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제 산업 현장에서 누가 더 잘 쓰느냐의 시대가 됐다. 기술의 격차보다 활용의차이가 경쟁력을 가른다. 노후한 설비와 복잡한 시스템에서도 데이터를 연결하고, 원격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공장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 변화를 가까이에서 이끄는 곳이 ‘엣지크로스’다.

백훈 대표가 만든 이 회사는 ‘기계가 스스로 말하는 시대’를 준비한다.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DX)과 지능화 전환(AX)을 추진하며, 이미 8천 대가 넘는 장비를 클라우드에 연결했다. 그는 기술은 사람이 쉽게 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전한다. 목표는 스마트머신을 산업 현장의 표준으로 만드는 일이다. 누구나 AI를 현장에서 직접 다루고, 중소기업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산업 AI를 활용하는 세상. 엣지크로스가 그리고 있는 제조 현장의 미래는 현실적이다. 현장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술, 사람의 수고를 줄이는 기술을 통해 일과 기술의 관계를 새롭게 써가고 있다. 백훈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엣지크로스 백훈 대표. 그는 삼성전자·실리콘밸리 근무, 미국 스타트업 창업, 마음AI CTO 역임한 경험을 거쳐 현재 스마트머신 토탈 솔루션 전문 기업 엣지크로스를 이끌고 있다. 엣지크로스는 ‘세상의 모든 기계와 AI를 연결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기존의 기계를 스마트머신으로 전환하며, 기계의 디지털 전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제조 현장의 불편함을 기술로 해결하고 싶어서였다. 여러 현장을 다니며 느낀 건, 여전히 많은 기계가 데이터와 연결되지 못한 채 아날로그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작은 고장에도 설비를 멈추고 기술자가 직접 투입돼야 했고, 원인을 찾고 조치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생산 차질과 안전 문제, 인력 낭비가 반복되는 현실이었다. 이 문제를 바꾸고 싶어서 시작했다. 멀리서도 상태를 보고, 스스로 진단하고, 필요한 대응을 할 수 있다면 현장이 훨씬 효율적일 것 같았다.

현재 운영 중인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엣지크로스는 제조업과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머신 솔루션을 개발한다. 핵심 플랫폼인 ‘M Cube(Machine Mobile Management)’는 현장의 기계를 클라우드에 연결해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원격에서 설비를 제어하며, AI로 상태를 분석·예측하는 기능을 갖췄다.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사용할 수도 있고, 통합 관리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이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자체 AI 프레임워크 ‘A3I’를 개발했다. 데이터 분석, AutoML, AIoT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 Cube는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문제 발생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돕는다.

현장 전문가가 직접 AI 모델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Self.AI’를 선보였고, 이어 실시간 데이터와 현장 지식을 결합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대화형 AI 솔루션 ‘MachineGPT’를 출시했다. 이 두 기술은 숙련되지 않은 작업자도 손쉽게 기계 상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8천 대가 넘는 기계가 엣지크로스 플랫폼에 연결돼 있으며, 하루 평균 3.2GB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복잡한 기술보다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소 제조기업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lot 데이터 송수신 장비 ‘모드링크(Modlink)’는 머신GPT 솔루션을 쓰기 위해 꼭 필요한 디바이스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산업용 장비로, 기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 통신 프로토콜을 지원해 어떤 기계에도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삼성전자와 실리콘밸리 근무 경험, 스타트업 창업, 그리고 마음AI CTO 경력이 엣지크로스 창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미국에서 삼성전자에 다니다가 2000년대 중반쯤 실리콘밸리로 옮겨 여러 스타트업을 거쳤다. 직접 창업한 회사에서는 머신러닝 기반 비디오 분석 플랫폼을 운영하며, 인공지능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일을 했다. 그때부터 기술을 ‘현장에서 어떻게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이후 마음AI(구 마인즈랩)에서 CTO로 일하며, AI를 산업 현장에 접목하는 일을 했다. 그 경험이 지금 엣지크로스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이번에는 AI의 초점을 사람의 언어나 영상이 아니라 ‘기계 그 자체’에 두고 싶었다. 여전히 자동화되지 않은 기계가 많고, 사람이 직접 조작해야 하는 제조 현장의 현실을 보면서, 그 안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느꼈다.

