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케이밸브는 빠르게 시스템을 개선하며 제품을 다각화하고, 자동화 체계를 구축해 왔다. 해외 수주도 늘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안성민 한국케이밸브 대표는 제조업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게 끊임없이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변화는 위험이 아니라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조선 중심의 밸브 제조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이제 반도체와 플랜트, 해외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술 중심 제조업이 점점 더 정밀하고 전략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밸브 산업은 정교한 공정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케이밸브는 이 변화를 맞이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한국케이밸브 안성민 대표. 한국케이밸브는 국산화와 공정 자동화를 통해 품질과 납기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국내 유일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조선에 이어 반도체·석유화학 등 고부가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맞춤형 기술력으로 시장 신뢰를 쌓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자기소개 및 사업 시작 계기

지난해 4월 1일부터 한국케이밸브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과거 ‘한국키스톤발부’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글로벌기업 에머슨 산하에서 운영되다 2023년 국내 기업으로 인수되면서 새롭게 출범한 법인이다.

그전에는 벨기에에 본사를 둔 화학소재 기업 유미코아, 독일계 정밀 제조기업 파이퍼베큠 등 외국계 기업에서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며 경영 전반을 경험했다. 인수합병, 인사, 법무, 공장 운영 등 핵심 실무를 직접 다뤘고, 특히 파이퍼베큠에서는 아시아 총괄과 한국지사 책임을 동시에 맡아 글로벌사업 전략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해 왔다.

2023년 하반기에는 한국키스톤발부가 글로벌기업 에머슨에서 국내 투자사로 매각되는 과정을 기존 임원으로서 함께했다. 이어 2024년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3월 말 최종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독립 경영 체계를 갖추는 데 집중했다.

현재는 여의도에 기반을 둔 사모투자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조선에 편중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도 반도체와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주요 비즈니스 영역

한국케이밸브는 산업용 버터플라이 밸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특화된 고성능 밸브 및 배관 기자재를 제조하고 유통하는 회사다. 예전에는 조선 분야 매출 비중이 컸지만, 지금은 석유화학, 발전소, 반도체, 플랜트 건설, 상하수도 시설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특히 한국형 버터플라이 밸브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으로, 글로벌 조선소와 산업 설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제품군은 버터플라이 밸브를 중심으로 볼밸브, 글로브 밸브, 게이트 밸브까지 구성돼 있고, 웨이퍼, 러그, 플랜지 타입 등 설치 환경에 맞춘 다양한 규격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고객 맞춤형 생산 체계를 바탕으로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 성능 테스트, 현장 설치와 유지보수까지 밸브에 필요한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선박이나 발전 플랜트, 화학 공정처럼 고난도 환경에서 요구되는 실링 기술과 구조 설계는 우리가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독립 후 강화된 경쟁력

과거 한국키스톤발부는 다국적 기업 에머슨 산하에 있으면서 생산과 판매 전략 모두 제한적이었다. 제품군도 조선 분야에 집중돼 있었고, 고객사 역시 조선이나 관련 플랜트 산업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한국케이밸브로 독립한 이후부터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영업 조직과 기술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직무순환제를 통한 유연한 생산 체계를 확보하면서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고, 맞춤형 제품도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주요 부품을 수입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국산화율을 높이고 공정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생산 효율과 품질 수준 모두에서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컨베이어 도장 설비를 포함한 공정 자동화를 갖춘 생산설비를 운영 중인데, 이 점은 품질의 일관성과 납기 측면에서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케이밸브는 조선 분야에 머물던 밸브 사업을 반도체·석유화학·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며 독립 기업으로서 새로운 좌표를 그린다. 안성민 대표는 글로벌기업에서 쌓은 경험으로 국산화와 현지 전략을 결합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새롭게 선보인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준비 중인 신사업 및 제품

지금은 반도체, 석유화학, 발전소 등 고부가 산업으로 진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나 정밀 화학 공정에 필요한 초정밀 밸브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R&D 조직과 설비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고온·고압·부식 같은 특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산업군별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중동, 중국, 유럽, 동남아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 시장에서도 수출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지 고객사들과 접점을 넓히며 조선 이외 산업에 적합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고, 그에 맞는 파트너십과 시장 진입 전략도 함께 수립하고 있다.

글로벌시장 개척

글로벌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해외 진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동 진출은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최근 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플랜트는 과거처럼 한국 기업 중심이 아니라, 현지 자본과 기술로 연결된다.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반영했다. 초기에 시장에 진입하고, 현지에 맞춘 제품과 실적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의 협업을 목표로, 오는 8월 중동 현지 법인 설립과 오프닝 세레모니를 준비 중이다. 아람코 구매팀도 행사에 직접 참여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수주에 성공한 시장이다. 향후 동남아 전체로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포함하여,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유럽 각국의 발전소, 스마트팜, 석유화학 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을 겨냥해 밸브 기술력 중심의 프로젝트 기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 고객층 및 고객관리 방법

주요 고객층은 조선, 플랜트, 석유화학,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에 걸쳐 있다. 조선업에서는 한화오션,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조선소들이 20년 이상 한국케이밸브의 제품을 선택해 온 장기 고객이다. 이들 고객사에는 선박용 제품과 신규 설비용 밸브를 직접 공급하고 있으며, 조선소 및 산업 현장별로 요구되는 사양이 다르므로 제품은 고객사의 설계 기준과 사용 환경에 맞게 맞춤 제작해서 공급하고 있다.

고객과의 관계는 기술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그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소통하며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정기 미팅과 제품 테스트, 피드백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함께 점검한다.

경영철학

경영철학은 투명한 소통이다. 외국계 기업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소통이 막히면 조직 전체의 역량이 무너진다는 점이었다. 언어나 문화의 차이가 쌓이면, 결국 의사결정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에 손실이 생긴다.

대표로 취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내부 소통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었다. 불필요한 회의는 줄이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업무 체계를 간소화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 부서 관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부서의 업무를 공유하고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협업의 실마리를 찾는 데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

향후 계획

한국케이밸브를 프리미엄 산업용 밸브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키스톤발부 시절의 기술 자산은 그대로 이어가되 이제는 우리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R&D와 마케팅 전략도 그 방향에 맞춰 정비 중이다.

기존 고객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은 유지하면서도,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 비중을 크게 높이고 매출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법인을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각 지역의 인증과 표준에 맞춘 현지 전략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특히 화학과 반도체처럼 고정밀 밸브 수요가 높은 산업에는 특화 제품으로 점유율을 넓히고, 지속가능한 생산 체계도 도입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