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뷰티 브랜드가 찾는 ‘15그램’은 지난 9년간 1,300여 개 브랜드와 함께 6,000편이 넘는 영상을 제작해 왔다. 일반 프로덕션과 다르게 내부에 마케팅팀과 사업전략팀이 있어 브랜드의 마케팅 목적과 시장을 반영한 기획이 가능하고, 30여 개 영상 포맷 중에서 선택하면 미리 상품화된 시스템을 통해 제작이 빠르게 이뤄진다. 영상 콘텐츠 제작에서 출발해 자체 채널 운영과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커뮤니티 ‘15크리에이터’까지 선보이며 콘텐츠 영역을 넓혀왔다. 콘텐츠 제작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한 번에 해결하는 브랜드의 운영체제(OS)로 자리 잡은 15그램. K-뷰티의 성장과 함께하고 있는 임정란 대표를 만났다.

임정란 대표는 뷰티 브랜드의 영상 제작, 홍보, 인플루언서 리뷰를 한 번에 제공하는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 15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15그램]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뷰티 브랜드의 영상 제작, 홍보, 인플루언서 리뷰를 한 번에 제공하는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 15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콘텐츠로 정확하게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2016년 회사를 시작한 이후, 9년 동안 1,300개 브랜드와 협업해 6,000편의 영상을 제작했다. 공동대표와 둘이 시작한 회사는 현재 27명의 팀원과 함께하고 있다. AI 시대에 고객사, 제작자,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콘텐츠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5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뷰티 브랜드를 창업해 3년 정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소규모 브랜드가 광고 영상을 한 편 제작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TVC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아닌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제작은 제작사가 뷰티 브랜드의 방향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어려웠다.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길어지거나 결과물 수정이 반복되면서 제작이 비효율적이었고,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또 잘 알려진 제작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예산을 줄이면 퀄리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차이를 줄일 수 있다면 브랜드와 제작사 모두가 만족하는 협업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요 비즈니스 영역은.

15그램은 뷰티 브랜드를 위한 광고 영상과 숏폼 등 다양한 콘텐츠 마케팅 영상을 제작한다. 제작된 영상은 15그램 인스타그램 채널에 발행해 홍보하고, 앱을 통해 체험단을 모집해 인플루언서 리뷰 마케팅까지 진행한다.

광고 영상은 국내 최초로 상품화된 패키지로, 제품만 전달하면 제작이 진행된다. 고객은 영상 상품을 선택하고 필요한 옵션을 추가해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제작 기간은 짧게는 1주, 길게는 4주 안에 완료된다. 빠르게 결정하고 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어 출시 일정에 맞춰 유연하게 릴리즈 가능하다. 완성된 영상은 15그램 채널에 업로드되고 고객사에 납품되며, 온라인 광고 외에도 오프라인 옥외 광고에 활용된다. 비용은 평균 대비 약 80% 절감되고, 제작 기간은 60% 단축되며, 높은 퀄리티를 유지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

9년간 1,300여 개 브랜드와 협업하고 6,000편이 넘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15그램의 영상 제작은 시스템 안에서 빠르게 진행된다. 영상이 미리 상품화돼 있어 브랜드와의 사전 조율에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제작 과정도 효율적으로 짜여 있다. 브랜드는 30여 개의 영상 포맷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각 포맷에는 콘셉트, 길이, 템포, 배경, 소품 등 세부 사양이 명시돼 있어 기획에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필요하면 자막, 모델, 원물 등 20여 개 옵션을 조합해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제작 전 단계에서 광고사업팀이 브랜드에 적합한 영상 조합을 제안하고, 결과물에 대한 예상도 명확하다. 영상의 구성과 연출 방식이 사전에 정리돼 있어 작업은 빠르게 이뤄지고, 반복 수정 없이도 고품질 결과물을 안정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 전략, 마케팅, 기획, 촬영, 편집, 디자인, 자막·모션그래픽 등 각 팀이 역할을 나눠 제작 전 과정이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브랜드는 미리 기획된 영상 콘텐츠를 선택한 후, 필요한 옵션을 추가해 맞춤형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주 고객층 및 고객관리 방법이 있다면.

15그램의 주요 고객은 아모레퍼시픽(에스쁘아, 프리메라, 라네즈, 마몽드, 아이오페), LG생활건강(비욘드, 숨37°, 려) 같은 대기업 브랜드부터, 올리브영에서 주목받는 메디힐, 바이오더마, 유세린, SNP, 토리든 같은 브랜드, 그리고 K-뷰티를 이끄는 인디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규모와 관계없이 여러 브랜드가 함께하고 있다.

지금 브랜드에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지, 소비자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15그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한다. 이 고민이 콘텐츠 완성도로 이어지고,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늘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빠르게 개선한다. 시장을 읽고 먼저 제안할 수 있도록 제작 방식과 시스템에도 반영하고 있다. 이런 태도가 결국 우리가 고객과 오래 가는 방법이다.

이러한 브랜드 맞춤형 영상 제안이 기존 제작사에서는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15그램에서는 어떻게 가능했나.