엣지크로스 솔루션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객층은 어떤 곳인가.

주 고객은 제조 현장에서 기계와 설비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그중에서도 인력난이나 운영 비효율을 겪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비중이 높다. 대기업은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은 인력과 비용 부담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엣지크로스의 구독형 서비스는 이런 기업들에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매달 정해진 비용으로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고, 정기적인 업데이트와 기술 지원이 함께 제공된다. 고객은 SaaS 플랫폼을 통해 직접 데이터를 확인하고 운영 효율을 개선할 수 있으며, 전담 매니저 제도와 온라인·오프라인 A/S, 기술 세미나, 정기 피드백 회의 등을 통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기계를 클라우드에 연결한다는 건 어떤 개념인가.

우리가 만든 솔루션을 기계에 붙이면 클라우드와 연결되고, 현장에 가지 않아도 모든 걸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다. 줌으로 회의하듯, 구글에서 검색하듯 기계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계를 직접 동작하거나 상태를 파악할 수도 있고, 해외 사용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 AI를 활용해 고장 시점과 원인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이걸 ‘DX’와 ‘AX’라고 부른다. DX는 기계를 원격으로 연결하고 제어하는 단계이고, AX는 AI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단계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서비스가 세상을 바꿨듯, 스마트머신 시대 역시 연결된 기술이 중요하다.

기계마다 세팅 방식이 다 다를 것 같다. 시행착오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시행착오는 당연히 많았다. 처음엔 기계마다 세팅 방식이 달라 한 대 한 대 맞춰야 했다. 같은 모델이라도 버전이 다르고, 통신 규격이 달라 연결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현장에 직접 가서 테스트하고 다시 수정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다. 설치만으로 바로 쓸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가 쌓였다. 이제는 대부분 기계에 손쉽게 붙일 수 있고, 고객이 직접 설치해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기계라고 하면 제조업만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물류,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우리는 그 모든 기계를 쉽게 연결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 누구나 설치하고 바로 쓸 수 있는 ‘밀키트 같은 기술’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해온 일이다.

자판기 예시처럼, 다양한 곳에서 활용 가능한가.

그렇다. 자판기처럼 여러 곳에 분산된 기계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판기를 100대 운영한다고 하면, 지금은 일일이 현장을 돌아다니며 확인해야 하지만 우리 솔루션을 쓰면 원격에서 재고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어떤 상품이 많이 팔리는지, 어느 지점이 비어 있는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 불필요한 방문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엣지크로스의 DX 솔루션은 현장에 복잡한 설치 과정 없이 바로 세팅할 수 있고, AX 솔루션은 머신GPT를 통해 AI 기반의 진단과 예측을 더 한다. 결국 여러 기계를 한 번에 관리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

MachineGPT는 기존 산업용 AI와 어떤 차이가 있나.

중소기업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산업용 AI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AI를 쓴다고 하면, 대부분은 예지보전처럼 복잡하고 비싼 시스템을 떠올렸다. 센서를 달고 데이터를 모아 고장을예측하는 방식인데, 이런 시스템은 수억 원이 들고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

우리는 이 장벽을 낮췄다. 장비만 연결하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수집되고,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알아서 학습한다. 사용자는 복잡한 절차 없이 기계 상태를 물어보듯 질문하면 된다. AI는 매뉴얼과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답을 제시하고, 출처까지 함께 보여준다. 챗GPT처럼 그럴듯한 말을 꾸며내지 않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어도, 심지어 외국인 작업자라도 바로 쓸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AI 모델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차별점이다.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산업 AI를 만드는 게 이 기술의 주안점이다.

A/S나 기술 지원이 중요할 것 같다.

