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텍은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티타늄,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정밀 가공해 브라켓, 블록, 샤프트를 생산한다. 이 부품들은 광학기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방산, 의료 분야의 설비에 사용된다.

창업 4년 만에 마스터텍은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세계 1~2위를 다투는 글로벌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연 매출 38억 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빠른 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김정만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과감한 결정을 주저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인력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걱정했지만, 그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라고 믿었다.

그 과정에는 봉사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하천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오랜 시간 봉사를 삶의 일부로 여겨왔다. 그런 마음가짐은 조직 문화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은 마스터텍 구성원 모두의 공통된 태도가 되었고, 이것이 곧 철저한 품질 관리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직접 작업 현장 곳곳을 안내하며 설비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그의 얼굴에 묻어난 자부심은 그 자체로 회사의 원칙과 방향을 보여주는 듯했다. 정직한 기술, 투명한 운영, 그리고 책임 있는 태도. 마스터텍이 단기간에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김정만 대표는 30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밀 가공 전문 기업 '마스터텍'을 세웠다. 실무 역량과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간단한 자기소개

대전에 있는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 후 첫 직장은 벤처 1세대 기업으로 꼽히는 미래산업이었다. 1999년까지 근무했고, 당시 회장이셨던 고 정문술 선생님 아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분의 철학 아래에 있던 회사는 학교 같은 분위기였다. 배움의 가치를 중시했고, 덕분에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IMF 시절이던 1999년, 분사 바람이 불며 미래산업에서 에프씨산업이라는 회사가 나왔다. 나는 그 안의 가공 사업부로 자리를 옮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 영업을 맡았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영업 업무가 처음이었지만, 좋은 성과를 내면서 이 분야에도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에서 5년 동안 매출을 내며 자신감도 생겼다.

이후 미래산업의 또 다른 분사 기업인 내일시스템에서 이직 제안을 받았다. 각 대표님 간의 협의를 거쳐 자리를 옮겼고, 내일시스템에서도 18년 넘게 영업을 담당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레저 활동을 좋아해 바닷가에서 유선 낚싯배와 펜션을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그 무렵 제조업에 종사하던 선배님께서 가공사업을 한번 생각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공고 출신이고, 엔지니어로 7년 동안 일했다 보니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 도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실행에 옮겼다.

마스터텍 공장 내부 전경. 전 직원이 협력해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리정돈과 위생 관리 역시 작업 품질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30년 동안의 직장 생활이 사업에 준 도움

미래산업에서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로 일했지만, 그 외에도 생산 관리, 품질, 구매 업무까지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3개월에서 6개월 간격으로 부서를 순환했다. 당시에는 인사 정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분사를 염두에 둔 훈련이었다.

분사 이후 새로 생긴 회사의 대표님께서 어느 날 나를 부르셨다. ‘가공, 프로그램, 생산 관리, 품질, 구매 다 해봤지? 그럼, 이제 다음엔 뭘 해야 할까?’라고 물으시더니, ‘영업하면 되잖아. 막히는 게 없지 않으냐’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술 영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제조업의 여러 업무를 직접 경험하면서 생산 현장을 이해하게 됐다. 그 덕분에 영업에서도 날개를 달 수 있었다. 기술과 실무가 뒷받침되니 고객사와의 대화에서도 신뢰를 얻기 쉬웠다.

당시에는 거래처 구매 부서에서 제재가 들어오기도 했다. 협력사들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나눠 가져야 하는데, 매출이 한곳으로 과도하게 몰린다는 이유였다. 그 정도로 성과가 눈에 띄었다. 오랜 시간 동안 영업을 담당하며 축적된 노하우와 깨달음은 사업체를 꾸리는데 큰 자산이 되었다. 업계 사람들과의 신뢰 관계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을 익히게 됐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미리 살피고, 상황에 따라 먼저 움직이는 태도를 배웠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설명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를 지켜왔다. 특히 금전이 오가는 거래에서는 약속을 빠르게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마스터텍의 강점

