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제조업 혁신 속에서도 정직한 기술과 사람 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기업이 있다. 금속 인클로저 및 수배전반 외함 제작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진 태용엔지니어링은 기술력과 품질, 신뢰를 무기로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조용래 태용엔지니어링 대표는 “IMF 시절에도 한 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았던 이유는 사람과 신용이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라며 “정직하게 끝까지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이끌었다”라고 강조한다.

지인의 작은 공장 마당 한 편에서 시작해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갖춘 화성 신공장까지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조용래 대표를 만나 태용엔지니어링의 성장 스토리와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태용엔지니어링 조용래 대표. 20대 초반부터 판금 가공 기술을 익히며, 현장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0년대 초 직접 창업해 태용엔지니어링을 대기업 납품업체로 키웠다. 단가보다 신용, 속도보다 완성도를 우선하는 기준을 고수해 왔다. [사진=태용엔지니어링]

간단한 자기소개 및 창업 배경

20대 초반부터 판금 가공 현장에서 기술을 익혔다. 1990년대 초, 남의 공장 마당 한편에 자리를 얻어 태용엔지니어링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는 고품질 금속 인클로저를 제대로 만드는 곳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창업에 나섰다. 성실하게 기술을 쌓고 하나씩 해내다 보니, 지금은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로 자리 잡게 됐다.

주요 비즈니스 영역

태용엔지니어링은 산업용 금속 인클로저 분야에서 설계, 가공, 도장, 조립까지 아우르는 일괄 생산 체계를 갖췄다. 주요 제품은 수배전반 외함, 전기 제어함, 반도체 장비용 캐비닛 등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 납품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전기·전자·반도체 산업에서 핵심 부품으로, 고도의 정밀성과 안정성이 요구된다. 태용엔지니어링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품질 관리에 지속해서 힘쓰고 있다.

태용엔지니어링은 생산 공정 중 가장 까다로운 분체 도장에서 품질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기업 실사에서 최고 평가를 받을 만큼 외관과 내구성 품질이 우수하다. [사진=태용엔지니어링]


주요 고객층 및 고객관리 비법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와 전자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다. 이외에도 민·관수 전기·제어·자동화 분야의 다양한 기업들과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기술적 신뢰가 핵심인 산업에서 수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고객 응대가 있다.

태용엔지니어링의 고객관리 방식은 품질 보증은 물론이고, 약속한 납기는 반드시 지키며, 요청 사항에는 신속하게 대응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나서서 해결해 왔다. 이러한 태도는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신뢰로 이어졌다.

고객의 요구에 정직하게, 기술로 응답하는 자세를 통해 태용엔지니어링은 업계에서 신뢰를 쌓아왔다. 관계를 중시하는 고객관리 전략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태용엔지니어링만의 경쟁력

태용엔지니어링의 경쟁력은 분체 도장에 있다. 도장 공정은 생산의 마지막 단계이자 가장 까다로운 작업 중 하나로, 제품의 외관과 내구성을 결정짓는 품질 경쟁력의 핵심이다. 고객사 실사에서도 도장 품질은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꼽힌다. 실제로 대기업 실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적도 있으며, 이는 각 공정에 정성을 쏟고 있다는 방증이다.

분체도장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가공 기술 역시 최고 수준을 목표로 한다. 국내 최초로 자동화된 레이저·펀칭 복합기를 도입해 금속 인클로저 가공에서 구현이 가능한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실현하고 있다. 이 같은 최고를 지향하는 인식은 작업 방식에도 반영된다. 건평 1,600평의 전 작업장에는 에어컨, 온풍기, 환기 시스템, 공기 정화 설비 등을 갖춰 작업자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가공 라인 모습. 태용엔지니어링은 자동화된 레이저·펀칭 복합기를 도입해 고정밀 가공을 실현했다. 설계부터 절단, 용접까지 공정 간 연계를 최적화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사진=태용엔지니어링]

완성된 제품 모습. 국내 최초로 자동화 복합기를 도입해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구현했다. 설계부터 조립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며 기술 체계를 고도화했다. [사진=태용엔지니어링]

중대한 변화의 기점

태용엔지니어링의 도약에 속도를 붙인 전환점은 화성으로의 확장 이전이다. 2023년 5월, 경기도 광주에서 화성으로 본사를 옮기며 기업 체질 전반에 변화가 시작됐다. 화성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이전을 결정한 데에는 물리적 거리의 이점을 활용해 납기 대응을 더욱 민첩하게 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

토지와 건물을 확보한 뒤, 기존 시설 일부는 리모델링하고 필요한 구역은 신축을 병행했다. 업무 효율성과 작업 동선을 고려해 공정을 재배치했으며, 분체 도장을 포함한 주요 생산 설비는 최신식으로 교체했다.

이번 확장 이전은 스마트팩토리 기반 시스템 도입을 본격화하기 위한 발판이기도 했다. 설계부터 절단, 용접, 도장, 조립에 이르는 전 공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고, 공정 과정과 원가, 납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경영철학

태용엔지니어링의 모든 제품에는 하나의 기준이 있다. 허투루 만들지 않는 것이다. 현장을 누비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이름을 걸고 만든다는 마음으로 기계를 다뤄왔고, 그 생각은 지금의 경영철학으로 이어졌다. 단가보다 신용, 속도보다 품질을 먼저 생각했기에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과도 오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이런 철학은 최근 두 아들이 사업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큰아들은 공정과 품질 관리를, 작은아들은 영업과 대외 협력을 맡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 기술과 젊은 감각이 더해지며 기존의 성실·품질 중심 원칙이 한층 강화됐다. 각 공정의 작업 순서, 소요 시간, 원가 등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며 생산 전 과정이 정밀하고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아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외부 컨설팅 없이 설비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기획해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용래 대표는 제품 하나에도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자세로 품질과 신뢰를 지켜왔다. 완성도를 중시하는 기준은 창업 초기부터 변함없었다. 현재는 두 아들이 각각 공정·영업을 맡아 철학을 계승하며, 스마트 기술로 확장 중이다. [사진=태용엔지니어링]


향후 계획

태용엔지니어링의 다음 목표는 내실 있는 성장과 스마트 제조의 고도화다.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고, 제품 완성도를 올리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공정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를 강화해 불량률 제로에 가까운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 중 하나다.

설비는 고도화했지만, 아직 모든 데이터를 무형 자산으로 전환하지는 못한 상태다. 앞으로는 공정별 기술을 정리하고 매뉴얼화해 회사의 기술력을 지식 자산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두 아들이 합류한 이후 조직은 한층 젊고 유연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군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산업 진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현재 주력하는 금속 인클로저 외에도 고객 맞춤형 고정밀 부품 제조, 친환경 마감 기술 개발 등 새로운 아이템을 위한 내부 R&D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