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기술로 축적된 국내 안과 광학기기 제조 역량이 세계 시장에서 점차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이텍은 콘택트렌즈, 인공수정체, 안내삽입렌즈까지 전 제품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전문 제조기업으로, 국산화 체계를 구축하고 오랜 제조 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쌓아왔다.

이창선 고려아이텍 대표는 이제 한국 기술로 만든 광학기기가 해외 시장에서 유의미한 대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더 많은 이들이 정밀하고 안전한 시력 보정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덧붙인다.

국내에서 축적해 온 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을 향해 나아가는 고려아이텍의 행보를 짚어봤다.

고려아이텍 이창선 대표. 36년간 안과 광학기기 외길을 걸으며, 국산 인공수정체와 세계 최초 노안용 핀홀렌즈 상용화를 이끌었다. [사진=고려아이텍]


자기소개 및 창업 배경

의료기기 분야, 그중에서도 안과 광학기기 분야에서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아왔다. 초기에는 국내 안과 전문기기 수입업체에서 근무하며 현장을 직접 경험했고 자연스럽게 안과 산업을 파악하게 됐다. 그렇게 1989년, 개인사업자로 고려아이텍의 전신을 설립했다. 초기에는 기기 유통과 해외 수입 제품의 국산 대체 개발에 주력했으며, 이후 콘택트렌즈와 인공수정체 등 자체 제조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왔다. 현재는 콘택트렌즈, 백내장 수술용 인공수정체, 안내삽입렌즈까지 모두 자체 생산이 가능한 통합 제조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핵심 사업 분야

고려아이텍은 순수 국내 제조 브랜드 ‘아이라이크(eyelike)’를 통해 콘택트렌즈, 인공수정체, 안과 관련 소모품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이라이크 콘택트렌즈는 일반적인 시력 보정용 제품은 물론, 2014년 특허 등록을 완료한 노안 개선용 핀홀 렌즈를 포함해 특수 기능성 제품군까지 폭넓게 생산하고 있다. 맞춤 수작업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량 생산 중심의 렌즈 브랜드와는 차별점을 지니며, 현재는 동남아와 유럽 등에도 수출되고 있다.

아이라이크 인공수정체(K-Flex)는 국내 백내장 환자용 연성 인공수정체다. 사양 및 상용화 기준에 맞춰 자체 설계 및 시험을 통해 생산된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다수의 안과 의료기관에서 사용 중이다.

이외에도 눈꺼풀 주변 위생 관리를 위한 리드 클리너 제품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안과병원과 소비자 직거래 방식으로 유통되며, 히알루론산 등 자극을 최소화한 성분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첫 안내삽입렌즈 론칭

현재 자체 개발한 안내삽입렌즈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 라식이나 라섹처럼 각막을 절삭하는 방식이 아닌, 눈 속에 렌즈를 삽입해 시력을 교정하는 방식이다.

국내 사용 환경과 아시아인의 안구 구조를 고려해 설계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공급되던 안내삽입렌즈는 대부분 미국이나 인도에서 제조된 제품이었고, 서양인의 눈을 기준으로 설계돼 실제 수술 시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자체 개발한 이 렌즈는 이미 지난해 유럽 학회에서 처음 공개됐고, 최근 열린 미국 백내장굴절수술학회(ASCRS)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식약처 허가를 완료한 상태이며,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사용이 이뤄지고 있다.

제품 생산은 국내 공장을 기반으로 하며, 설계 단계부터 주문형 생산할 수 있어 납기와 품질 관리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정식 시판은 3개월 이내를 목표로 내부 일정을 조율 중이다.

세계 학회에서 주목받은 핀홀렌즈와 국산 인공수정체를 앞세워 글로벌 안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고려아이텍]


주 고객층 및 고객관리 방법

제품별 특성에 따라 고객층은 다르게 구성된다. 인공수정체는 대학병원과 안과 전문 의료기관을 주요 공급 경로로 두고 있으며, 제품 선택과 적용은 의료진의 전문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 이에 따라 제품 품질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 사후 지원 체계 등 전반적인 운영 시스템을 정비해 왔다.

신제품의 경우, 충분한 사용 데이터를 확보한 뒤 시장 반응을 자세히 분석하고 필요한 기술적 보완을 마친 이후에만 출시하는 방식을 유지한다. 제품 출시 시점에 신중을 다하는 것은 장기적인 신뢰 형성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콘택트렌즈는 안경원과 콘택트렌즈 전문 유통 채널을 통해 공급되며, 브랜드 ‘아이라이크’를 통해 일반 소비자 대상의 인지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능성이나 교정 목적이 분명한 일부 제품은 시각장애나 특정 질환이 있는 이들이 전문 상담을 거쳐 직접 구매하는 때도 있다.

눈꺼풀 주변 위생을 위한 리드 클리너는 전국 병의원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판매 과정에서 수집된 소비자 후기를 바탕으로 성분과 사용감 등을 개선해 가고 있다.

경영철학

고려아이텍이 30년 넘게 안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신뢰와 책임이라는 분명한 경영철학이 있다. 단기적인 수익이나 확장보다는 거래처와의 신용을 지키면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을 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의료진이기 때문에 신용이 무너지면 기업의 생존도 어려워진다. 이 같은 신념은 제품 출시 시점에서도 철저히 반영된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임상 현장에서 충분한 검증과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장에 선보이지 않는다.

또한 회사 내부적으로는 ‘인화단결(人和團結)’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다양한 기술자와 연구 인력이 협업하는 조직 특성상 구성원 간 신뢰와 존중은 곧 제품 품질로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성장은 개인이 아닌 팀워크에서 비롯된다는 믿음 아래 직원들과의 소통과 안정적인 근무 환경 조성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향후 계획

고려아이텍은 기술력과 제품을 바탕으로 안과 의료기기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해외 시장 확대, 노안 솔루션 개발, AI 기반 기술 융합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진출 전략은 콘택트렌즈와 인공수정체 중심의 아이라이크 브랜드를 앞세워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별 시장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전략도 함께 진행 중이며, 향후 CE, FDA 등 주요국 인증을 통해 유통망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노안 개선 기술도 주요 과제다. 핀홀 원리를 적용한 노안용 콘택트렌즈는 세계 특허를 등록했으며, 상용화와 해외 진출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안전한 비수술 보정 기술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과 렌즈 설계의 융합도 연구 단계에 있다. 환자 안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수를 정밀하게 산출하거나, 맞춤형 렌즈 제작 시간을 줄이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기술 기반이 갖춰지는 대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이텍을 세운 지 어느덧 36년이 지났다. 콘택트렌즈와 인공수정체, 안내삽입렌즈까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제품들을 하나씩 직접 개발하며 지금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제는 창업자로서 더 큰 성장을 좇기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과 성과를 흔들림 없이 마무리하는 데 마음을 두고 있다. 예전처럼 체력이 받쳐주지는 않지만, 남은 시간 동안은 다음 세대가 신념과 철학을 이어가며 고려아이텍이 안과 분야에서 계속 신뢰받을 수 있도록 토대를 다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