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이랜드는 1980년 설립 이후 40여 년간 국내 유통시장에서 판매 대행 전문기업으로 활약해 왔다. 3,000여 개 협력사와 150여 개 유통채널을 운영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김봉현 대표는 8년 전 온라인 유통의 가능성을 보고 에스이랜드에 합류했다. 이후 현장의 경험을 쌓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다시 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쿠팡, 네이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대형 플랫폼이 급성장하는 동안, 주변 중소 쇼핑몰 운영자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현실을 보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니치사업본부’는 대형 플랫폼과의 경쟁이 아닌 공존의 길을 택했다. 온라인 쇼핑몰 폐업 위기 사업자를 위한 자사 전략을 공유하고, 이들이 다시 시장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봉현 대표를 만났다.
에스이랜드의 니치사업본부에서 경영 총괄을 맡고 있는 김봉현 대표. 니치사업본부는 영어로 ‘틈새’를 뜻하는 ‘니치(Niche)’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플랫폼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위기에 처한 중소 쇼핑몰에 7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사진=에스이랜드]
에스이랜드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대기업에서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주변기기 마케팅과 영업을 맡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8년 전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판매 대행 기업 에스이랜드에 합류했고, 현재 새로 출범한 니치사업본부에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에스이랜드’는 47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다. 오랜 시간 업계에 자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태욱 회장님의 리더십 덕분이다. 에스이랜드를 만든 한태욱 회장님은 47년 동안 한결같이 회사를 이끌어오셨다. 나이보다 훨씬 젊은 감각을 지닌 분이다. 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플랫폼을 늘 먼저 살피고, 방향을 잡으신다. 재무제표를 직접 분석하고 들여다보실 정도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으신다. 배울 만한 것이 보이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고, 좋은 건 반드시 조직에 나누는 분이다. 그 끊임없는 추진력과 구성원의 노력 덕분에 회사가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니치사업본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
니치사업본부의 시작은 한태욱 회장님의 결단에서 나왔다. 오랫동안 온라인 유통시장을 지켜보며, 대형 플랫폼과 맞서는 경쟁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셨다. 쿠팡과 네이버가 검색부터 광고, 물류, 결제까지 장악한 구조 속에서 소비자는 당연히 편리함을 택했다. 그 사이 중소 쇼핑몰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방문자는 줄고, 매출은 떨어졌다. 버티기 위해 광고비를 쏟아붓지만, 남는 게 없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까지 들어오면서 가격경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사라지는 현실에 이대로는 안 된다고 느끼셨다. 그렇게 2년의 고민 끝에 니치사업본부가 탄생했다. 치열한 시장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길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니치 KNPD 솔루션’은 어떤 역할을 하나.
니치사업본부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각자의 현실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지원 솔루션을 마련했다.
운영 경험이 부족한 사업자에게는 쇼핑몰 관리와 디자인, 상품 페이지 제작을 돕는 ‘니치1’과 주문·발주·고객 응대 등 실무를 대신 처리하는 ‘니치2’가 있다. 이미 여러 쇼핑몰에 입점해 있거나 확대를 원하는 사업자에게는 주요 플랫폼 입점 대행과 통합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니치3’이 적합하다. 브랜딩과 마케팅이 필요한 경우에는 SNS와 유튜브 등을 활용해 홍보를 지원하는 ‘니치4’를 통해 판매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또 ‘니치5’는 1인 대표들이 품앗이 형태로 협업하며, 분업 구조를 만들어내는 모델로, 함께 일하며 성과를 나눈다.
사업을 접더라도 수익이 이어지도록 돕는 모델도 있다. ‘니치6’은 폐업한 사업주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공장이나 제조 네트워크를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상품이다. 사업주가 가진 공장 네트워크를 니치6로 서비스로 위탁 판매 의뢰 시 판매가 발생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게 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준비 중인 ‘니치7’은 지역 물류를 활용한 신속 배송 시스템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인근 물류센터에서 즉시 출고되는 시스템이다. 지역 안에서 빠른 공급망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 KNPD의 한계를 보완한 ‘니치 KNPD 솔루션’은 무엇이 달라졌나.
KNPD는 온라인 판매 인프라가 없는 제조사나 수입업체를 대신해 상품 등록부터 주문, 배송, 고객 응대까지 전 과정을 맡아온 판매대행 서비스다. 2009년 시작해 수많은 상품을 여러 채널에서 판매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때는 잘 맞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달라졌다.
대형 플랫폼이 온라인 유통을 휩쓸었고, 중소 쇼핑몰은 점점 밀려났다. 예전 방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점이 온 것이다. 그래서 니치사업본부를 새로 세웠다. 매출이 줄고 운영이 불안정한 중소 쇼핑몰이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쇼핑몰 운영과 마케팅, 물류, 협업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하며 매출로 이어지도록 한다.
‘니치 KNPD 솔루션’이 갖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니치사업본부의 판매 대행은 매출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쇼핑몰이 불필요한 비용 없이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다. 운영자가 매일 반복되는 일에 묶이지 않고, 새로운 기회에 도전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 목표다.
인건비 부담이 큰 중소 쇼핑몰에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운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덕분에 사장님들은 운영 걱정을 덜고, 부업이나 새로운 수익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거래처 중에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여러 일을 병행하며 버티는 N잡러들이 많다. 우리는 그들의 현실을 잘 안다. 그래서 이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국, 폐업이 아닌 ‘전환’과 ‘재기’를 위한 전략이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가 바로 그거다. 함께 일하던 업체들로부터 폐업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한동안 거래처로, 때로는 동료처럼 지내온 사람들이라 더 그렇다. 유통망이 서로 얽혀 있어 누군가 문을 닫으면 모두가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 관계를 오래 지켜낼 수 있을까. 포기하거나 버티는 것이 아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 니치사업본부가 존재하는 이유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스스로 자리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해내고 싶다.
니치사업본부를 통해 에스이랜드가 이어가고 싶은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47년 동안 쌓아온 많은 경험은 에스이랜드의 가장 큰 자산이다. 시장이 변해도 거래로 이어진 신뢰는 남는다. 그 힘으로 니치사업본부를 단단히 세우고자 한다. 지금은 니치사업본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쇼핑몰의 부담을 줄이고, 운영자가 새로운 기회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는 품앗이형 협업과 지역 물류망을 확대해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전달하는 유통 모델을 완성할 예정이다.
니치사업본부는 소상공인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직이다.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역 온라인 유통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성장 단계가 무르익으면 독립 법인으로의 전환도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