마스터텍은 수출에 특화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가공업체가 수출까지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국내 거래와 해외 거래는 전혀 다르다. 국내는 제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몇 시간 내로 현장에 도착해 수리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출은 거리가 먼 만큼 즉각 대처가 어렵다. 반품이 발생하면 선박이나 항공 운송을 거쳐야 해 시간과 비용이 크게 소요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마스터텍은 불량률을 철저히 관리한다. 단 1%의 불량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목표로, 전 과정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다.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방법

창립 초기부터 인재 확보에 힘을 쏟았다. 경력 10년에서 15년 이상 된 숙련된 구성원을 뽑았다. 공장을 방문한 이들이 ‘어느 회사 팀장, 어느 회사 팀장, 다 여기 모여 있네’라고 말할 정도였다. 우스갯소리로 ‘팀장 모으는 게 취미냐’라는 말을 들을 만큼, 실력 있는 인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력을 갖춘 구성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최소화할 수 있었다.

설비 투자 역시 과감하게 진행했다. 1억 원이 넘는 3차원 측정기 ‘CMM’을 도입했다. 미세한 오차까지 잡아낼 수 있는 정밀 측정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와 지출로 운영에 부담이 컸고,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았지만, 빠르게 성장하려면 필요한 선택이었다.

마스터텍은 빠른 성장을 위해 과감히 3차원 측정기 CMM을 도입했다. CMM은 1차원이나 2차원 측정기보다 훨씬 고가지만,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주 고객층

첫 거래처는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였다. 이 회사는 기존에 7~8개 협력업체와 거래하고 있었지만, 마스터텍은 규모 면에서는 3~4배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품질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품질에 대한 평판이 퍼지면서, 증착 장비 생산 분야 세계 1위인 네덜란드의 ASM,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온투이노베이션(ONTO)과도 거래를 시작하게 됐다.

지금은 온투이노베이션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할 만큼 주요 거래처가 됐다. 지난해에는 카세트 제품을 개발해 일본 키옥시아(KIOXIA)의 승인을 받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납품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 분야 기업, 서울에 있는 의료기기 제조업체 등과도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경영철학

제 삶을 돌아보면 봉사에 큰 의미를 두고 살아온 것 같다. 대한적십자사 회원으로 활동하며 헌혈을 50회 넘게 진행했고, 그 공로로 헌혈유공패 금장을 받았다. 봉사 시간도 1,000시간을 넘겼다.

수중 레저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에 관심이 생겼고, 과거 태안 앞바다에서 선박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현장에 나가 기름 제거 활동에 참여했다. 평소에도 자루 하나를 들고 집 앞 하천을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일을 습관처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일상에서 실천해 온 작은 행동들이 쌓이며, 봉사는 어느새 제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회사 경영에서도 기본 정신으로 삼게 됐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려 한다. ‘같이’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직원들에게도 자주 이야기한다. 그래서 회사 안에서도 내가 먼저 움직이려 한다. 작은 태도와 마음가짐이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마스터텍 김정만 대표는 평소 '플로깅' 처럼 일상 속 실천을 이어가며 환경 보호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과거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당시에는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에 참여한 바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마스터텍 김정만 대표는 50회 이상 헌혈한 공로로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유공패 금장을 받았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향후 계획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제조업계에서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래서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시장으로 시야를 옮기고 있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제조업에서는 기존에 안주하는 순간 경쟁에서 밀려난다. 그래서 더 넓은 시장을 바라보며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

우선 베트남 진출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뿐 아니라 중국, 태국, 인도 등은 더 이상 인건비만 경쟁력인 나라가 아니다. 기술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들과의 협력이나 현지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이 길을 먼저 걷는 사람이 기회를 먼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계획은 공장 옆에 연구소를 세우는 일이다. 카세트를 개발해 일본 키옥시아와 거래를 성사한 경험처럼, 앞으로는 어셈블리(Assembly) 사업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광학 측정 기기와 반도체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카세트의 어셈블리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특허 출원과 고용 창출에도 힘쓸 것이다. 마스터텍을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 안정감과 진취성을 모두 갖춘 기업으로 키워가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