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조명의 일상화 이후, 조명은 오랫동안 빛의 품질에만 집중해 왔다. 밝기, 색온도, 전력 효율이 주요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퓨어글로우는 밝기나 색온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까지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퓨어글로우가 상용화한 기술은 VSL, 가시광선 살균 기술이다. 자외선 대신 사람에게 무해한 파장의 가시광선을 활용해 박테리아와 일부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VSL 기술은 사람이 지내는 공간에서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현재 퓨어글로우는 평판형 LED 조명과 다운라이트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으며, 주방등, 욕실등, 스탠드 등으로 제품군을 점차 확장할 계획이다. 이 모든 제품에는 동일한 살균 원리가 적용된다.

매일 사용하는 조명의 빛이 공간 위생까지 함께 관리할 수 있다면, 방역과 일상의 경계는 훨씬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정인철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퓨어글로우 정인철 대표. 퓨어글로우는 가시광선을 활용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살균 조명을 개발한다. 살균용 LED 칩과 형광물질 코팅 관련 특허 기술을 적용으로, 일반 조명과 유사한 밝기와 색 표현을 구현했다. [기업경영인신문 / 한주희 기자]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보이지 않는 위협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절감했고, 소독과 환기,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방역은 늘 번거롭고 일시적이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상에서 공기 중 비말까지 차단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를 고민했다. 기존 자외선 살균은 효과는 뛰어나지만,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점이 늘 아쉬웠다. 그때 떠오른 게 조명이었다. 매일 사용하는 빛이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면 방역은 훨씬 효율적이고 지속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사람이 있는 동안에도 작동할 수 있는 안전한 방역 조명 제품을 만든다. 가시광선을 이용해 공기 중과 사물 표면의 세균, 바이러스를 실시간으로 살균하는 조명을 개발했다. 자외선이 아닌, 인체에 무해한 특정 파장의 빛만 활용한다.

세계 최초로 VSL(Visible Light Disinfection) 기술을 적용한 살균 평판 조명을 상용화했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KS 인증과 고효율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일반적인 살균 조명은 보랏빛이나 푸른빛을 띠지만, 퓨어글로우 조명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 LED 조명과 다르지 않다. 색온도도 2,700K부터 6,500K까지 다양하게 구현된다. 하지만 조명이 켜져 있는 동안, 그 빛 속에 포함된 특정 파장의 광선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살균 작용을 시작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로 발생한 비말이 공기 중에 퍼지거나 책상에 떨어졌을 때, 조명의 빛이 닿는 순간부터 살균이 작동한다. 별도의 화학약품이나 자외선 없이, 빛만으로 실내 공간을 계속해서 살균할 수 있으며, 별도의 유지비용도 없다.

살균 조명이라고 하면 흔히 보라색이나 푸른빛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퓨어글로우 조명은 일반 조명처럼 따뜻한 빛을 낸다고 들었다. 그런 방식이 가능한 이유가 뭔가.

기술적으로 메인이 되는 부분은 LED 칩 구성과 형광 물질 코팅이다. 보통 LED 칩 안에는 발광부가 하나 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반 조명용 칩 외에 살균용 칩 두 개를 추가로 넣어 총 세 개를 구성했다. 이렇게 하면 살균을 위한 광량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일반 LED보다 빛을 세게 내보내는 거다. 이렇게 강화된 칩 위에 형광 물질을 코팅하는 기술이 또 하나의 핵심이다. 405nm은 원래 보랏빛이기 때문에, 눈에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형광 물질을 코팅하면 색을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살균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의 조명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즉 광량을 증폭시키는 칩 구성 기술과 형광 코팅을 통한 색상 조절 기술로 각각 특허를 등록했다.

405nm은 특정 세균과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특성이 있지만, 광량이 낮아 조명으로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퓨어글로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리플 LED 칩’을 개발했다. 기존 조명이 단일 발광 소자를 사용하는 데 비해, 이 칩은 405nm 소자 두 개와 460nm 소자 하나를 함께 구성해 살균에 필요한 파장은 강화하고, 조명의 밝기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여기에 405nm 파장이 지닌 보랏빛을 편안한 백색광으로 조정하는 형광 물질 배합 및 코팅 기술이 더해졌다. 이 두 가지 기술을 통해, 최대 140lm/W 수준의 고효율 조명을 구현했다. 살균 기능과 조명 성능을 충족시킨다.