솔루션은 처음부터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비에 이상이 생기면 현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원격으로 접속해 어떤 부분이 고장났는지 바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예전처럼 기술자가 일일이 출장 가서 점검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과정이 줄어든다. 대부분 문제는 원격 점검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고객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운영 중단 위험도 크게 줄어든다. 이런 방식으로 A/S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가고 있다. 예를 들어, 토스(toss)를 쓰면 여러 은행을 다니지 않아도 되듯이, 우리의 원격 솔루션도 마찬가지다.

일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와 철학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기술도 결국 사람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나도 현장에서 어렵고 복잡하면 의미가 없다. 기술은 쉽게 쓸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드는 데 열중한다. 현장의 사람들에게 부담이 아닌 도움이 되는 기술, 그것이 엣지크로스가 바라는 방향이자, 미래다. 또 하나는 신뢰다. 고객이 우리 기술을 통해 꾸준히 효율을 높이고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일을 대할 때 ‘의도를 이해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본다. 상사나 고객의 말 속에 담긴 의도를 읽는 게 일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챗GPT가 모호한 질문도 맥락을 파악하듯, 사람 간의 일에서도 그 이해가 중요하다. 구성원들에게도 늘 지금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한다. 결국 그것이 일의 기본이라 믿는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직도 오래된 기계로만 공장을 운영하던 한 중소기업이 떠오른다. 설비 고장과 비효율로 어려움을 겪던 회사였는데, 우리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데이터로 운영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생산성과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 또 해외 공장을 원격으로 연결해 시차와 거리를 극복했던 경험도 있다. 도입 직후 기계 문제를 사전에 감지해 큰 사고를 막았던 사례도 있다. 이런 순간들이 가장 보람 있고, 회사를 운영하는 힘이 된다.

최근 업계 분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도입은 멀고 복잡한 이야기라는 인식이 많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보수적인 태도가 강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확실히 달라졌다. 기존 기계에 우리 솔루션을 붙여 스마트머신으로 전환하고, 데이터수집과 원격 제어, AI 알람까지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직접 효과를 경험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업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DX와 AX에 관심이 업계에 번지고 있다. 여러 기업이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적용 방법을 문의하고 있으며, AI 기술이 산업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과정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오히려 도입 시기를 묻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이 변화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가 AI 강국을 선언한 건 긍정적이다. 다만 제조업 같은 산업 현장까지 실제로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과 비용이 부족하다. 실증 지원, 세제 혜택, 표준화 정책 같은 구체적인 도움책이 병행돼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다. 그런 환경이 마련돼야 AI가 다양한 산업에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는 M Cube, Self.AI, MachineGPT를 더 발전시켜 다양한 산업 현장에 범위를 넓히려 한다.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운영 효율과 안전, 비용 절감 효과를 더 분명히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산업 AI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기술로 만드는 게 목표다. 구독형 모델을 통해 중소기업도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게 하고, 기존에 수억 원이 들던 하이엔드 시스템 대신 수백만 원 수준으로 제공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정부가 강조하는 ‘피지컬 AI’처럼, 로봇뿐 아니라, 일반 기계까지 AI로 연결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기술을 고도화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확산 속도를 높이려 한다.

피지컬 AI는 그동안 이동하는 기계, 즉 로봇이나 자율주행 시스템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동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작동하는 모든 기계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펌프, 보일러, 프레스처럼 공장에서 돌아가는 설비 하나하나에 자율성과 협력적 지능을 부여해, 사람과 함께 진화하며 진보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모든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인프라의 시작이다. 피지컬 AI는 특정 산업만을 위한 선택적 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산업 지능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엣지크로스는 그 중심에서 사람과 기술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엣지크로스가 바라보는 미래는 기술이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는 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이 더 안전하고, 더 현명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술이 반복적이고 위험한 일을 맡고, 사람은 판단과 창의에 집중하는 일터. 그것이 우리가 그리고 있는 다음 산업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