대부분의 제작사는 PD와 영상 제작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브랜드 관점에서 기획을 제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15그램은 국내 최초 마케터가 있는 제작사라는 방향을 정하고 시작했다. 내부에 전략팀과 마케팅팀이 함께 있어 브랜드의 목적과 시장을 반영한 기획이 가능하다. 창업 전부터 브랜딩과 마케팅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제품에 스토리가 없어도 원료나 성분을 바탕으로 콘셉트를 새롭게 잡을 수 있다. 영상은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므로 기획력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마케터 없이 제작 인력만으로 감당하긴 어렵다. 그 부분이 15그램의 차별점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무조건 15그램을 찾는다는 브랜드가 많다고.

지금은 디지털 콘텐츠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브랜드이미지를 만드는 중심이다. TV 광고처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영향력이 약해졌고,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콘텐츠가 브랜드를 알리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다.

15그램은 콘텐츠 제작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함께 다루는 팀이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 꼭 필요한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부터 15그램은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작동하는 하나의 운영체제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OS’라는 표현을 브랜드 키워드로 사용하게 됐다.

영상 콘텐츠 제작 외에도 자체 채널, 커뮤니티, 디지털 매거진까지 선보였다.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으로 나아간 이유가 궁금하다.

체험단 리뷰어 안에서 브랜드가 원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게되었다. 초창기에는 영상 제작뿐 아니라 체험단 모집과 리뷰 콘텐츠 운영까지 함께 진행했는데, 리뷰어들이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 15그램을 태그하는 일이 많았다. 그 수가 어느 순간 10만 개에 가까워졌고, 이 기록들이 SNS 안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2022년에 리뷰어들이 콘텐츠를 직접 올릴 수 있는 자체 앱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활동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고, 콘텐츠 퀄리티가 높은 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브랜드들이 찾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바로 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낀 계기였다.

‘15크리에이터(15cc)’ 커뮤니티는 무엇인가.

15그램이 운영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커뮤니티다. 리뷰 콘텐츠를 만들고 15그램 플랫폼에 공유하는 참여형 네트워크다. 인플루언서가 만든 콘텐츠에 영상 제작팀과 에디터가 직접 피드백을 제공하며, 카메라 구도, 조명, 스토리 기획 등 조언도 함께 이뤄진다.

시즌별로 챌린지를 열어 활동을 이어 왔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 현재는 ‘15cc’ 전용 SNS 계정을 통해 정보성 콘텐츠를 디지털 매거진 형태로 발행하고 있으며, 브랜드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 집중한 이유는.

매우 다양한 등급의 인플루언서들이 존재하지만, 뷰티 콘텐츠에 가장 활발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층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가장 가깝다. 이들은 팔로워와의 소통이 활발하고, 콘텐츠의 진정성이 높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대형 인플루언서 한 명에게 비용을 지출하기보다, 같은 비용으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여러 명과 함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광고 효과뿐 아니라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도 유리하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경험에 감각을 더해 일상에 영감을 선물한다’라는 우리 회사의 미션을 늘 떠올린다. 고객의 경험에 진짜 영감을 주고 있는지, 대표로서 구성원들의 일상에 영감을 전하고 있는지도 매달 스스로 돌아본다. 15그램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회사의 모든 성과는 결국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왜 중요한지를 구성원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자주 이야기하려 한다. 고객 만족은 구성원이 행복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맡은 일을 통해 성장하고, 그 안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돕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라고 본다.

작은 일에도 함께 마주하고, 어려운 일에는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15그램은 브랜드가 만족할 수 있는 고퀄리티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최신 영상 장비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5그램은 거창한 계획을 하지 않고, 이우성 공동대표와 잘하는 일을 합쳐 시작했다. 당시에는 고객이 없어서 시중에서 립 제품이나 세럼 같은 화장품을 직접 사서 테스트 영상을 만들고, 인스타그램 계정에 하나씩 올려보기 시작했다. 올린 제품이 올리브영 상품은 아니었지만, 계정 전체의 완성도를 보고 올리브영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회사 홈페이지도 없던 시기였고,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만 있는 상태였다.

‘이런 영상은 어떻게 찍는 거냐?’라는 DM이 도착했고, 바로 회사 소개서를 만들어 제안했다. 그렇게 올리브영 PB 브랜드의 영상 제작과 체험단 마케팅을 맡게 되면서, 15그램의 첫 클라이언트가 생겼다. 사업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준비해 가며 브랜드 실무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15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지 한 달 만에 들어온 그 첫 DM, 그 순간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계획은.

작년 K-뷰티 수출 규모는 약 102억 달러, 한화로 15조 원에 달했다. 뷰티 산업의 역할은 나날이 커지고 있고,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웰니스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15그램은 바이탈뷰티, 트루알엑스, 하루틴, 비에날씬 등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이너뷰티 제품을 제약회사가 주도하고, 뷰티 브랜드와는 협업이 많았지만, 이제는 브랜드가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한다.

15그램도 이제는 웰니스 콘텐츠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K-뷰티 성장과 함께 콘텐츠 제작과 인플루언서 마케팅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앞으로도 15그램은 우리만의 크리에이티브로 콘텐츠를 만들고, 뷰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