그 살균 효과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는 ‘포피린’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포피린이 405나노미터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면, 세포가 파괴된다. 그 원리를 이용해 살균 효과를 낸다. 405파장은 가시광선 영역에 가까워서 인체에는 무해하다.

이 원리는 우리가 새롭게 개발한 것이 아니라, SCI급 논문 등에서도 이미 검증되었다. 예를 들어 사람이 기침을 해서, 공기 중에 미세 비말이 떠오르면, 조명에서 나오는 405파장의 빛을 맞게 되고, 그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해 바이러스가 사멸하게 된다. UV 자외선처럼 피부나 눈에 해로운 빛이 아니라는 점도 장점이다. 자외선은 강력하지만, 인체에 위험해서 사용이 제한되는데, 405파장은 그런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퓨어글로우의 살균 LED 칩. 2018년부터 405nm 살균 LED 칩에 특수 형광물질을 코팅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해 왔다. 살균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2,700K부터 6,500K까지 일상적인 백색광 구현이 가능하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 한주희 기자]

살균 LED 칩을 가장 먼저 평판등과 다운라이트에 적용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

회사 설립 초기에는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평판등과 다운라이트부터 개발했다. 두 제품 모두 수요가 많은 조명이기 때문이다. 평판등은 학교, 사무실, 관공서, 아파트 공용부 등에 널리 사용되고, 다운라이트는 최근 지어진 건물에서 깔끔한 외관과 밝은 빛으로 선호된다.

조명마다 디자인도 다르고 구조도 다를 텐데, LED 칩을 적용하려면 제품마다 따로 설계해야 하나.

조명마다 크기나 빛의 확산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각 제품에 맞는 칩을 따로 설계해야 한다. 현재는 주방등과 욕실등 디자인을 이미 완성해 놓았고, 사람 센서나 타이머 기능을 더해 무드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주방 상부장 아래에 설치하는 긴 조명처럼, 공간별로 쓰임새가 분명한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평판등과 다운라이트 같은 범용 제품으로 시장을 먼저 안정시키고, 이후에 주거용 제품군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살균 조명과는 다르게 따뜻한 빛을 쓰면서도 에너지 효율 인증까지 받았다. 이런 기술을 구현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회사를 설립한 이후 제품 개발 과정에서 큰 시행착오는 없었다. 이 기술을 함께 만든 상무님께서 회사를 세우기 전, 약 5년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을 다듬어 오신 과정이 있었다. 이후 특허 등록이 완료됐고, 본격적인 제품 개발도 마무리됐다. 국내에서는 실험 비용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수천억 원 규모의 설비를 갖춘 중국 공장들과 협력해 검증 과정을 거쳤다. 일정 수량 이상의 생산을 조건으로 실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시간을 들여 꾸준히 검증과 개선을 반복하면서 제품을 완성해 왔다.

살균 기능 외에도 조명 본연의 성능을 갖춰야 고효율 인증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기술적 조건을 맞췄나.

일반 조명의 광효율 90lm/W 정도라고 하면, 고효율 인증을 받기 위한 기준은 110lm/W 이상이다. 우리는 이를 훨씬 넘겨 140lm/W 이상까지 구현했다. LED 칩에서 더 많은 빛을 내보내야 한다. 조명 커버와 빛의 산란까지 고려하면 칩 자체에서는 훨씬 더 밝아야 한다. 고효율 인증은 조달청을 통한 공공시장 진출에도 필수 기준이다. 405nm 파장은 원래 광량이 약하기 때문에, 증폭시키는 기술을 구현하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광량을 높이고 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수없이 만들고, 테스트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예를 들어, 지하 주차장 등에서 보라색 빛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것도 같은 파장을 쓰는 건가.

맞다. 다산 현대 아울렛 지하 주차장처럼 보라색 빛이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곳이 있다. 그게 바로 405nm 파장을 쓰는 조명이다. 이런 시설에서는 UV를 쓰면 민원이 생기기 때문에 보라색 빛을 활용해 방역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라색 조명은 일상생활에는 불편하므로, 우리는 색을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기존 조명을 교체하기만 하면 별도의 살균 장치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전기 사용량도 줄고, 설치비용도 줄어든다.

