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센서의 바이오 분야 활용 가능성을 포착한 마상배 대표는 에이아이바이오틱스를 창업하고 진단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와 현장 진단형 분자 진단 장치 ‘LUKIN(루킨)’을 통해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치매 조기 진단 국책과제에 선정되고 WHO가 주관하는 결핵 구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진단 시장이 시약 중심으로 성장한 가운데, 마상배 대표는 진단 장비의 국산화와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5년을 도약의 해로 삼아 진단 기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다. 주식회사 에이아이바이오틱스의 마상배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었다.

가치 상승에 집중하며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비전과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왼쪽) 마상배 대표와 (오른쪽) 안정철 개발팀장.


간단한 자기소개 및 창업 동기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10년, 디스플레이 산업분석 회사에서 5년, 팹리스 기업에서 15년간 경력을 쌓은 후 2017년에 에이아이바이오틱스를 창업했다. 팹리스 기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하며 바이오 장치 분야에서 반도체의 유용함을 확인하고, 직접 바이오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회사 설립 후 마이크로바이옴분야를 먼저 시작하고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 시절의 경험을 살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바이오 분야의 유망 아이템이었던 POCT PCR 장치 개발에 착수했고, 4년간의 집중적인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주요 비즈니스 영역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와 ‘POCT PCR(현장 진단형 분자 진단 장치)’을 주요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다. 대장 내 다양한 세균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화하여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장내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판매로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장내 세균 분석 서비스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검체에서 DNA를 분리하고 측정하는 노하우가 축적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PCR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기존 POCT PCR 장치의 한계점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독자적인 POCT PCR 장치를 개발했다.

에이아이바이오틱스가 개발한 POCT PCR(현장 진단형 분자 진단) 장치인 'LUKIN' [사진=에이아이바이오틱스]


에이아이바이오틱스 제품의 경쟁력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는 방대한 데이터 축적이 필수적인 분야로, 지속적인 데이터 확보와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여러 대학병원에서 소아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의뢰받고 있으며, 친형이자 공동대표인 마상혁 의사와 동료 의사들이 직접 개발한 유산균 제품도 판매 중이다. 광고 없이도 효과를 경험한 충성고객의 입소문만으로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POCT PCR 장치 ‘LUKIN’은 비전문가도 현장에서 샘플만 삽입하면 모든 공정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첨단 장비다 이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도 상용화가 활발하지 않지만, 미래 헬스케어 산업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LUKIN’은 다양한 검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며, 극히 낮은 교차 오염 위험과 독보적인 유체 제어 기술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이 기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수조 원 규모의 M&A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WHO와 UN 등 국제기구가 운영하는 결핵 진단 분야 신기술 공모전에서 글로벌 진단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아 현재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샘플을 삽입하면 자동으로 다양한 세균을 분석하고 데이터화하여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사진=에이아이바이오틱스]


고객이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경로와 주요 고객층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는 당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받고 있으며, 의료진이 직접 개발한 유산균 제품도 별도로 판매 중이다. 당사의 유산균 제품은 온라인 홍보나 광고 없이 의료진과 기존 고객들의 입소문만으로 지난해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아이점프 유산균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민감한 장에 적합한 S type과 면역력 및 장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G type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통해 타입을 선정할 수 있으며, 상담을 통해서도 적합한 타입과 복용법을 제안받을 수 있다. PCR 제품의 경우 일반 고객 구매는 아직 제한되어 있으나, 연구소나 기업에서는 연구용 또는 개발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연구개발 중이거나 출시 예정인 제품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국제기구의 결핵 진단 시장 진출과 경상국립대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치매 조기 진단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다. 결핵 진단 관련 지난해 WHO의 FEND-TB 프로젝트 기술 공모에 참여하여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현재 WHO 공인 임상 샘플로 기초 임상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개별 국가의 임상 인허가에 앞서 국제기구의 공인을 획득하는 것은 글로벌시장 진출의 핵심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치매 조기 진단 프로젝트는 경상국립대 김명옥 교수팀과 협력하여 진행 중이며, 지난해 대형 국책과제에 공동 선정되었다. 혈액 내 치매 관련 미량의 마이크로RNA를 검출하고 AI로 분석하여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기존 치매 진단법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치매로 인한 수십조 원 규모의 사회적·국가적 비용 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아이바이오틱스의 향후 목표

현재 POCT PCR 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질병 진단뿐 아니라 식품공장 품질관리, 환경 감시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원격진료 시장에서의 역할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확장은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보다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계장치, 카트리지, 시약, 전처리, 임상, 인허가, 바이오마커 발굴 등 광범위한 영역의 요소 기술이 필요하고, 여러 분야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종합적으로 결합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장치와 카트리지 개발에 집중하면서 디바이스를 활용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영철학

기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이익과 가치의 실현이다. 그러나 산업의 특성에 따라 이익 추구에 집중해야 할 사업과 가치 상승에 주력해야 할 사업이 구분된다. 진단 사업은 기술을 구현한 후 인프라 구축과 임상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이익 실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다 따라서 단기적인 매출과 이익보다는 기술 가치 상승에 집중하고, 기술 라이센싱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는 파트너십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각자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과정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 상승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는 리더의 중요한 과제다. 가장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구성원들에 대한 보상은 단순한 금전적 혜택을 넘어, 개인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2025년을 도약의 해로 삼아 국제기구의 공인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단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에이아이바이오틱스 [자료료=에이아이바이오틱스]


강조하고 싶은 내용

한국의 바이오벤처 중 진단 분야는 코로나19 시기에 급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실상은 진단기기보다는 시약 분야에 편중된 성장이었으며, 현재도 국산 시약을 외산 장비로 운용하는 실정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경험했듯이 기계장치의 자립은 산업 경쟁력 확보에 핵심적인 요소이며, 바이오 분야 역시 기계장치에 대한 투자와 육성이 절실하다. 현장 진단 PCR 장치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많은 도전이 있었으나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아 투자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지자체를 비롯한 다양한 외부의 도움을 받아 장치 개발을 마무리했다. 비록 속도는 더디지만, 2025년에는 분명한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