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리아뜰리에 전해영 대표는 흙과의 조우를 인생의 방향으로 이어왔다. 중학생 시절 우연히 도자기를 만났고, 낯설기만 했던 흙은 점차 손끝에 익숙해졌다. 이후 국내 유일의 도예 특성화 고등학교인 이천 한국도예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산속에 자리한 조용한 교정에서 불가마의 열기와 흙의 감촉 속에 몰입했던 시간은 도예를 삶의 중심으로 자리하게 했다.

그에게 도자기는 감정과 내면을 빚는 언어이다. 공방을 열며 아이들, 가족, 성인 수강생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그는 도자기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지는지를 직접 확인했다. 긴장과 불안을 안고 찾아온 아이가 흙을 만지며 서서히 안정되는 모습을 보았고, 표현에 서툴던 이들이 손으로 만든 작품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순간들을 지켜보며 도예의 힘을 확신하게 되었다. 흙을 만지며 삶을 빚는 일, 그 안에서 자신과 타인을 다독이는 일. 전 대표의 도예는 손끝에서 시작해 마음에 닿는 예술이다. 전해영 대표의 도예는 마치 잘 빚어진 그릇처럼, 단정하고 깊은 결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있다.

전해영 대표와 수강생들은 흙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이야기와 마음을 빚어가며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포터리아뜰리에]

도예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중학생 시기에 처음 도자기를 접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조경 사업을 하셨다.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아름답게 형태를 다듬는 일을 오래 해오신 분이었다. 그 일을 내가 이어받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도예가를 만나게 되셨다. 이천이 도자기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예를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기술 하나쯤은 익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나를 도예 학원에 보내셨다. 당시에는 도자기가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몰랐지만, 흙을 만지는 시간이 점차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처음 도예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 도예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기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들려주셨으면 한다.

이천에 있는 한국 도예고등학교는 국내에 유일한 도예 특성화 고등학교이다. 진학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실기시험의 비중이 컸고, 시험 당일에 주제를 제시받은 뒤, 제한된 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해야 했다. 자연과 동물 같은 추상적인 주제가 주어졌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운이 좋게 합격하게 되었고, 그 시점을 기점으로 도자기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되었다.

학교는 산속에 있었으며, 새소리 외에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환경이다. 불가마가 있었고, 정규 과목보다는 도자기 관련 수업이 중심이었다. 도자기 실기와 관련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 공간에서의 생활은 도자기를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도예가 삶의 일부가 된 이후, 결국 그 마음이 공방이라는 공간으로까지 이어졌다. 포터리아뜰리에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공방을 시작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 가정에 머물던 일상에서 벗어나야 하는 큰 결심이었다. 인테리어부터 수업 기획, 홍보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했기에 두려움도 컸다. 그러나 남편의 지지와 격려가 큰 힘이 되었고, 그 덕분에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도예는 단순한 손작업을 넘어 감정을 담아내고 치유를 경험하는 과정이라 믿는다. 흙을 만지며 집중하는 시간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자 회복의 순간이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도예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포터리아뜰리에는 기술을 배우는 의미를 지나, 각자의 이야기를 형태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할 수 있는 수업이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수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수강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도예를 경험하게 되나.

포터리아뜰리에는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다양한 도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원데이클래스부터 정규 과정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핸드빌딩 기법부터 물레를 활용한 고급 기술까지 단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공방의 특성상 제작 공간과 수업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 있어, 작업 현장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또한 가족 단위, 친구 모임, 기업 워크숍, 지자체 프로그램 등 외부 출강 수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함께 만드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누구나 도자기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열린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포터리아뜰리에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도예 작품. 서툴지만 솔직한 기록이며,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 자신을 조심스럽게 내보이는 법을 배워간다. [사진=포터리아뜰리에]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는 학생도 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리자면, 도예고 진학을 꿈꾸며 찾아온 한 초등학생이 있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도예에 대한 열정이 또렷했고, 그 눈빛을 보며 예전에 미친 듯이 도자기만 하던 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쳤다. 도예고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 아이에게 자신을 표현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했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다른 기억으로는 긴장 상태가 신체로 드러나던 한 학생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불안정한 모습이 컸지만, 도자기를 만들며 점차 안정감을 찾아갔다. 일대일 수업을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었고, 흙을 만지는 차분한 시간이 쌓이자 서서히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말하지 못하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증상도 조금씩 완화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도예가 정서적 안정과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지금도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이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느끼고 있다.

