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이커머스 플랫폼인 동시에 검색 포털이다. 아마존에서 높은 리뷰와 랭킹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아마존(Amazon) 미국 본사에서 12년간 근무하고 한국에서 이커머스 컨설팅 회사 ‘샤인플로’를 창업한 박정준 대표는 아마존에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경영분석,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등 여러 부서를 두루 거치며, 평균 근속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아마존에서 오랜 시간을 견뎠다. 스타트업이던 아마존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박 대표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아마존을 떠나 샤인플로를 세웠다. 샤인플로는 대한민국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이커머스 컨설팅 회사다. 아마존 입점과 운영, 물류, 마케팅 등 브랜드에 필요한 일을 함께하며 낯선 시장에서 빛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 열린 제61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박 대표는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산업 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최근에는 더욱 전문화되고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현재 시애틀에 거주 중인 박 대표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샤인플로 박정준 대표는 아마존에서의 12년을 근무했다. 그 경험으로 샤인플로를 창립해 대한민국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커머스 전략으로 많은 브랜드의 성장을 이끈다. [사진=샤인플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샤인플로 대표이자, 시애틀 인근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워싱턴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아마존 본사에 입사해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2년 동안 근무했다. 아마존은 사내 부서 이동이 자유로워서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경영분석,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등 다양한 팀에서 일했다.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0년 2월에 이커머스 컨설팅 회사 샤인플로를 설립했다. 현재도 18년째 아마존 셀러로 활동하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 판매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0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던 해에 육아휴직을 계기로 첫 사업인 ‘이지온글로벌’을 설립했다. 한국에서 수입한 놀이방 매트를 아마존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한국의 놀이방 매트를 파는 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아이 아빠로서 유아용품에 관심이 많았고, 아마존 판매 방식에도 익숙했다. 당시에는 이 정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당시 아마존은 재직자들에게 직접 마켓플레이스를 장려하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아마존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아마존을 퇴사할 때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컸다. 회사 일은 여전히 빡빡했고, 부업으로 시작한 사업은 점점 규모가 커지던 중 셋째 아이가 태어났다. 아마존 판매, 이지온글로벌 운영, 아이들과의 시간을 모두 지키기에는 벅찼다. 셋 중 하나를 내려놓으면 나머지 둘은 더 잘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놓기 어려운 건 아이들과의 시간이었다. 결국 직장과 사업 중 선택해야 했고, 놀이방 매트가 하루 100개씩 팔리면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를 얻을 수 있겠다는 계획이 섰다. 그렇게 아마존을 떠나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만으로는 삶의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자유롭게 사는 일은 개인에게는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그 삶이 세상에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홀로 자유롭게 자란 나무보다,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사과를 남기고 간 나무가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 퇴사 이후 어떤 계기로 ‘샤인플로’를 창업하게 됐나.

아마존에서 퇴사한 뒤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자유롭게 일했다. 그 시간 동안 아마존에서의 경험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가 출간되자 아마존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그 반응을 보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보다 더 큰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다.

그렇게 샤인플로 창업을 결심했다. 우선 3개월 동안 집중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계속할지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코로나 시기와 맞물리며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그 영향으로 아마존 매출이 3개월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3명으로 시작한 팀은 어느덧 미국, 한국, 필리핀 등 각국에서 약 60명이 함께 일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샤인플로는 3명이 모여 있는 사무실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미국, 한국, 필리핀 등지에서 60여 명의 팀원이 함께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사진=샤인플로]


샤인플로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최근 성과도 궁금하다.

샤인플로는 대한민국 브랜드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도록 돕는다. 아마존, 틱톡샵, 월마트 등의 이커머스 채널 운영과 마케팅 전문업체로서 운영 대행, 퍼포먼스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 3PL 물류,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의 경우 북미뿐 아니라 일본 유럽 시장으로의 확장과 운영을 돕고 있다. 또한 작년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북미 아마존 한국식품관 프로젝트의 위탁운영사로 선정되어, 70개 이상의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한국의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한국,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 60여 명의 팀원이 일하고 있다.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나.

다양한 협업 도구를 활용하면서 소통 문화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화상회의를 통한 실시간 의사소통은 물론, 슬랙(Slack)과 온라인 화이트보드인 미로(Miro)를 통해 팀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 주제별로 정리할 수 있고 검색 기능도 갖춰져 있어 소통의 오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슬랙의 멘션, 워크플로, 리마인드 기능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업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함께하는 브랜드는 어떤 곳들인가.

주요 고객은 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샤인플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대한민국 브랜드다. 아마존을 통해 글로벌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있거나, 이미 아마존에서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더 매출을 증가시키고 싶은 브랜드가 해당한다.

