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결과가 아니라 여정이다. 윤상현 홈파베르디자인 대표는 인테리어를 통해 완성된 공간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그 시간이 결국 오래 남는 기억이 된다고 본다.
홈파베르디자인은 고객의 불편을 세심히 살피고, 생활의 습관과 감정을 관찰하며, 공간을 ‘나를 담은 공간, 나를 닮은 공간’으로 만든다. 시공의 완성도는 기본이고, 과정에서의 교감과 신뢰를 더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꾸준히 업로드해 온 유튜브 콘텐츠, 구성원 채용에서 강조하는 ‘내 집을 직접 인테리어해 본 경험’, 해마다 이어지는 봉사활동까지. 윤상현 대표의 경영철학은 한결같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 생활 속에서 진짜로 도움이 되는 것, 그리고 함께 일하는 이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지켜내는 것이다. 홈파베르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다. 윤상현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홈파베르 디자인 윤상현 대표. 홈파베르(homefaber)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데 몰두하는 인류를 뜻하는 호모파베르(homo faber)에서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나를 담은 공간, 나를 닮은 공간’이라는 슬로건으로 고객의 생활 방식과 습관, 취향, 감정을 세심히 살펴 공간에 담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 한주희 기자]
홈파베르디자인은 어떤 디자인 철학으로 시작되었나.
좋은 인테리어는 고객의 삶을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홈파베르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거창한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내가 직접 시공한 공간에서 한 고객이 진심으로 만족하는 모습을 본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그때 ‘내가 만든 공간이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이 생겼고, 그 이후로 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미의 기준보다 고객이 그 공간에서 만족하는지를 프로젝트의 성패로 삼아왔다. 홈파베르의 철학은 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나를 담은 공간, 나를 닮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가치다. 고객의 생활 방식과 습관을 세심하게 살피고, 그에 맞는 기능과 감성을 반영하려 한다. 불편을 발견하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이런 가치를 지켜가며, 고객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유튜브 채널 ‘홈파베르’에 영상을 주 1회 꾸준히 올리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꾸준함이었다. 처음부터 거창한 전략이나 전문 지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반에는 영상이 마음에 차지 않아 올리기를 망설인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내보낼 콘텐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보는 이가 많든 적든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이 지금까지 채널을 지탱해 온 힘이다.
유튜브와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오신 분들은 글과 사진만으로 회사를 접했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기 전까지는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낯설고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반면 유튜브로 오신 분들은 얼굴과 말투, 현장의 분위기까지 영상으로 이미 경험하셨기 때문에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오신다. 그래서 첫 대화부터 훨씬 편안하게 이어지고, 때로는 나를 반가워해 주시기도 한다. 그만큼 친근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신다고 느낀다.
인테리어 지식 향상과 긍정적인 인식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언제 보람을 느끼나.
생활에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소중히 여긴다. 영상을 만들 때마다 고객에게 어떤 점이 실제 생활에 유익할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유튜브 댓글이나 직접 만난 자리에서 ‘어떤 영상이 구체적으로 도움이 됐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내가 전한 지식이 조회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는다.
‘집’이 사람의 마음이나 기분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주거 공간은 마음의 건강에 깊은 영향을 준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내는 집이 가지런하고 나를 닮은 기운이 담겨 있다면 일상에서의 안정감은 훨씬 커진다. 반대로 불편했던 기억이 남은 공간은 다시 지나칠 때마다 그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반면 손수 공간을 꾸미며 느낀 즐거움과 활력은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곳에 머무를 때마다 긍정적인 마음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나는 이유다. 공간은 기억을 붙잡는 그릇이 된다. 그래서 한 번쯤은 자기 집을 직접 고민하고 완성하는 경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그 과정에서 얻는 울림이 일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경영철학으로 ‘나를 닮은 공간’을 언급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관찰이 중요하다고.
우리는 모든 집에 같은 디자인을 적용하지 않는다. 가족마다 생활 방식이 다르므로, 이를 관찰하고 질문하면서 맞춤 디자인한다. 예를 들어 욕실이 두 개인 경우, 안방 욕실의 공용화 여부는 가족 구성원의 성별이나 생활패턴 등을 고려해 함께 논의한다. 요리를 많이 하는지, 적게 하는지에 따라 주방 설계도 달라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고객의 취향과 생활에 맞는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집의 구조와 가구 배치, 생활 동선 등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 안으로 설계해 도면을 만든다. 그리고 그 도면을 보면서 집주인과 함께 어떤 방식이 더 생활에 맞는지 논의한다. 레이아웃 상담만 세 번을 할 정도로 관찰과 질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고 고객이 늘어나는 이유와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나.
