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이기는 옷, 목단 정원경 대표

“패스트 패션의 반대편에서 피어난 편안함과 세련된 디자인...
최근 네이버 쇼핑 라이브 실시간 전체 1위 기염,
옷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지속 가능한 가치 제안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것”

윤택환 기자 승인 2024.09.11 07:43 | 최종 수정 2024.09.12 21:48 의견 0

사진-윤택환 기자

최근 중년 멋쟁이들 사이에서 ‘옷장 속에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 같은 옷’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랑받는 브랜드, 목단의 정원경 대표를 만났다. 목단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옷에 담아낸다. 정원경 대표의 섬세한 철학 아래, 목단은 중년 여성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고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옷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서 옷을 제안하는 이들은, 입는 이에게 자신감과 편안함을 선사하며, 지속 가능한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함께 나눈다. 정 대표는 목단이 지닌 진솔한 브랜드 철학을 또렷하고 따뜻한 목소리에 담아 들려주었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옷 가게 아르바이트 경험, 무작정 패션업계에 뛰어들어

"안녕하세요, 저는 중년의 당당한 일상을 응원하고 책임지고픈 브랜드, 목단의 대표이사 정원경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소개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시기에 우연히 학원 선생님이 연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그때는 너무 촌스러운 아이였죠(웃음). 그런데 그 공간과 일을 하는 분들의 멋진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손님들과 소통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구요. 막연히 `아, 나도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저의 적성에 잘 맞는다는 생각에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어딜 가든 판매 1위, 줄 잇는 스카웃 제의로 이력서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어

하루 아침에 패션업계에 뛰어든 어린 그녀는, 그렇게 부평, 명동, 압구정, 동대문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수의 패션 메카에서 일하며, 한 번도 이력서를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줄 잇는 스카웃 제의 속에 경력을 쌓았다.

"어디를 가든지 매출 1위를 달성했고, 대표님들께 제가 약속한 매출을 항상 지켰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계속해서 판매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때부터 그녀는 ‘내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핑계 삼아 일을 그만두고 31살에 목단을 시작했어요.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13년 동안 직원 생활을 하면서 축적된 노하우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녀는 오랫동안 직원으로 일하며 고객들의 다양한 체형과 취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스타일을 제안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패션 철학을 구축했다.

4050,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취향 멋지게 만들어야 할 시기...

그들을 위한 탄탄한 옷장 만들어주고 파

정원경 대표가 목단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다. "옷이라는 게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밥을 먹듯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것, 패션이라는 멋드러진 단어에 가려지지 않고 중년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더 확고하게 표현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그녀는 목단이 지향하는 방향을 "단조로울 수 있지만, 탄탄한 옷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정의 한다.

"40대, 50대는 이미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취향을 멋지게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중년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세련되게 잡아주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통해 유행을 넘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목단의 목표라고 강조한다.

“바쁘게 사는 중년들이 옷만큼은 고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세련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사진-윤택환 기자

트렌드를 쫓지 않고, 시간을 담아내는 옷, 목단

정원경 대표는 요즘 유행하는 패스트 패션의 흐름과는 정 반대 방향을 지향한다. 그녀는 목단을 통해 지속 가능한 옷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예쁜 쓰레기를 양산하지 말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패스트 패션이 트렌드를 중요시 한다면, 우리는 트렌드와 상관없이 몇 년을 입어도 촌스럽지 않고, 멋지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해요."

그런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좋은 소재와 봉제"다. 목단의 옷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디자인 때문이 아니다. "중년의 체형을 이해한 핏이 중요해요. 중년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특정 부위에 살이 붙죠. 주로 팔뚝, 옆구리, 허벅지 같은 곳이요. 그래서 저희는 일반적인 사이즈 그레이딩이 아니라, 그 체형에 맞는 패턴 수정을 합니다. 옷 사이즈가 M에서 L로 넘어갈 때 단순히 크기만을 키우는 게 아닌 허벅지 위쪽과 엉덩이는 여유 있게 하되, 무릎 아래로는 날렵하게 유지하는 식으로 핏 자체를 수정합니다. 그게 중년을 이해하는 핏이라고 생각해요."

목단의 차별점은 다양한 체형에 맞는 옷을 찾아내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직원들을 귀찮게 해서 미안하지만, 그들에게 모두 피팅을 부탁하고 있어요. 입체적으로 패턴을 수정하고, 그 결과로 나온 옷들은 처음에는 화려하지 않아도 시간이 갈수록 자꾸 손이 가는 옷이 되는 거죠. 그래서 오래 입어도 옷장 속에서 살아남는 옷이라고 말해요."

유튜브 등 라이브 커머스 진출 대성공, 매출 10배로 뛰어

네이버 쇼핑라이브 실시간 전체 1위 오르기도...

