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다품 한의원은 그 이름처럼 아늑하고 정겨움이 가득한 곳이었다. 정직하고 정성 어린 진료로 명성을 쌓고 있는 정영숙 대표원장. 그녀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으로서의 투철한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다. 더 많은 환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일상 속 불편함을 덜어주고 싶다는 정 원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부터 현재 한의학계의 현안까지, 진솔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린 시절 한의원의 따스했던 기억, 한의사의 길로 이끌어
정 원장이 한의사의 길을 선택한 데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초등학교 때 항상 반에서 제일 작은 아이였던 그녀는 작은 체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중학교 1학년 목표가 30kg을 넘는 것이었을 정도로 왜소했죠. 부모님이 운동도 시켜보셨지만, 별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자주 한의원에 데려가셨어요. 추나요법이 아직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을 때였는데도 많이 받았죠. 교정도 받고 한약도 계속 먹으니 2년 동안 살이 25kg 찌고 키가 10cm 넘게 자랐어요. 거의 매일 한의원에 가다 보니 원장님과도 엄청 친해졌죠. 항상 반겨주시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다녀주시기도 했던 게 기억나요."
그녀는 한의원에서의 따뜻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마침, 사촌 오빠가 한의사였던 덕분에 많은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뛰어난 성적으로 동국대학교 한의대를 수석 입학,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는 한의사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처음 근무한 곳은 ADHD, 불안장애, 기분장애 등의 신경정신과 환자들이 많이 내원하는 곳이었어요. 한의학적 치료와 1시간 이상 상담을 병행하여, 환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죠." 이후 그녀는 한약과 진맥에 대한 조예가 깊은 한의원에서 근무하며 진맥으로 환자의 몸과 마음 상태를 읽는 방법을 배우며 한의사로서 하루하루 성장해 나갔다.
이상적인 진료위해 다품 한의원을 열다
그렇게 한의사로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가던 정 원장에게 한 가지 고민이 찾아 왔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진료를 하려면 내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질환으로 오더라도 최선을 다해 환자분들을 돌보겠다는 마음으로 다품 한의원을 열었습니다."
환자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정 원장은 그렇게 드디어 자신만의 오롯한 진료공간인, 다품 한의원을 개원하게 된다.
다품 한의원이라는 이름에 대해 그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환자를 품어내는 따뜻한 진료를 하겠다는 의미와, 제가 치료할 수 있는 모든 질환을 풀어내겠다는 중의적인 의미입니다."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 찾아와, 진맥 특히 중요시해
정 원장은 다양한 환자들이 다품 한의원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아이들 같은 경우 성장 문제로 가장 많이 찾아와요. 그 외에도 ADHD, 비염, 면역력, 정서적 발달 문제로 자문하러 오는 분들도 많아요." 수험생들은 단순히 체력 문제보다 정서적 스트레스나 표출하지 못하는 분노와 답답함이 응결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는 모든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서적인 부분에서 온다고 봐요. 수험생들은 압박감과 억눌린 정서적 스트레스가 혼재되어 있어요. 이런 정서적 문제가 체력적인 문제와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죠."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가임기 여성들도 임신 준비로 다품 한의원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오랫동안 난임이었던 여성들이 많은데 심지어 싱가포르에서 온 외국인 환자까지 있었다. "다행히 우리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모든 분이 임신에 성공했어요. 환자분들이 임신이 안 되면 내 일처럼 스트레스를 받아요. 어떻게든 해결책을 제안하고 끝까지 돕는 편이죠." 정 원장 덕에 임신에 성공한 환자들은 산후에도 자주 방문하며, 갱년기 문제로도 많은 환자들이 찾고 있다.
다품 한의원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진맥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진맥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려줍니다. 그래서 진맥을 잘하는 다품 한의원으로 자리 잡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또 어떤 약재보다 환자의 정서적 역량이 크게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자율신경을 안정화할 수 있는 약재들을 아주 세분화해서 쓰고 있어요. 그래서 약을 처방했을 때 많은 영역이 동시에 좋아지는 편이에요."