주요 고객이 궁금하다. 고객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우리 기술이 가장 필요한 곳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어르신이 지내는 공간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요양병원, 산후조리원 등이 주요 고객층이다.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관공서, 은행, 사무실, 다중이용시설에서도 관심이 높다. 공간의 안전과 구성원 건강이 중요한 이들이 우리의 고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살균 효과를 다루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고객과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을 설치하기 전후의 환경을 측정하고, 공인된 시험성적서를 투명하게 공유한다. 기술의 원리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한다. 조명이 설치된 공간에서는 안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고객과의 약속이자 기준이다.

퓨어글로우을 앞으로 어떻게 알릴 계획인가.

우선은 B2G, 공공 조달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조달 시장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특성이 있어, 초기에 안정적인 매출을 다지기에 적합하다. 성과가 쌓이면 민간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과 홍보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연말쯤 나라장터 등록이 완료되면 언론 기사화나 숏폼 콘텐츠를 활용해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를 높이려 한다.

일반 소비자에게 이 제품의 가치를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많고, 마케팅 비용도 상당히 든다. 그래서 초기에는 공공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 번 인식이 바뀌면 알려질 방법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오가는 공간에서 살균 기능을 활용하려면 여러 제약이 있을 것 같다. 퓨어글로우 조명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나.

병원, 호텔, 다중이용시설 등에서는 이미 반응이 오고 있다. 특히 병원 관계자들은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제품을 금방 파악하고 관심을 보인다. 현재 병원에서는 자외선(UV)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체에 해로워 사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엘리베이터 위나 천장 안에 따로 설치한다. 우리는 일반 조명을 그대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설치가 가능하고,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안전하게 쓸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이 관공서나 학교 등에도 납품되고 있다고.

학교나 관공서에 납품되는 제품은 학습용 스탠드 조명이다. 6,000K 백색 LED 칩 여드름균(아크네균)과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제거에 도움이 되는 3,000K 전구색 빛을 발광하는 칩이 함께 들어 있다. 버튼을 누르면 수리나 언어 공부 등 학습 목적에 따라 색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밝기 역시 슬라이드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휴식 모드에서는 3,000K(전구색) 작동되어 책, 학용품 등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살균해 준다.

가구 회사들과 협업해 B2B로 경기도 북부 경찰청, 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등에 납품됐으며, 학생은 물론 여드름에 민감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다. 처음에는 전시회에 전시용으로 제작했던 제품이었는데, 기능성과 반응이 좋아 실제 납품으로 이어졌다.

퓨어글로우의 학습용 스탠드 조명. 6,000K 백색광과 3,000K 전구색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수리·언어 학습에는 6,000K 색온도와 350lux 조도를, 창의 활동에는 3,000K 색온도와 500lux 조도를 제공한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 한주희 기자]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특허가 등록됐을 때다. 오랜 시간 직원들과 함께 개발에 매달렸고, 자금도 많이 들인 만큼 등록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돌아보면 시작은 2018년, ‘빛으로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걸 기술로 구현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허를 계속 냈지만, 실패가 반복됐고, 정말 가능한 일인지 의심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러던 중 2023년, 우리가 개발한 칩에서 살균력이 나온다는 실험 데이터를 처음 확인했다. 푸른빛이 아니어도 살균이 가능하다는 결과였다. 우리가 만든 건, 일반 조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살균 기능이 있는 새로운 칩이었다. 실험 그래프를 보며 처음으로 이게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조명 효율 기준까지 통과했을 때는 제품으로 출시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경영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무엇인가.

오랜 기간 영업과 유통, 조직관리를 해오면서 하나 분명하게 깨달은 게 있다. 진심은 통하고, 진실이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 거래처, 고객 누구에게든 정직하게 대하면 그만큼 돌아온다고 믿는다. 그런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하고 있다.

퓨어글로우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앞으로 모든 조명이 기능성 조명(살균 기능 등)을 갖추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만든 조명이 닿는 곳은 자연스럽게 안전하고 건강한 공간이 되도록, 조명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지금은 평판 조명이나 다운라이트 위주로 제품을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욕실, 주방, 스탠드 등 가정용 조명으로 제품군을 넓힐 계획이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조명에도 VSL 기술을 적용해, 빛이 필요한 모든 공간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국내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동남아와 인도 시장을 먼저 공략할 생각이다. 이 지역은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고 태양광 활용이 많아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 수요가 높다. 덥고 습한 기후 특성상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도 크기 때문에, 방역 효과를 갖춘 조명에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시장에서 성과를 낸 이후 미국, 일본, 중국 시장 진출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