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식량 안보를 논할 때, 결국 핵심은 토양과 작물, 그리고 그 성장을 돕는 비료 기술 발전에 있다. 하지만 중요 자원인 비료의 역할은 종종 간과되곤 한다.

글로벌 농업기업 누보는 토양과 작물에 최적화한 다양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한다. 작물 생장 주기에 맞춰 필요한 성분을 적절한 시점에 공급하는 용출제어형 코팅비료로 국내외 농업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07년 설립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누보는 농업으로 세상의 미래를 연다는 신념으로 생분해성 코팅 소재 개발, 글로벌 비료 등록, 해외 파트너십 확장 등 여러 방면에서 행보를 보인다.

농업기술이 열어가는 새로운 미래와 가능성에 관해 누보 김창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경원 대표는 농업의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누보'를 18년째 이끌고 있다. [사진=누보]


자기소개 및 창업 배경

누보는 2007년 이경원 대표와 함께 설립하여, 올해로 18년째 운영하고 있다. 국내 농업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부분이 노동집약형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비료 분야는 작물 생장에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작물 재배 시 사용 방식에 의한 과다 사용으로 환경 오염과 사용 비효율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작물 생장 주기에 맞춰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양만큼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용출제어형 완효성 코팅비료(CRF, Controlled Release Fertilizer)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CRF는 최대 1년까지 비료 용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의료 분야에서 사용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DDS)과 유사한 원리를 적용하여 비료 효율성과 환경 영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CRF 기술을 중심으로 국내 농업 구조를 바꾸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농업기술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로 누보를 시작하게 되었다.

누보의 핵심 사업

누보 비즈니스는 국내 농업, 해외사업, 골프장·조경, 가정원예 등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나뉘며 모든 사업 중심에는 자사 고유 CRF 기술이 있다.

국내 농업 부문에서 누보는 자사 CRF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기능성 코팅비료와 유기농업자재를 생산해 국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벼농사와 다양한 채소류에 맞춘 맞춤형 비료를 통해 농민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작물 생산성과 환경 영향을 함께 개선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모를 심을 때 비료를 작물 옆에 동시에 주입하는 방식인 ‘측조시비’에 최적화된 비료를 통해 정밀농업 기반도 넓혀가고 있다.

해외사업의 경우 CRF를 중심으로 한 고기능성 비료 제품은 현재 30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으며 주요 수출 대상국은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농업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또한 비료뿐만 아니라 국내산 녹차 및 가루녹차 등 농식품 수출도 병행하고 있으며, 현지 기후·작물 환경에 맞춘 제품 등록 및 실증 테스트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골프장과 조경 분야에서는 골프장 전용 코팅비료 및 잔디 관리 자재를 생산·공급한다. 동시에 골프장 코스 관리 전문 서비스를 통해 현장 시공과 유지관리까지 아우르는 토탈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가정원예 사업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 식물 영양제 브랜드 ‘닥터조’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식물 영양제 브랜드 닥터조는 가정용 비료 브랜드 최초로 브랜드K에 선정되며 기술력과 대중성을 모두 입증했다. 현재는 국내외 온라인을 통해 판매 중이며, 미국 대형 유통채널에는 PB상품으로도 납품되고 있다.

누보 울산공장 전경. 누보는 CRF 기술을 중심으로 국내외 농업, 골프장·조경, 가정원예 시장에 맞춤형 비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누보]


CRF 기술의 실제 적용 사례

CRF는 국내외 농업 현장에서 점차 널리 쓰이고 있으며, 벼농사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속효성 비료는 이용 효율이 높지 않아 작물이 흡수하지 못한 성분이 지하수로 스며들거나 공기 중으로 날아가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CRF는 작물의 생장 주기에 맞춰 비료의 성분이 천천히 방출되도록 설계돼 비료 효율을 높이고 환경 부담을 덜 수 있다.

벼 재배에선 측조시비 방식이 대표 사례다. 예전에는 논에 모를 심고 따로 비료를 뿌렸지만, 이제는 이앙기가 모와 함께 비료를 작물 옆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누보의 CRF는 이 방식에 맞춰 개발됐으며, 한 번만 뿌려도 수확까지 추가 시비 없이 작물 생육을 뒷받침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채소류, 옥수수, 유칼립투스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해외 수출국에서는 작물별 생육 환경과 기후에 따라 성분과 방출 기간을 조정한 맞춤형 CRF를 사용한다.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콘벨트, 오일팜 플랜테이션, 목재 자원 작물 재배지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향한 기술개발