더 좋은 한의원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
이처럼 다양한 환자들이 찾고 있는 다품 한의원을 더 좋은 한의원으로 만들기 위해 정 원장은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정기적인 원내 교육과 스터디다. 이를 통해 질환 이해도를 높이고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으며, 청강의감(晴崗醫鑑), 의학입문(醫學入門) 같은 고서들을 가지고 토론도 진행하며 진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 두 번째로 교의 활동이다. 서울시의 여러 학교를 방문하여 자세 교정이나 성장, 소아비만 등을 강의하며 많은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학업 정진이다. 그녀는 개원의가 된 지금도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대학원에 진학해 복합 약물 처방의 특성을 연구하는 방제학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계속 발전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라며 힘주어 얘기했다.
한방과 양방, 질환을 대하는 근본적인 차이 있어
분위기를 바꿔 진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요즘 대두되고 있는 한의학의 신뢰성에 대해 묻자 정 원장은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한방과 양방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오해라고 생각해요. 한방은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양방과 차이가 있어요. 표준화된 양방은 치료를 단순화하고 효율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그로 인한 취약점도 분명 존재해요. 증상이 발현된 이유에 대한 고찰보다는, 위산이 많다고 판단되면 위산 억제제를, 장의 움직임이 적다고 판단되면 장운동 촉진제를 처방하죠. 왜 위산이 많아졌을까? 왜 장 움직임이 더뎌졌을까? 이런 고찰을 통해 조금 더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한의학적 치료의 핵심이에요."
이어 정 원장은 한의학이 환자의 개별 상태를 고려한 접근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피부과에서 많은 치료를 시도해 보고 낫지 못한 분들이 결국 우리 한의원을 찾기도 해요. 항히스타민제를 3개월간 복용해도 두드러기가 개선되지 않거나,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홍조가 사라지지 않는 경우 등이죠. 이러한 환자들은 표준화된 치료에서 벗어나 보다 개별화된 한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죠."
마법 같은 약 없어, 식품과 의약품 구분 꼭 당부하고파
정 원장에게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마법 같은 약은 없어요. 강한 효과에는 강한 부작용이 항상 따르죠. 예를 들어, 수면제는 잠을 푹 자게 하지만 많은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해요. 가장 건강한 상태는 지나치게 힘이 넘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상태예요.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통해 자연스러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출근 전에 파프리카 한 입을 쌈장에 찍어 먹는 것이 영양제 두 알 챙겨 먹는 것보다 건강할 수 있어요."
또한 그녀는 환자들이 식품과 의약품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건강원이나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흑마늘 즙, 홍삼 같은 식품을 드시고 한약을 먹어봤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식품과 의약품은 완전히 달라요. 식품은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면허권자로서 의약품 처방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고 있죠. 현실은 식품과 의약품이 너무 무분별하게 혼용되고 있어요. 아로니아는 눈에 좋고 흑마늘은 항염증에 좋은 것처럼 모든 식품은 각각의 장점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정말 나와 맞느냐에 대한 고찰이 꼭 필요해요. 몸에 열이 많은 남자분이 더 건강해지겠다며 2년간 홍삼을 장복했다가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라며 경각심을 가져 줄 것을 주문했다.
한의원의 사회적 기능 중요, 사업자보다 의료인으로서 역할 커
정 원장은 사회적 역할에도 관심이 많다. "한의원이라는 공간이 어떤 사회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가좌동 주민센터를 통해 매달 정기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하고, 1년에 한 번씩 따로 기부도 합니다. 고향인 대구에서도 아동 후원을 하다 보니 그렇게 이어졌죠. 조금 마음 아팠던 점은, 서대문구에서 이런 식의 기부 활동이 제가 처음이라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의 관심이 좀 더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기부에 대한 소신을 밝히며 그녀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수석으로 입학해서 수석으로 졸업하다 보니 대학교와 대학원을 장학금으로 다닐 수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받은 것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원 첫해에는 조금 무리해서 모교에 약 5천만 원을 기부했어요. 그 기부를 첫 시작으로 어떤 문을 연다는 마음이었어요. 사업자로서 좀 더 영민해야겠지만, 스스로 의료인으로서 역할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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