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한 길로 걸어온 이의 발자취는 때때로, 그 어떤 화려한 혁신보다 더 위대하다.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들의 묵묵한 헌신이기 때문이다. 세진테크 이갑현 대표는 지난 33년간 자동포장기계라는 한 분야를 개척하며 그러한 길을 걸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신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이갑현 대표. 그의 발걸음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갑현 대표는 본지와 만나 세진테크를 굳건히 이끌어 온 지난 33년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었다.
전매청 국가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
거래처 외국기업 임원의 제안, 세진테크 창립으로 이어져
40여년 전, 이갑현 대표는 전매청 국가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전매청 산하 신탄진 연초제조창(담배 제조 공장)에서 국가공무원직 기계기사로 처음 일 했습니다. 원래 일에 대한 열정과 도전 의식이 있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편이었죠. 신입임에도 주도적으로 아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젊은 시절 스스로 아주 열심히 하는 직원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너무 적은 승진자리 탓에 본청으로는 올라갈 수가 없었다. 이에 실망한 그는 당시 중견기업이었던 ‘국제산업기계’로 자리를 옮겨 품질관리와 기술 영업을 맡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중, 파트너사였던 일본 마쓰시다 스케일의 한 임원과의 뜻깊은 만남이 그의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왔다.
"평소 저를 눈여겨본 그 임원분이 한국 시장에서 사후관리와 판매 확대를 담당할 적임자로 저를 선택했습니다. 그 제안이 저에게 큰 기회가 되었죠. 이를 수락하면서 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자동포장기계의 글로벌 강소기업 기업, 세진테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세진테크 미곡 계량 소포장기, 국내 곡물 유통에 큰 변화
경쟁사들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자랑
1991년, 이갑현 대표는 그렇게 믿음과 정직을 바탕으로 세진테크를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산업 기술은 성장 초기 단계에 있었고, 일본과의 기술 제휴는 필수적이었다. 그는 일본 마쓰시다 스케일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산업용 계량기 및 포장 기기를 도입했으며, 이를 국산화하여 한국 시장에 맞춘 제품으로 발전시켰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기술을 들여오는 수준에 그쳤지만,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남들과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기존 기술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했습니다."
그가 한국 시장에 처음 도입한 미곡 계량 소포장기는 국내 곡물 유통에 큰 변화를 일으키며, 세진테크의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게 했다. 하지만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곧 국내 경쟁사들이 세진테크의 기술을 모방하면서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고, 이 대표는 다시 한번 기술력을 앞세워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우리는 우리만의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카피가 아닌, 독자적인 기술로 승부를 봤죠.”
이 대표는 PLC 프로그램을 활용한 위치제어 기술(고속 카운터 프로그램기술)을 도입하며 포장 설비의 정밀도를 극대화했다. 결국 경쟁사들은 이 기술을 쉽게 따라올 수 없었고, 세진테크는 포장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지속적인 성장 위해 제품 다변화...
22종류 제품, 농협 등 350곳에 납품하며 곡물 유통에 기여
이갑현 대표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일본의 ‘Japan Pack’ 전시회에 참가하며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1994년, 일본에서 도입한 기술로 미곡 계량 소포장기를 개발했습니다. 또, 1998년에는 일본 ‘Toyojidoki’의 기술을 도입하여 파우치 로타리 포장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죠. 처음에는 두 종류의 기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포장지 크기와 포장 단위별로 약 20종에 이르는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며 수출까지 하고 있습니다.”
세진테크는 또한, 전기 자동차 배터리 원료인 음극제, 양극제 충진 포장에 사용되는 ‘진공탈기 분체충진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2015년 독점생산 특허를 받은 ‘2연식 자동계량소포장기(듀얼 타입)’와 ‘브랜딩 계량기, ’진공탈기 충진기‘가 회사의 대표적인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으며, 세진테크를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현재 세진테크는 22종류의 완제품 포장기를 제조 및 판매하며, 국내에서만 1천여 대를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곡물 자동계량 소포장기는 400여 대가 농협,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도정공장, 곡물 유통회사 등에 공급되어, 곡물 소포장 유통에 크게 기여 하고 있다.