가장 집중하고 있는 기술 개발 과제는 생분해성 폴리머를 활용한 차세대 CRF다. 기존 완효성 비료의 코팅 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합성 폴리머는 비료의 용출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토양에 남는 잔류물로 인해 환경 오염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사용 규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보는 2020년대 초반부터 선제적으로 생분해성 소재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현재 이 생분해성 코팅 기술은 이미 제품화가 완료된 상태이며 관련 특허도 출원돼 있다. 다만 일반 폴리머보다 생산 단가가 높은 만큼 대량 생산과 수요 기반의 단가 안정화가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고가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농가 수용성이 낮은 편이지만 글로벌시장에서는 규제 대응과 ESG 기준 충족 차원에서 오히려 먼저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누보는 해외 수요를 중심으로 상용화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생산 단가를 낮춰 국내 공급 확대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R&D와 공정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누보 생산 설비. 작물과 사용 환경에 따라 설계된 코팅비료를 자체 설비에서 개발·생산한다. [사진=누보]


글로벌 농업박람회에서의 반응

매년 다양한 국가의 농업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글로벌시장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연간 4회에서 많게는 8회 이상 참가하며, 현지 작물 실증 사례와 기술 소개를 중심으로 시장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주요 참가 행사로는 중국의 농자재·작물보호 박람회(CAC), 미국 농업박람회(FPS), 독일 원예박람회(IPM), 그리고 동남아와 남미 지역의 박람회가 있다. 이 가운데 CAC는 농업 자재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각국 바이어와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 박람회에서 누보는 CRF 기술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CRF 기술을 적용한 생분해성 코팅비료다. 유럽 등 환경 규제가 엄격한 지역에서는 난분해성 폴리머를 대체할 기술로 생분해성 소재 비료에 큰 관심을 보인다. 실제로 여러 국가의 바이어들이 현장 미팅을 통해 테스트용 샘플을 요청하거나 공동 연구 협의를 진행한 사례도 있다.

중남미와 동남아처럼 플랜테이션 농업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유칼립투스, 오일팜, 옥수수 등 특정 작물에 맞춘 비료 솔루션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누보는 생분해 CRF를 내세워 해외 농업박람회에서 환경 규제와 기준을 중요하게 보는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고, 현장에서 제품 샘플 요청과 공동 연구 논의로 이어지는 반응을 얻었다. [사진=누보]

누보는 제60회 무역의 날 '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누보는 30여 개국에서 작물과 기후에 맞춘 맞춤형 CRF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본 이토추상사와의 협약을 계기로 글로벌 유통과 기술, 신뢰를 겸비한 파트너십 수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누보]


경영철학

누보의 경영철학은 도전정신을 바탕에 두고 있다. 농업은 전통 산업이지만, 기술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는 혁신이 요구된다. 새로운 가능성에 열려 있는 태도,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는 시선이 경쟁력이라는 철학으로 글로벌 농업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해 왔다.

CRF 기반 기술 개발 역시 국내에 그치지 않았다. 현재 3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일본의 종합상사 이토추(ITOCHU)와 협약을 맺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는 기술과 신뢰를 장기적 관점에서 축적해 온 경영 전략의 결과다. 기술로 미래를 준비해 온 철학은 누보 성장의 밑바탕이 되었다. 이 도전정신은 지속가능한 농업과 세계 시장을 준비하는 핵심 가치로 이어질 것이다.

인재상 및 조직문화

누보는 아이디어를 실현으로 옮길 수 있는 인재를 중요하게 여긴다. 실행력과 추진력을 핵심 기준으로 삼으며, 이를 통해 실험정신으로 한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AI 챗봇 도입, 주주 우대 서비스 운영 등 다양한 혁신적 시도를 통해 소비자와 주주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변화 속에서 개별 부서의 아이디어도 빠르게 사업화되고 있다.

또한, 분기별 도전 과제를 통해 도전과 실패, 학습, 재도전의 선순환을 이끌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태도와 실행 능력을 중요한 가치로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향후 계획

누보는 향후 3년간의 성장 전략을 담은 ‘비전 2027’을 수립하고 글로벌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핵심 전략은 CRF 생산능력 확장,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생분해성 기술 상용화, 현지화 기반 수출 전략이다.

2023년 말 CRF 2호기 설비를 준공한 뒤, 2024년부터 본격 가동 중이며 하반기에는 생산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설비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신규 설비는 범용 CRF 생산에 집중해 수요 증가에 맞춘 효율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앞으로는 해외는 직접 영업과 파트너십 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일본 이토추상사를 시작으로 북미·남미 농업 전문 기업 및 원료 생산국 기업들과 합작법인 설립과 공동 생산을 논의 중이다.

기술적으로는 생분해성 폴리머 기반 CRF 양산을 위한 공정 고도화와 원가 절감에 집중하고 있으며, 글로벌 규제 대응과 ESG 관점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