도자기를 만들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되찾는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셨으면 한다.

미술 수업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종이 오리기나 색칠 같은 활동에 쉽게 참여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표현에 서툰 성향 정도로 보였지만, 수업을 이어가며 조금씩 알게 된 것은 비교에 대한 예민함이었다. 주변의 기대나 평가에 위축되어 있었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아이에게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수업 방향을 조정했다. 정해진 형식 없이 놀이처럼 흙을 만지는 시간으로 접근했고, 어느 순간 스스로 만든 작품을 가족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경험을 통해 아이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도예를 통해 비교와 평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사진=포터리아뜰리에]


도예 수업에 가족 단위도 많이 참여 한다고 알고 있다. 여러 세대가 함께 흙을 만지는 그 시간 속에서 특별히 느끼신 점이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가족 단위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식사 중에도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분위기이지만, 도자기 수업 시간만큼은 같은 자리에 앉아 함께 흙을 만지며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된다.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작업을 하며 ‘우리 할머니도 도자기 만들 줄 아시는구나’ 같은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고, 그 속에서 세대 간의 인식과 경험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장이 되기도 한다. 도자기라는 매개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이 부드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가족 단위 수업은 세대가 함께 흙을 만지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새롭게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사진=포터리아뜰리에]


상담심리학을 따로 공부하고 있다고. 도예 작업과는 또 다른 영역일 텐데, 어떤 계기로 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도예 수업을 하다 보면 감정 기복이 크거나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과의 수업에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아이들을 돕기 위해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게 되었으며,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도예와 심리학을 접목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업을 운영하고자 한다.

요즘은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시대인데, 도자기처럼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작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도자기 수업이 어떤 강점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조차 영상이나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흙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경험은 결코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흙의 온도, 말랑한 감촉, 거칠거칠한 질감은 손끝을 통해 몸으로 기억되며, 그 집중의 시간은 곧 정신적인 쉼으로 이어진다. 도예는 화면이나 설명만으로는 온전히 전할 수 없는,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직접 경험해야 하는 작업이다. 흙을 손으로 빚고, 집중하는 그 과정은 오직 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할 수 있기에, 그 경험은 훨씬 더 깊고 밀도 있게 다가온다.

공방 운영 철학은 창의성을 키우고, 두려움을 덜어내며,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도예는 개인의 독창성을 조용히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이며, 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만들어진다. 고객과의 교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도예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성적인 울림과 따뜻한 경험을 전하고자 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수강생분들도 도자기 수업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그분들은 어떤 이유로 이 수업을 찾게 되는지, 특별히 느끼신 점이 있다면 들려주셨으면 한다.

성인 수강생들은 대부분 마음의 쉼을 원한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말없이 손으로만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힐링을 경험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특별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도자기는 결과물이 남기 때문에 더욱 애정을 갖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포터리아뜰리에는 다양한 클래스가 열려, 누구나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도예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포터리아뜰리에]


도예 수업을 통해 많은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스스로 내면이 단단해야 타인에게도 안정감 있는 가르침이 가능하다.

공방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남편의 격려와 지지였다. 처음에는 공방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서웠다. 모든 책임이 온전히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업까지 병행한다는 것이 감당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을 알아준 남편이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다. “무엇이 문제냐, 하고 싶으면 해라”는 말 한마디가 큰 용기가 되었다.

실제 운영을 하면서는 수강생들과 나누는 시간, 도자기를 만들며 가만히 집중하는 그 시간이 나에게도 위로가 된다. 말없이 흙을 만지며 고요함을 느끼는 순간,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그것이 스스로에게 주는 치유가 된다. 도예가들에게는 그런 정적인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는가.

도자기를 함께 배웠던 동료 중에는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활동 중인 이들도 있다. 현지에서는 핸드메이드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고, 가격 역시 일상적인 소비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는 ‘나도 해외에서 도예 수업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는 상담심리학 과정을 마무리 중이며, 도예와 정서 치유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매뉴얼화 하려고 한다. 우선 광주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보고, 반응과 가능성을 점검한 뒤 미국 등 해외로의 확장을 천천히 모색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이라는 목표는 분명히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내에서 먼저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상상에 가까운 일이지만, 그 상상이 언젠가 현실이 된다면 무척 즐거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