최근 개그우먼 정경미와 콜라보 방송 `두 언니쇼` 큰 화제

목단은 최근 유튜브와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통해 영향력을 한층 더 넓혔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존 고객들이 목단의 옷을 좀 더 다양한 조합으로 입을 수 있도록 영상으로 안내하는 애프터 서비스 개념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들의 온라인 진출은 최근 네이버 쇼핑라이브 실시간 전체 1위에 오를 정도로 생각지도 못한 큰 성공을 거뒀다. "조회수가 늘어나면서 홍보 효과가 엄청났어요. 매출도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50대, 60대 고객들이 유튜브를 통해 목단에 유입되면서, 그녀는 유튜브 쇼핑이라는 새로운 루트까지 개척하게 되었다. "이분들은 유튜브에서 본 옷을 홈페이지에서 찾는 걸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편안하게 우리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튜브 쇼핑을 도입하게 됐어요. 영상에서 본 옷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거죠.“

이어 정 대표에게 최근 화제를 모은 개그우먼 정경미와의 합동 방송`두 언니쇼`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정경미 님의 진솔한 이미지가 너무 좋았어요. 소탈하지만 가식 없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저희 목단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4050 중년 여성들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어요."

정경미는 흔쾌히 합동 방송을 수락했고, 두 사람의 케미는 방송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옷은 정확하게, 위트 있고 재미있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경미 님과의 합동 방송은 그 점에서 굉장히 잘 맞았어요. 실제 모습도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 정말 소탈하고 진정성 있는 분입니다."

목단 여왕님들 너무나 감사...여전히 초창기 고객들과도 깊은 소통

"홈쇼핑은 대기업이나 중소 제조업체들이 접근하기 쉬운 반면, 유튜브 쇼핑은 저희 같은 소규모 업체에게 더 적합한 채널이에요." 그녀는 유튜브 등을 통해 대기업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구독자들을 `목단 여왕님`들이라 부르며 서울맹학교의 숲 기부 등 많은 사회공헌 활동까지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정 대표는 오프라인 퍼스널 샵으로 시작한 목단을 온라인 영토까지 크게 성장시켰지만, 여전히 초창기 고객들과도 깊은 소통을 잃지 않았다. "퍼스널로 만나던 고객들 중 30% 정도는 여전히 저와 소통하고 있어요. 그분들 대부분은 이미 본인만의 스타일이 확고해져 저를 굳이 만나지 않아도 알아서 잘 고르시지만, 가끔은 직접 조언을 구하시기도 하죠."

정 대표는 목단이 백화점이나 쇼핑몰 같은 대형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수수료 비용을 줄여서 그만큼 상품 가격에 반영하고 싶어요. 바쁜 중년들이 옷을 사면서 가격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 목단이 추구하는 바입니다."

저서 `마흔부터 피는 여자는 스타일이 다르다` 출간

옷 입는 일 놀이처럼 즐거워야...독자들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 즐겼으면

정원경 대표는 2019년, 중년 치장 권장 에세이 `마흔부터 피는 여자는 스타일이 다르다`를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녀는,

"사실 좀 민망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 거라서요"라며 겸손하게 웃었다. 책에는 그녀의 철학을 한 줄 한 줄 정성껏 담아냈다. 정 대표는 책을 쓰는 동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대필 작가 기용을 제안해서 고사했어요. 그러다 스스로 내 얘기를 한 번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15일 만에 원고를 탈고했어요. 새벽에 아기를 재워놓고 밤마다 글을 썼는데, 그 과정이 저한테는 하나하나 정말 뜻깊었어요."

정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인연과 감사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저에게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죠. 독자분들도 이 책을 가볍게 읽고, 패션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옷을 입는 일이 단순한 놀이처럼 즐거워야 한다고 말하며, "대단한 패션이 아니어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움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옷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 다루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파

지속 가능한 소비의 중요성 함께 고민했으면

앞으로의 목단에 대해 묻자 정 대표는 "옷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이제는 옷을 입고 행동하는 모든 생활 환경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옷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그녀는 목단이 앞으로 좋은 스토리를 가진 기업들과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친근한 브랜드로 성장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저희는 단순히 옷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함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객들과 나누고 싶어요." 라고 힘주어 답했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말속에서는 고객에 대한 진심과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남다른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정원경 대표는 목단을 통해 단순한 옷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옷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중년들이 좀 더 자유롭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패션이란 거창할 필요가 없어요. 자기만의 취향을 찾고, 좋은 옷을 고르는 안목을 높이는 과정은 즐거운 놀이와 같아요. 다만, 이 놀이에는 책임이 따르죠. 지속 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해야 하니까요. 우리 모두가 환경 운동을 할 수는 없어도, 작은 실천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목단의 옷도 그런 작은 실천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기업들이 이미 이런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기업의 노력만큼이나 소비자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10대, 20대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자녀를 키우고 인생의 선배가 된 우리 세대가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선택한다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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