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이름을 찾고 싶었다. 해외에서도 발음이 어렵지 않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고민하다가 포도라는 단어에 마음이 갔다. 그렇게 지금의 포도소프트웨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포도 소프트웨어의 런웨이(LEARN WAY) 솔루션은 학습 효율성과 측정 정교함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궁금하다.
런웨이 솔루션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바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교육을 들여다보면 분야가 달라도 기본 절차는 비슷했다. 누가 어떤 교육을 들었는지 기록하고, 그 전과 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빠지지 않았다.
기업은 교육을 진행한 뒤 구성원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중요하다. 학습 전에 진단을 한 번 하고, 학습 후 다시 진단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성과가 어디에서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이 외에 보유하고 있는 솔루션은 무엇이 있나.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난 고객은 기업이었다. 기업은 직원이 입사하면 교육과 과정을 차례로 진행한다. 그때 필요한 기능을 모아 런웨이라는 이름의 솔루션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으로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대학은 신입생의 경력 준비가 중요한 곳이었다. 신입생이 입학하면 역량을 먼저 살펴보고, 어떤 교과나 비교과 프로그램을 들으면 좋은지 확인한다. 교수나 상담사가 학생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나아갈 진로를 함께 정리해 준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가로수’라는 학생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AI와 관련된 솔루션으로 큐피트(Cufit – Curation Fitness)가 있다. 학습 콘텐츠와 학습자 정보를 함께 살펴보고 알맞은 교육을 추천하는 기능을 담았다. 교육은 콘텐츠가 중심이 된다. 콘텐츠가 있어야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텐츠를 꼼꼼히 살펴보고, 학습자의 이력이나 직무·직급에 맞춰 필요한 교육을 연결하는 기능을 만들었다. 역량 진단 시스템은 런웨이에 포함된 모듈이다. 직무나 리더십 기준에 따라 임직원을 진단하는 역할을 한다.
라이브 교육을 위한 플랫폼도 있다. 예전에도 화상 강의는 있었지만, 성과가 높지 않아 활용이 많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교육이 늘면서 화상 교육을 원하는 기관이 크게 늘었다. 화상으로 진행한 교육은 다시 내용을 모아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점을 다듬어 지금은 라이브 교육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 고객층과 고객관리 방법이 궁금하다.
주요 고객은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처럼 교육과 인재 개발 업무를 맡는 곳이다. e-HRD 시스템, AI 학습분석, LXP, LMS 플랫폼, 역량진단 시스템을 제공하며, 교육의 디지털 전환과 인재 육성이 필요한 기관이다. 원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약속한 바를 책임 있게 마무리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대에 맞는 결과를 꾸준히 내면 오래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첫 번째 고객과 진행한 일이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았던 때였는데 그쪽에서 먼저 기회를 줬다. 여러 명 앞에서 솔루션을 설명했는데 질문이 계속 이어져 발표가 한 시간 넘게 길어졌다. 발표가 끝나자,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고 그 장면이 지금도 떠오른다. 프로젝트도 큰 어려움 없이 마무리됐고, 그 고객사와는 10년 넘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일하고 있다.
함께하고 싶은 인재상이 있다면.
정해 놓은 것은 없다. 일을 오래 함께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반갑다. 내가 놓치는 부분도 있고 섬세하게 보는 부분도 있어서, 이런 성향을 이해하며 함께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는 시간이 지나도 편안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 운영에서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깊다. 이런 철학이 조직 문화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 궁금하다.
오래 함께한 사람과 일할 때 안정적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구성원의 사정을 최대한 살피려고 한다. 출근 시간이 각자 다를 수 있고, 구성원의 이동 시간을 고려해 업무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먼 곳에서 오는 사람은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게 하고, 아침에 일찍 움직이는 편이면 하루를 일찍 마칠 수 있도록 한다. 금요일에는 개인 일정을 잡는 사람이 많아 그날만은 업무를 한 시간 일찍 끝내고 있다.
포도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배우는 과정을 먼저 살피고, 그 과정에 필요한 기능을 담아낸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확인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중요한 가치로 삼으며,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회사가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고 여긴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최근 AI 관련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어떤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큐레이션 기능은 이미 개발돼 있고 계속 발전 중이다. 회사가 잘하는 분야가 인적 자원 개발과 역량진단이기 때문에 AI 기반 역량진단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NCS라는 국가 직무능력 표준이 정리돼 있고 약 1,200개의 직무가 분석돼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처럼 문항을 찍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역량을 파악하려고 한다. 화면에 들어오면 페르소나 형태의 전문가가 나타나 질문을 건네고, 그 대화를 이어가며 수준을 진단한다. 텍스트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용을 분석해 역량을 파악한다.
역량 수준은 어떻게 측정되나.
문항마다 난이도와 단계가 있다. 먼저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질문을 던지고, 답이 그보다 높게 느껴지면 위 단계와 중간 단계를 다시 확인한다. 반대로 낮게 보이면 아래 단계와 중간 단계를 비교해 나간다. 이런 식으로 범위를 점차 좁혀간다.
개발 완료 시점은 언제로 보고 있나.
콘셉트는 이미 완성돼 있다. 다만 NCS 같은 데이터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제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상반기 안에 시제품을 공개하고, 기존 고객사에 데모를 선보일 계획이다. 목표는 내년 7월이다.
포도소프트웨어 사무실 내부 모습. 이정호 대표는 좋은 사람이 있어야 좋은 선택이 나오고, 그 선택이 더 나은 미래로 간다고 강조한다. 좋은 선택에는 좋은 마음이 함께 간다는 의미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포도소프트웨어가 바라보는 비전은 무엇인가.
좋은 사람이 더 좋은 미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회사 내부에는 ‘Better future made by good people’이라는 문구도 적어두었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일자리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지만, 결국 AI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고객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마음을 읽는 일인데, 그 부분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어떤 고객인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아내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서 고객을 바라볼 때 우리의 눈높이가 더 넓어야 한다고 구성원들에게 자주 말한다.
시스템으로 표현하자면 온디맨드(On-Demand) 플랫폼이다.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 그 안에 모두 갖춰져 있고, 필요하면 선택해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런웨이도 그런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더 나은 사람과 더 나은 미래를 연결하는 게 우리 회사의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