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바넘 신은영 대표는 향을 통해 일상 속 특별함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은 공방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백화점에 입점하고, 팝업스토어마다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그녀의 향에 대한 애정과 끈기 덕분이다. 향수 하나에 담긴 감정과 기억을 중시하는 신 대표는 향은 단순히 냄새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분과 순간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전한다.
그녀의 철학은 제품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에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다. 홀리바넘의 제품들은 그녀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이제 브랜드는 일본, 미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리며 성장하고 있다. 신 대표는 향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 길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좋은 향은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단순하고 익숙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향이 진짜 좋은 향”이라며, 향을 넘어 그녀가 전하고 싶은 가치는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담은 향기로운 메시지다.
조향사이자 브랜드 디렉터로서의 감각을 바탕으로, 일상의 향을 섬세하게 구현해온 신은영 대표. 공방에서 시작한 홀리바넘을 글로벌 향수 브랜드로 성장시키며, 기억과 감정을 잇는 향의 가치를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확장해가고 있다. [사진=홀리바넘]
지난 인터뷰 이후 어느덧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브랜드와 대표님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들려주셨으면 한다.
지난 인터뷰 이후 브랜드를 향한 외부의 반응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잡지사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인터뷰 경험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방송 출연까지 이어졌다는 점은 브랜드에 관심이 본격적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현재는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올리브영N 성수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며, 시작부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다. 특히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자주 보이던 중국인 고객들이 성수 팝업을 찾아와 소용량 향수를 대량 구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꾸준히 쌓이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느껴졌다. 올리브영 측의 적극적인 지원도 인상 깊었고, 전반적인 협업 역시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이어지고 있다.
올리브영N 성수점은 규모도 크고 분위기도 남다르다. 홀리바넘 팝업에 사람들이 몰리는 걸 직접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홀리바넘은 공방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어쩐지 조금은 낯설다. 오롯이 향 하나로 승부해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다행히도 그 진심을 좋은 타이밍에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줬다는 점에서 감사함이 크다.
공방에서 브랜드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볼 때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공방을 시작할 때부터 브랜드를 만들고, 백화점에 입점하겠다는 목표는 분명했다. 여러 곳에 제안서를 보냈고, 그 과정에서 한 고객이 AK 수원점 바이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향을 인상 깊게 기억한 그 분이 먼저 매장 입점을 제안해 주셨고, 당시 제안받은 25평 규모의 공간은 럭셔리뷰티 브랜드도 쉽게 받기 어려운 자리였다. 그 선택은 지금도 큰 전환점으로 남아 있으며, 브랜드 초창기에 그런 결정을 내려준 그분에게는 여전히 깊은 감사를 느낀다.
대표님의 명함에는 ‘조향사이자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함께 적혀 있다. 조향사로서의 역량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 듣고 싶다.
외부 조향사를 두지 않는 구조는 가장 큰 비용 절감 요소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점은 고객과 내부 팀의 피드백을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신제품 출시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대부분 브랜드가 1년에 한두 번 신제품을 내지만, 홀리바넘은 필요하다면 한 달에 한 번도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객이 요청한 향이 실제로 제품화되거나, 직원이 제안한 향이 출시되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몰입을 끌어낸다. 이렇게 가까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브랜드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라 생각한다.
하나의 향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선택과 조율이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는 기준이 있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결국 고객의 니즈이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향이라도, 고객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브랜드의 향이 될 수 없다. 브랜드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고객이 원하는 향을 정확하게 포착해 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게 바로 조향의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조향뿐 아니라 브랜드의 디렉팅도 직접 맡고 계신다. 향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일상과 상상 사이, 어떤 순간이 창작의 출발점이 되는지 궁금하다.
영감은 거창한 곳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일상적인 순간에서 더 자주 찾아온다. 껌을 씹다 떠오른 기분, 빨래를 널다 문득 느낀 냄새처럼, 사소한 장면들이 향의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술 작품에서 감흥을 얻는 조향사들도 많지만, 나는 평범한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단서를 찾는 쪽에 가깝다. 향을 통해 좋은 기억이 떠오르고, 기분이 환기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홀리바넘의 대표 향 ‘썸머 브레이크’에도 일상에서 길어온 영감이 담겨 있나. 이 향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들려주셨으면 한다.
썸머 브레이크는 복숭아 아이스티 향이다. 여행 중 마셨던 한 잔의 아이스티에서 시작된 향이다. 그때 느꼈던 기분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그 감정을 향으로 옮기고 싶었다. 브랜드 초기에 출시한 제품이었는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작은 개인의 기억이 누군가의 기분 좋은 하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뿌듯하다.
이전 인터뷰에서는 30대 고객층이 브랜드의 중심이라고 밝히셨다. 최근 들어 타깃층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확장하고자 하나.
