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해킹(IKEA hacking)은 조립식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제품을 취향과 필요에 맞게 새롭게 바꾸는 문화다. 각자의 공간과 생활 방식에 맞춰 가구를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문화에 공감하며, 자신만의 색을 쌓아온 브랜드가 있다. 이케아 핵을 출발점 삼아 독립적인 디자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비아크(B.ARC)’다.

비아크는 실용성을 바탕에 둔 섬세한 디자인으로, 획일화된 공간에 또렷한 존재감을 더한다. 서울에서 받은 인상을 비아크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를 이끄는 오세인 대표는 이케아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브랜드 전체를 디자인하고 있다. 그의 여정을 통해 비아크가 그리고 있는 미래를 들여다봤다.

비아크는 이케아 핵을 선도하며, 실용성과 개성을 겸비한 감각적 가구를 선보인다. 오세인 대표의 사용자 중심 디자인 철학을 통해 독립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자기소개 및 창업 배경

약 4년 동안 이케아 광명점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쇼룸 스타일링과 고객 공간 연출을 맡았다.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작업을 거듭할수록 디자인에 더 개성을 담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하이엔드 가구는 가격이 부담스러웠고, 이케아 제품은 기능적이긴 했지만, 어딘가 아쉽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이케아 핵(IKEA Hack)’이라는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이케아의 기존 제품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용도나 스타일을 더하는 방식이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이 문화를 한국에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고, 그것이 비아크의 출발점이 되었다.

국내 소비자가 보는 이케아 핵

국내에서는 ‘이케아 핵’이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문화다. 다만 경기 침체와 셀프 인테리어 열풍 속에서, 내 공간을 내 손으로 바꿔보려는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ikeahack’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자신의 취향을 직접 반영해 공간을 꾸미려는 시도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고 있다.

비아크는 이 문화를 한국에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싶었다. 커스터마이징된 제품을 하나의 독립된 디자인 제품으로 제안하면서 이케아 핵의 개념을 DIY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비아크의 핵심 제품 전략

비아크는 이케아의 기본적인 조립 구조와 규격화된 부품을 활용하면서 제품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변형하거나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등받이가 없는 이케아 의자에 등받이를 추가해 사용성과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원형 제품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감각적인 디테일을 더해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해외에서는 이케아 핵이 주로 수납장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비아크는 스피커 거치대, 트롤리, 조명 커버, 거울 등 보다 다양한 생활 제품군으로 확장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케아 기반 제품에 한정하지 않고 브랜드 고유의 미감을 담은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 개발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비아크는 이케아 가구에 등받이처럼 꼭 필요한 기능을 더해 실용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했다. [사진-=비아크]

사용자를 위한 설계 방식

비아크는 제품을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디자인 경험으로 바라본다.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조립하고 사용하는 과정까지, 불편함 없이 감각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에 세심하게 신경 쓴다.

특히 이케아 핵 제품은 고객이 직접 조립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설명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구성과 간편한 설치 과정을 중요하게 본다. 기능은 더하되 복잡하지 않고, 형태는 바꾸더라도 낯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비아크가 제품을 바라보는 태도다.

배송과 설치 역시 전체 경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부 제품은 도장 마감이 섬세해 충격이나 흠집에 민감하므로, 물류 파트너와 협력해 포장과 배송 안정성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

준비 중인 신제품

지난달 비아크는 스피커 거치대, 플로어 스탠드형 조명 변환 키트, 테이블 상판, 다양한 크기의 조명 커버 등 여러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플로어 스탠드형 조명은 기존 테이블 조명을 구조 변경 없이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자체 개발한 의자를 브랜드의 첫 독자 디자인으로 공개했다. 신체와 가장 밀접하게 닿는 가구인 만큼, 기능성과 형태의 균형을 함께 고려한 시도로 비아크의 디자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결과물이다.

올해는 이케아 핵 기반 제품과 자체 디자인의 비중을 기존 9:1에서 5:5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축적한 시장 조사와 제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새 라인업은 기존 소재를 새롭게 해석하고, 간결한 디자인과 사용자 중심의 기능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하이엔드 라인으로의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비아크는 이케아 테이블 조명을 플로어 스탠드형으로 바꿀 수 있게 설계했다. [사진=비아크]


주 고객층 및 고객관리 방법

비아크의 주요 고객층은 20~30대 1인 가구와 30대 초반 신혼부부다. 공간에 개성과 실용성을 모두 담고 싶어 하는 이들로, 가격에 비해 디자인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선호한다.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공간을 꾸미는 데 큰 관심을 보인다.

비아크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고객 후기, 사용 사진, 커스터마이징 사례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실제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29CM, 오늘의집 등 감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접근성을 높였고,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실시간 소통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경영철학과 디자인 방향성

비아크는 우리가 갖고 싶은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중심에 두고 움직인다. 고객의 요구를 마주하면 먼저 공감할 지점을 찾고, 그 위에 유쾌한 디자인 요소를 가볍게 더한다. 스스로 애착이 가지 않는 제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좋은 결과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디자인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케아 제품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여기에 새로운 기능과 감각을 더해 전혀 다른 쓰임을 만들어낸다. 직관적인 구조와 조화로운 색감, 공간에 무리 없이 녹아드는 조형을 기준 삼아 제작한다. 비아크가 지향하는 건 대체 불가능한 디자인이다. 대량 생산된 가구 안에서도 취향이 드러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 속에서 진짜 쓰임과 개성이 태어난다고 믿는다.

이케아 핵 문화의 가능성을 국내에 알리고 있는 오세인 비아크 대표. 기존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창의성을 덧입힌 디자인으로 새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기업경영인신문]


향후 계획

비아크는 현재 이케아 핵 기반 제품을 바탕으로,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가구 라인을 본격적으로 넓혀 가려 한다. 새로운 제품군은 비아크가 지닌 디자인 언어와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되며, 완성도 높은 결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고객과의 교점도 조금씩 확장해 가는 중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이케아 해킹에 대한 이해와 수요가 자리 잡고 있어, 비아크 역시 그 기반 위에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해외 개인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현지 총판이나 파트너십을 통해 수출 규모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