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칼라스는 사람의 몸과 생활을 편하게 하는 가구를 만드는 회사다. 권병운 대표는 25년 넘게 가구 업계에 있으면서, 가구가 사람의 건강과 일상의 습관까지 바꿀 수 있다고 믿어왔다. 사람마다 다른 몸의 움직임과 생활 방식을 반영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책상을 만들고자 했고,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높이 조절 모션데스크 ‘에렉투스’다.
에렉투스는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됐으며, 사용자들 사이에서 일과 생활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자인칼라스는 ‘지속가능한 혁신’과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을 바탕으로 전 제품에 친환경 표지 인증을 획득해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권병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자인 칼라스 권병운 대표. 유럽 바우하우스 양식 의자에 영감받아 가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25년 넘게 가구 업계에 몸담으며 모션 데스크 에렉투스 개발을 시작으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사진=디자인칼라스]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우연히 유럽 바우하우스(Bauhaus) 양식의 의자를 접한 것이 계기였다. 바우하우스는 20세기 초 독일에 설립된 조형예술학교다. 장식보다 기능을 중시하며, 실용 미학을 강조한다. 당시 흔히 의자라고 하면 목재나 철재 프레임 위에 합판을 얹고 스펀지와 원단으로 마감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바우하우스 의자는 군더더기 없이 철 프레임과 통가죽만으로 완성됐다. 형태를 최소화하면서도 기능과 아름다움을 함께 갖춘 디자인에 매료되었다. 그때부터 직접 철 프레임을 활용한 의자를 만들어 보기 시작했고, 현재 사업으로 이어졌다.
에렉투스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2012년쯤 해외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사람들이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대신, 일어서서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시간 앉은 자세가 비만, 혈관 질환, 디스크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내츄럴 무브먼트’라 불리는 운동이 주목받았다. 서기나 걷기 등 인간의 본래 움직임을 회복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려면 책상 자체가 움직여야 했다.
그 무렵 친구가 허리 통증으로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며 외국에 있는 높이 조절 책상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 세계 각국의 시장을 돌며 다양한 높이 조절 책상의 디자인과 기능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최초의 직립 보행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에서 이름을 따온 높이 조절 모션데스크 ‘에렉투스(erectus)’를 2014년 말에 완성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제품이었다. 개발은 가능했지만, 제조 기반이 부족해 여러 나라를 검토했고, 덴마크의 액추에이터 전문기업 리낙(LINAK)과 협업을 성사했다.
에렉투스 원리의 핵심은.
리니어 액추에이터(Linear Actuator)는 모터의 회전을 정밀한 직선 운동으로 변환하여 제어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MRI와 같은 의료기기에 사용된다. 이를 모션데스크 프레임에 적용해 병원에서 환자의 위치를 조정할 때처럼 정밀하게 올리고 내리는 기능을 구현했다. 이 기술은 일반인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고 생각해 더 많은 사람에게 활용될 수 있도록 응용했다.
디자인 칼라스의 대표 제품인 에렉투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권병운 대표. 에렉투스는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모션 데스크로, 의료 기기에 사용되는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적용해 정밀한 직선 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사진=디자인칼라스]
에렉투스가 등장했을 때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나.
이른바 얼리어답터들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기업의 회장이나 임원들이 외국의 ‘스탠딩 워크’ 문화를 도입하면서 스탠딩 회의를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높이 조절이 가능한 회의용 탁자를 찾다가 에렉투스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회사 내부에서 재구매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 번 사면 자동차처럼 10년은 쓰는 제품이니까, 쉽게 다시 살 일이 없다는 거였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제품의 신뢰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오래 써도 불편함이 없고, 만족도가 높다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추천할 거라고 봤다. 실제로 부산의 한 기업 대표는 먼저 제품을 사용해 본 뒤 만족도가 높아, 직원 전원의 책상을 모두 우리 제품으로 바꾸기도 했다.
주 고객층은 어떻게 되나.
고객은 개인 소비자부터 기업, 공공기관까지 다양하다. 처음부터 대리점을 두지 않고 직접 만든 제품을 고객에게 바로 판매했다. 제품 가격이 높은 편이라 유통 단계를 거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먼저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제품이었지만, 일부 연구소와 기관에서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높이 조절 책상을 시범 구매했다. 이를 계기로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에서 공공기관 납품으로 이어졌고, 제품 성능을 인정받아 5년 전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되었다.
디자인칼라스가 기획한 한림대학교 도서관 열람실 [사진=디자인칼라스]
사회 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꾸준히 살피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위기가정 긴급 지원 프로그램에 매달 정기후원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한 자립 청소년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가르치는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직접 구매해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고양시 장애인체육회에는 높이 조절 작업대를 기부했다. 휠체어마다 높이가 달라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며 많은 분이 고마움을 전했다. 따뜻한 나눔을 통해 사회의 여러 곳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 워크스페이스 솔루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션 데스크 브랜드 ‘에렉투스’에 집중해 왔다. 앞으로는 책상 하나가 아닌 공간 전체를 설계하고, 그 공간에 어울리는 스마트 가구를 제작·설치하는 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한 팀이 10명이라면, 그 인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 배치와 공간 구성이 필요하다. 가구의 디자인뿐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쓰면 더 편하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최근 업무 환경은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고, 그 안에 들어갈 가구를 맞춤 제작해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팀, 공간 디자인팀, 시공 인테리어팀이 함께 움직이며 완성도 높은 스마트 워크스페이스를 구현하고 있다.
디자인칼라스의 모션데스크 슈퍼매트, 롤리폴리 의자 세트 [사진=디자인칼라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이제는 의자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최근 신제품을 출시했고, 앞으로는 스마트 가구에 AI 기술을 접목한 개발에 집중할 생각이다. 한국형 스마트 오피스 가구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사회에 꾸준히 기여하며,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디자인칼라스를 100년 가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