특히, 미국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브랜드가 샤인플로를 찾는다. 정샘물, 셀리맥스, 오호라, 미미박스 등 국내 유수의 브랜드가 샤인플로의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브랜드로 우뚝 섰다.

샤인플로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데이터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가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 어떤 검색어로 상품을 찾았는지, 어떤 상품을 비교했는지, 어떤 광고를 클릭했는지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마케팅과 운영에 활용한다. 데이터 분석, AI 역량으로 협업한 브랜드는 첫해 평균 3배가량 아마존 매출이 증가했고, 이 중 80% 이상은 3년 이상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고객사를 위한 새로운 계획도 있나.

현재는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소수의 기업과 장기간 협업하며 성장해 왔지만, 더 많은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에 아쉬움이 있었다. 더 폭넓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사업부를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아마존 PPC 광고운영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에 입점한 브랜드는 매출을 높이기 위해 아마존 내에서 다양한 광고 활동을 펼칠 수 있다. 검색 결과 상단, 배너 등을 두고 여러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며, 가장 큰 예산을 집행하는 업체가 해당 자리를 차지한다.

핵심은 사용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 광고주가 지불하는 비용인 PPC(Pay per Click)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적은 광고비로 더 많은 노출을 이끄는 것이 마케터의 실력이다.

문제는 아마존 광고 생태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아마존이 주요 마케팅 채널로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메타 등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들이 활약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 20여 년간 아마존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샤인플로만의 PPC 관리 노하우가 생겼고, 실제 광고 효율도 높게 측정되고 있다. PPC 서비스만 따로 요청하는 브랜드도 있었지만, 인력 등의 제약으로 독립된 서비스로 제공하지는 못했다. 최근 전문가를 충원하고 AI 모델을 구축하면서 독자적인 PPC 광고 서비스를 선보일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뷰티 브랜드에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 분야에 특화된 전략도 쌓았다. 최근 미국에서는 프로모션 기간에 판매량과 랭킹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꼭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할 필요는 없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라도 팬들과 끈끈한 유대를 맺고 브랜드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면 성공적인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다. 이에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성장을 돕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시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브랜드는 어떤 조건을 갖추었나.

아마존은 이커머스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검색 포털의 기능도 한다. 소비자는 다른 채널에서 구매하더라도, 70% 이상이 아마존에 들어와 해당 상품의 리뷰나 정보를 먼저 확인한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좋은 리뷰와 높은 랭킹을 확보하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글로벌시장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위해서는 키워드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판매하는 상품이 특정 키워드와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그 키워드의 검색량이 아마존 내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 이는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가 찾게 될 상품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품을 가진 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하나를 꼽자면 재작년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 전 직원이 함께한 리트릿(Retreat) 여행이 가장 인상 깊다. 샤인플로는 창립 한 달 만에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모든 팀원이 각자의 공간에서 일하며, ‘비대면으로도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 회사’를 목표로 삼았다.

그런 가운데 ‘언젠가 하와이에서 다 같이 만나자’라는 꿈같은 이야기가 오갔고, 미국과 한국의 팀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었다. 하와이에서 함께한 4박 5일 동안, 눈 부신 태양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웃고 이야기 나누며 깊은 신뢰와 소속감이 생겼다. 비록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 만남은 팀 전체에 오래가는 에너지를 남겼다. 작년에는 오키나와에서 모였고, 올해는 제주에서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각자의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샤인플로 팀원들은 언젠가 하와이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고, 재작년 그 꿈을 이뤘다. 작년에는 오키나와에서 모였고, 올해에는 제주도 리트릿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샤인플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의 기준이나 철학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가장 잘할 수 없다면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일한다. 우리가 일에 더하는 가치는 ‘I4E’다. Integrity(진실성), Excellency(탁월함), Efficiency(효율성), Empathy(공감), Energy(열정)에서 따왔다. 다른 사람을 위해 최고의 내가 되자는 생각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I4E는 ‘I(for)E’, 즉 ‘내(I)가 다른 이들(E)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 질문으로, 조직을 이끌면서 늘 마음에 두고 있는 생각이 있다면 무엇일까.

유연하게 대처하며 성장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아마존에서 배운 작게 시작해 빠르게 실행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하는 방향을 지금도 팀과 함께 실천하고 있다.

20년간 아마존 경제경영 베스트셀러에 오른 콜린스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메시지와 여섯 가지 원칙을 팀과 끊임없이 나누며, 매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방향이 분명하면 열정과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는다.

류시화 시인의 글 중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이라는 문장을 좋아한다. 지금 맡은 역할 안에서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내일의 일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