태국, 베트남, 미국 등 글로벌 무대로의 도약
300만불 수출탑 수상 쾌거 이어 글로벌 강소기업 선정
세진테크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자, 이갑현 대표는 자연스럽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시장의 변화와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을 필수로 여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를 낸 곳이 바로 태국의 펫푸드(Pet Food) 시장이었다. 태국은 이미 펫푸드 산업에서 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자리 잡고 있었다. 세진테크는 태국의 대규모 펫푸드 공장에 분당 80-100개가 처리되는 고속 로터리 포장기 및 고형물 컵 충진기 제품을 수출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 대표는 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베트남, 필리핀, 미국 등 다양한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단순한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현지 에이전트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빠르고 정확한 사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해외시장에서도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2013년 수출 100만불 수출탑 수상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300만불 수출탑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또한 2019년에는 인천 중소기업인 대상(장려상)을 수상하며 이듬해에는 글로벌 강소기업에도 선정되며 해외시장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태국을 비롯한 미국, 베트남 등 해외시장 다변화가 판매 확대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21년부터 태국을 주 거점으로 필리핀과 브라질 펫푸드 시장에도 진출하여 일본, 독일, 중국 제품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해, 매년 약 400만 불의 수출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 우리의 경쟁력,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인정신으로 품질경쟁력 더 높여
24시간 문제 해결하는 서비스 엔지니어링 팀 운영으로 사후관리 철저
그렇다면 세진테크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
이갑현 대표는 그에 대한 답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원가절감이나 단기적인 이익에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품질과 내구성, 그리고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포장 기계의 생산성과 가동률을 높이는 데 주력합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이들은 연 매출의 6~8%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며, 끊임없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품질경쟁력을 높여왔다. 그 결과, 꾸준히 시장에서 신뢰를 쌓았고, 이는 곧 안정적인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강점은 사후관리 시스템이다. 신속한 부품 공급과 원격 서비스 체계를 갖춘 세진테크는 24시간 이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엔지니어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체계적인 대응 덕분에 고객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고객의 포장 설비 가동률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문제 발생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로타리 포장기 다양화 준비 중... 환경과 효율성 함께 생각한 꿈의 포장기 만들고파
해외시장 다변화로 국내 시장 수요 감소 위기 넘는다
이갑현 대표에게 세진테크의 신사업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로타리 포장기‘의 다양화를 준비 중입니다. 다른 로타리 포장기 생산업체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지만, 곡물용 외에도 ’건조식품‘에 사용되는 필름 롤타입 수직 포장기(500g~5kg)를 개발해 신제품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언젠가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효율성까지 갖춘 꿈의 포장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큰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 대표는 국내 시장의 수요 감소와 설비 투자 침체는 세진테크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라며, 해외시장 다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국, 인도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시장을 목표로 전문 전시회에 참가하고, 새로운 에이전트를 발굴하여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국내 수주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장에 진출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자 합니다."
직원들에게 수평적인 리더쉽으로 정평
인류 사회에 유익함을 주는 기업 되고 파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갑현 대표는 항상 기업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 일환으로 세진테크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우물 사업에 매년 참여하고 있으며, 지역 청소년 장학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갑현 대표는 "세진테크는 인류 사회에 유익함을 주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인터뷰로 처음 마주했을 때, 이갑현 대표에게서 유난히 따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터뷰 당일, 현장스케치를 위해 세진테크 곳곳을 돌아다니다 만난 한 직원의 이야기는 이런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해줬다.
그 직원은, “저는 원래 독일 지멘스에서 근무했는데, 대표님의 인품에 반해 세진테크로 옮겨 왔습니다. 대표님은 그만큼 권위적이지 않고 모든 직원들에게 수평적으로 대하시는 분입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온화한 태도 속에서도 확실한 비전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이갑현 대표가 인터뷰에서 밝히지 않은 다수의 선행도 들려줬다.
또한, 세진테크는 사옥 맨 위층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전용 숙소를 크게 지어 1인 1실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한 이 대표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 길로 걸어온 33년, 새로운 미래를 향해
지난 33년이라는 긴 세월을 돌아보며, 이갑현 대표에게 지나온 소회를 부탁했다.
이 대표는 잠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답했다.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실족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습니다.”
겸손하고 짧은 대답이었지만 스스로 걸어온 길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세진테크를 운영하는 동안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기독교인 다운 선의와 정직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물론 사람이기에 실족할 수 있었던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한 걸음씩 나아간 그에게, 지난 33년은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시간이었다.
이갑현 대표는 앞으로도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하며, 지금처럼 투명한 경영과 함께 직원들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에게 세진테크의 33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다. 새로운 미래에서 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묵묵히, 그러나 더 큰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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