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접근권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권리다. 시각장애인은 지금도 기본적인 자료조차 쉽게 얻기 어렵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데브파이브는 이를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시각장애인이 필요한 정보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기술을 만들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이 말로만 소비되는 일이 흔한 만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 선택이 정보격차를 줄이는 데 어떤 의미를 남길지 살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AI를 전공했고, 어려움 없이 이 일을 선택할 수 있었다. 데브파이브는 AI와 IT 기술을 활용해 기술력을 펼치는 회사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이 수월해지고, 여러 분야의 기술 수준이 나아지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다.
추진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터칭메모리’라는 AI 점자 변환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높이고자 한다. 점자 텍스트만으로는 모든 자료를 읽기 어렵다. 교과서에는 2차 함수 그래프, 지형도, 표나 그림처럼 시각적 정보가 꼭 필요한 내용이 많고, 이런 자료는 점자로 글자만 옮겨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점자 텍스트와 함께 그래픽 표현까지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런데 점자 그래픽을 구현할 기술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술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 분야에 관심을 두는 엔지니어 자체가 부족해 관련 기술이 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시각장애인에 관한 관심으로 시작한 사업은 점차 주변의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특허를 받은 뒤에는 관련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Braillify’라는 점자 변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개발했으며, ‘Devup-UI’라는 UI 라이브러리도 만들어 개발자 커뮤니티와 지식을 나눈다. 두 라이브러리 모두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상업 프로젝트에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데브파이브의 기술을 시각장애인들이 실제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
‘braillify’처럼 점자를 한글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공개한 사례가 드물었다. 이 기술을 접한 시각장애인분들이 흥미로워했고, 점역교정사들도 반가워했다. 터칭메모리는 시각장애인이 직접 쓰는 프로그램은 아니며, 점역교정사나 책을 점자로 바꾸려는 사람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점자 교과서가 제작되면 시각장애인들이 그 결과물을 접하게 된다. 우리가 만든 도구로 만들어진 산출물을 시각장애인들이 활용하게 되고, 원하시는 책은 점자책으로 제작도 가능해지고 정보 접근이 더 넓어질 것이다. 한글을 점자로 변환하는 기능뿐 아니라 그림이나 도형이 들어 있는 자료도 다룰 수 있어 수학이나 공학 분야의 책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우리가 국가 기관이나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원을 마련하고, 회사를 운영해 갈지가 큰 고민이었다. 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교사, 복지사분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점도 어려움으로 느껴졌다.
이 분야는 일회성으로 추진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오래 기다려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매년 졸업 논문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여러 사람이 찾아와 질문하고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도 결국 그대로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다.
우리 역시 그들 눈에는 그런 시도 중 하나로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벽을 넘는 일이 쉽지 않았다.
‘braillify’ 같은 프로그램을 오픈소스로 공개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곳에서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여러 기관이 점자와 관련된 행정 업무로 이미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었고, 이런 기술 개발에 여유를 두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느꼈다.
반면 과기부에서는 호의적으로 살펴보고 응원해 준 덕분에 고마움이 컸다. 예상과 다른 정부 부처에서 도움을 받았던 경험도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사회의 관심이 조금씩 더 커지기를 바라고 있다.
시각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을 시도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3학년 때 교수실을 방문했는데, 문 앞에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한글로 교수님의 성함이 적힌 명패가 붙어있었다. 그 아래에 점자가 있어 자연스럽게 이름과 직위가 함께 적혀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름이 없었고 ‘교수실’이라는 표현만 간단히 적혀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시각장애인에게 특정 교수실을 찾아가 보라고 하면 결국 찾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행정 문제라고 여겨 분노가 치밀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론은 달랐다. 이런 부분에 관심을 두는 기술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생긴 공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진을 찍으면 시각장애인은 그 사진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사진을 설명해 알려줄 수 있는 기능을 떠올렸고, 그때 붙인 이름이 터칭메모리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문제는 기본권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한편으로는 시각장애인이 사회에서 자신의 힘을 펼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현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장애라는 조건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닿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대표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React Native, Next.js, Python, FastAPI 등 여러 기술 스택을 활용해 다양한 플랫폼에 맞는 웹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검색엔진 최적화는 구글과 네이버 등 주요 검색엔진에서 상위 노출을 위한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웹사이트의 로딩 속도와 성능을 다듬어 이용하는 사람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모니터링과 기술 지원을 통해 서비스가 불편함 없이 운영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데브파이브는 기술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디지털 포용과 교육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효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 내 트렌드나 변화에 관한 생각은.
최근 여러 산업에서 AI 도입이 필수가 되었다. 그래도 그 기술을 다루고 소통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한다 해도 정보를 받아들이고, 결정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과학기술은 우리 모두의 미래다. 과거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갈 때도 그러했고, 화학 발명과 산업혁명 모두 과학기술로부터 진보를 이루어냈다.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와 국가 경쟁력을 높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점자 관련 기술뿐 아니라 안랩, 나이스정보통신, 금융보안원 등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앱이나 웹 관련 서비스 개발도 꾸준히 진행해 왔고, 필요할 때 문의하신다. 여러 업체 가운데 데브파이브의 제작 비용을 높게 느끼는 경우가 처음에는 있지만, 다른 곳에서 작업을 진행했다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서 다시 문의하는 일이 있다. 어떤 업체와 함께하든 작업의 완성도를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기술을 필요한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런 이유로 가능한 범위에서 기술을 공개하고 여러 자리에서 경험을 나누고 있다. 데브파이브가 만든 제품을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공개해 둔 오픈소스 기술에도 관심을 두면 좋겠다. 누구나 편하게 활용할 수 있으니, 각자의 자리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