처음엔 백화점 유통을 중심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30~40대 고객층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작년 11월부터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고, 4월 성수 팝업을 기점으로 20대 고객의 비중이 확실히 높아졌다. 특히 성수 매장에서는 20대의 구매 비율이 눈에 띄게 크다. 그 변화에 맞춰 프래그런스 태그 제품을 새롭게 개발했고, 다가오는 6월 1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가격도 1만 원대로 설정해 20대 고객이 부담 없이 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브랜드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분명한 생각과 방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떤 기준과 고민을 바탕으로 새로운 라인업을 결정하게 되는지, 그 과정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생활 화학 제품군은 브랜드 확장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카테고리다. 동일한 향을 적용할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장벽이 낮고, 개발부터 출시까지의 속도가 빠르다. 덕분에 고객이 더 쉽게 향을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 수 있다. 반면, 화장품류는 인허가와 성분 제한 등 여러 제약이 많아 제품화에 시간이 걸리고 가격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리브영에서는 탈취제를 먼저 선보였다. 향은 그대로지만 포맷이 가볍고 접근성이 좋아,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고객에게 진입장벽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실제로 탈취제를 사용한 후 향에 반해 향수까지 구매하게 됐다는 평이 많고,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보조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화장품류보다 접근성과 개발 속도가 뛰어난 생활 화학 제품군의 특성을 살려, 홀리바넘은 탈취제를 브랜드 입문의 첫 접점으로 삼아 향의 경험을 넓히고 자연스럽게 향수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냈다. [사진=홀리바넘]
브랜드 외부와의 협업, 혹은 새로운 카테고리로의 확장은 어떻게 구상되고 있나. 현재 논의 중이거나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듣고 싶다.
현재 인공지능과 결합한 신제품을 개발 중이다. 특허 출원 절차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핵심은 날씨나 감정에 따라 향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기술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상상이었고, 그 상상을 홀리바넘만의 향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의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공간 역시 브랜드를 말하는 시대다. 팝업스토어를 기획할 때,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약 40회가 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공간에 대한 감각과 기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향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다. 향이 흐르기보다 흩어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역시 브랜드의 방향성과 연결된다. 홀리바넘은 일상의 향을 지향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공간도 그에 걸맞게 꾸린다.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대형 구조 대신, 쇼룸 중앙에 식탁처럼 일상적인 가구를 배치해 편안하고 친숙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시에 고급 디자이너 가구와 소품을 활용해 브랜드가 가진 품격과 균형을 유지한다. 익숙함과 세련됨, 그 두 감각 사이에서 공간을 설계한다.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시장은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일본에서는 이미 론칭이 시작되었고, 미국은 5월 1일부로 진출을 앞두고 있다. 두바이의 경우,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입점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일본은 향에 대한 문화적 코드가 한국과 유사하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소비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테스트 마켓으로 가장 먼저 선택했고, 현재는 일본 내 대표적인 온라인 뷰티 플랫폼인 ‘큐텐재팬’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 상태다. 초기 반응과 데이터를 살피며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홀리바넘은 앞으로 5년 뒤,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아있기를 바라는지 궁금하다.
목표는 명확하다. 세계 1등 향수 브랜드가 되는 것. 그중에서도 과일 향을 중심으로 한 제품군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싶다. 과일 향은 구현이 쉽지 않다. 단순히 달콤한 향이 아니라, 진짜 과일처럼 생생하고 복합적인 결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0대 고객층은 이런 향에 가장 강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그래서 이 세대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과일 향 브랜드가 홀리바넘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람은 지금, 차근차근 실현되는 중이다.
조향사로서 좋은 향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향이란 복잡하거나 화려한 향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익숙해서, 맡는 순간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향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고객을 직접 만나온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낯선 향보다 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기억을 건드리는 향에 더 깊게 반응한다. 대표 제품인 썸머 브레이크가 그런 경우다. 향을 맡자마자 “이거 어렸을 때 맡아본 향 같다”라며 반가워하고, 그 감정에 웃음을 얹는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좋은 향은 그렇게, 기억을 건드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태교 여행 중 마셨던 복숭아 아이스티 한 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썸머 브레이크’는 신은영 대표의 개인적인 기억이 누군가의 기분 좋은 하루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홀리바넘의 대표 향이다. [사진=홀리바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홀리바넘이라는 이름에는 신성한 향, 주께 드리는 향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브랜드의 출발점이 신앙이었고, 지금도 그 가치를 일상에서 조용히 이어가고 있다. 구성원 대부분이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고, 브랜드를 통해 삶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많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결국 어떤 믿음을 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향이라는 매개를 통해 좋은 에너지, 좋은 감정이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 정체성과 철학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