연고 고객이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공이 끝나고 사진이 잘 나왔다고 해서 만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과정과 결과에 모두 만족한 고객만이 지인에게 회사를 소개한다. 실제로 소개를 통한 계약 비율은 매우 높다. 그래서 연고 고객을 만든 디자이너와 현장 소장에게는 포상하고, 평가에도 반영한다.
그 중심에는 A/S가 있다. A/S는 작은 불편도 크게 느낄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빠르고 체계적인 소통이 필수다. 예전에는 전화를 받아 말로 전달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접수부터 배정, 진행, 완료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매주 회의를 열어 현황을 점검하고, 사무실 화면에 상황을 띄워 전 구성원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을 2년간 이어오면서 A/S 만족도가 확연히 높아졌고, 대응 속도만큼은 국내에서 가장 빠르다고 자신한다.
매년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회사를 창업한 첫해부터 스스로와 한 약속이 있다. 매년 최소 한 번은 우리가 잘하는 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손익이 마이너스였던 해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작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좋은 일을 했다고 굳이 알리는 게 민망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 과정을 공유하는 이유는 자랑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하는 회사가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더 많은 인테리어 회사가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 결국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길 바란다. 내가 가진 일을 통해 사회와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얻는다. 그래서 구성원들과도 그 마음을 나누기 위해 봉사를 함께하고 있다.
내 집을 인테리어하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무엇이었나.
나 역시 주거 공간을 꾸밀 때 고객의 집을 디자인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능성을 우선에 두되 미적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직접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진행해 보니 고객이 몇만 원이라도 아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지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 경험 덕분에 지금은 구성원 면접을 볼 때 자신의 집을 꾸며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었다. 집을 직접 인테리어해야 준비와 공사, 마감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몸소 겪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예민한 감정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 채용 시 본인의 집을 인테리어해 본 경험을 중요하게 보는 무엇인가.
관련 학과 전공보다 내 집을 직접 인테리어해 본 경험이 더 중요하다. 전공 지식은 공부로 익힐 수 있지만, 내 집을 꾸밀 때 겪는 고민과 압박감은 실제 경험 없이는 알 수 없다. 예산에서 어떤 자재를 선택할지, 공사 과정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견뎌야 하는지,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올 때 느끼는 아쉬움 같은 건 몸으로 겪어봐야만 안다. 그런 경험이 있어야 고객이 하는 요청이나 작은 불평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고, 진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다.
늘 과정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특별히 과정에 더 마음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집을 공사하던 때 아내와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툰 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감정이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듯하다. 공간은 경험과 기억이 켜켜이 쌓이는 곳이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완성된 결과가 아무리 훌륭해 보여도, 그 과정에서 마음이 상하면 그 공간은 불편한 기억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인테리어가 여행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여행은 출발 전 설렘이 크지만, 과정은 고되고 힘들다. 그래도 돌아와서 그 시간을 떠올리면 추억이 된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로 과정 자체가 기억에 남기 때문에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디자인 능력 못지않게 고객의 이야기를 세심히 듣는 공감이 중요하다. 고객의 고민을 살피고 감정을 이해할 때 비로소 더 나은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은 사람이 머무는 자리이기에,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우리는 선배가 쌓아온 경험을 후배가 지켜보고 배우며,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고객들이 선호하는 디자인 트렌드는 무엇인가.
최근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고객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화려한 장식보다 완성도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요즘은 미니멀하고 절제된 선의 미학이 주목받는다. 장식을 줄이고 정돈된 여백 속에서 디테일을 살리는 디자인, 컬러 톤과 텍스처를 통일성 있게 맞춘 마감, 조명과 가구의 균형이 어우러진 인테리어의 요청이 많다. 금세 질리는 유행보다는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도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홈파베르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나. 향후 계획도 궁금하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것은 구성원들에게 더 큰 비전과 자리를 주기 위해서다. 회사가 성장하지 않으면 정체가 아니라 곧 후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거 인테리어 브랜드를 다양화하려 한다. 디자이너들이 회사를 떠나 리스크를 홀로 감당하지 않고도 자신의 브랜드를 세울 수 있도록 레이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또한,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삶의 질을 높여주고, 오래 머물수록 애정이 쌓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그 가치를 지켜나가려 한다.
앞으로는 고객 경험을 더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주거 브랜드를 개발하고 싶고, 우리만의 철학과 노하우를 담은 콘텐츠로,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이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공간이 사람과 사람을 잇고, 그 안에서 각자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홈파베르의 목표이다.
취재 | 한주희 기자(epub@bizhuman.co.kr)
글 | 박희수 편집국장(editseoul@bizhum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